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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국제화 "함량미달".. 인프라 개선 서둘러야
교수도 학생도 "준비 부족" 지적

‘글로벌화’를 화두로 삼은 대학들이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을 확보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모든 전공에 외국인 교수를 채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고려대는 올해 국제 하계대학에 1,200여명의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했다. 지방대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에서 열리는 유학생 유치 박람회에 교직원을 파견하거나 직접 대학과 교류협약을 맺어 적극적으로 외국인 학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학의 국제화가 함량 미달이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교수와 학생수만 늘렸지 이들을 위한 인프라 개선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화를 위해 대학들이 힘겹게 ‘모셔 온’(?)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이 정착하지 못한 채 1년도 못돼 되돌아가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대학의 경우, 외국인 학생에게 등록금을 50% 감면하면서 내국인 학생들로부터 ‘역차별’ 불만까지 사고 있다.

◆외국인 교수 채용만 능사인가= 교육부는 내년도 국립대에 151명의 외국인 교수를 추가 충원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부측에 당초 300명 증원을 요구했지만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간 조율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국립대가 외국인 교수 정원을 확대하려는 것은 사립대에 비해 외국인 교수 정원이 턱없이 부족한 때문이다. 실제 23개 국립대에 소속된 외국인 교원수는 2006년 기준 22명에 불과하다. 서울대가 8명으로 가장 높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인 교수 머릿수만 늘려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데 있다. 서울대는 1999년 국립대로는 처음으로 외국 국적 교수를 발령한 데 이어 외국인 교수를 초빙하거나 방문교수 형태로 데려왔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정착하지 못하고 1년 이내에 자국으로 되돌아갔다. 예산만 낭비한 셈이다.

외국어 강의를 늘림으로써 국제화 지표가 개선됐지만 외국인 교수 채용은 대학의 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정’의 표본이 되고 있다. 외국인 교수에게는 연구 활동 등의 기회가 원천 차단되고 있다.

서울대의 첫 외국(미국) 국적 교수로 발령받아 8년째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인 윤도영 교수(화학과)는 “외국인 교수를 초빙하려면 우선 연구 환경부터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년이나 6개월짜리 외국인 교수들은 단지 외국어로 강의만 할 뿐, 연구를 할 수 없다”면서 “연구를 못하는 교수는 교수로서의 제 기능을 못한다. 학생들의 연구 지도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연구 환경은 기초적 의사소통에서부터 시작한다. 정부 연구비 신청 양식은 모두 한국어로만 작성하고,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하는 등 획일적 양식을 갖추도록 하고 있는 국내 대학의 제도가 외국인 교수에게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윤 교수는 “한국말을 하는 저도 힘든데,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작년 말 서울대를 퇴임한 캐나다 국적의 A 교수도 “한국에서 연구한 경력이 없으면 연구비 신청조차 힘들다”며 “캐나다에서는 20년 경력이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경력이 없어 과학재단 연구비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대의 또다른 외국인 교수인 로버트 이안 맥케이 교수(컴퓨터공학부)도 최근 대학에 제출한 ‘외국인 교수 채용에 관한 보고서’에서 “외국인 교수와 한국기업들을 연계해 연구 기금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시스템 부재가 질 높은 외국인 교수 유인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언어 문제는 외국인 교수들이 학생들의 논문을 지도·감독하고 학교 행정에 참여하는 데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국내 정착을 어렵게 하는 대표적 이유로 꼽히고 있다. 윤 교수는 “학내 주요 사항을 정하는 교수 회의가 한국말로만 진행된다”며 “중요 사안에 의견을 낼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교수 역할을 크게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교수에 대한 교수 사회 내 배타적 인식도 개선돼야 할 과제이다. 서울대의 또다른 외국인 교수는 “거주와 비자, 자녀 양육 등은 오히려 사소한 문제이다. 출입국관리소에 가면 외국보다 잘 돼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대학 시스템이 배타적이라는 것”이라며 국내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학계마다 다르지만, 외국 사람이 오면 위협을 받는다”며 “(외국인 교수는) 정년퇴임 때도 연구업적과 상관없이 훈장 색깔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외국인 교수의 경우, 사실상  명예교수에 오르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해외대학의 경우 명예교수를 성과로만 심사하는데 반해 우리 대학들은 근속연수 25년 이상을 기본 자격 요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연내 20명의 외국인 교수를 추가 임용하겠다는 계획 역시 이같은 이유로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서울대는 앞서 지난달말 개교 60주년을 기념해 올해 20명의 석학급 외국인 교수를 연내 추가 채용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미국내 유명 교수의 연봉은 20만 달러 선인데, 이들은 대부분 연간 50만~100만 달러의 정부 연구비를 쓴다. 한국에서 이들을 데려오려면 적어도 두 배 이상은 줘야 한다”면서 “이게 불가능하다면 외국인 교수에게 서울대를 선택하게 하는 동기가 뭔지 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학생 숫자 못 따라가는 인프라= 지방의 한 사립대 교무과장은 얼마 전 때 아닌 야근을 해야 했다. 중국인 유학생이 사기 사건에 휘말려 경찰서에 불려가 그를 구제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학교가 일일이 챙겨줄 수밖에 없다. 이들을 위한 전담인력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일부 지방대의 경우 입학정원 감소와 맞물려 유학생 유치는 ‘국제화’ 명분과 더불어 대학의 생존전략이 되고 있다. 최근 대학들이 앞다퉈 해외 대학과 교류협정에 나선 것도 유학생 유치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외국인 유학생 모집에는 정원 제한이 없다는 것이 제도적 허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원외모집’을 통해 자유로이 선발할 수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등록금 의존율이 높고 입학자원이 감소하고 있는 국내 대학들로서는 군침 도는 ‘먹잇감’일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충북 진천군과 MOU를 체결하고 2,000여명 규모의 제 2캠퍼스 설립을 추진하는 우석대는 대규모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우석대는 캠퍼스간 특성화를 통해 2010년까지 1,200명 이상의 중국인 유학생을 유치, 진천의 제 2캠퍼스가 완공되는 2012년에는 현 캠퍼스를 중국인 유학생 특화 캠퍼스로 정착시켜 ‘캠퍼스 공동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주어지는 등록금 감면 혜택이 ‘제살 깎아먹기’라는 비판도 높다.

어학연수생을 포함해 950여명의 외국인 학생이 재학중인 선문대는 최근 1~2년 사이에 다양한 장학금 제도를 신설, 제 3세계 국가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의 50%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배려한다는 취지이나, 속내는 편치 못하다.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지방대의 경쟁적인 등록금 감면 탓에 내놓은 고육지책이기 때문이다. 선문대 관계자는 “인근 대학들이 등록금을 깎으니까 외국인 학생들이 기본 한국어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다른 대학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부득이하게 장학금 제도를 도입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정규 학위과정 710명을 포함해 1,200여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한 청주대는 이들에게 등록금의 50%를 감면해주고 있다. 청주대 관계자는 “캠퍼스 국제화의 수혜를 국내 학생들도 누리고 있으므로, 무조건적 편의 제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유학생을 유치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감면 혜택 정도는 줘도 무방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방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 선발 정원에 제한을 두지 않는 데다 파격적인 등록금 감면까지 더해져 ‘박리다매’를 노리는 ‘덤핑 유학’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하지만 입학자원 감소로 인한 신입생 충원 문제는 지방대들의 공통된 난제이므로 이를 왈가왈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 유학생 증가세에 발맞춰 늘어나야 할 외국어 강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실질적인 국제화가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비교적 많은 수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치한 청주대·선문대의 경우도 외국어 강의 증가는 없었다. 이들 대학의 관계자는 “중국 학생들의 비율이 높다. 주로 한국어를 배우러 온 학생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외국어 강의는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서비스도 기본 한국어 교육프로그램 연수시 통합관리, 비자 연장 등 출입국 관련법 의무사항에 대한 안내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각 학과별 전담인원은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유학생들이 국내에 체류하도록 하는 데만 신경을 쓴 ‘수동적 관리’라는 문제 제기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교육·행정서비스 인프라 부족은 자연히 국제화 교육의 적극적 홍보보다 자매결연대학 위주의 유학생 유치로 귀결된다는 지적이다.

국립대·사립대간 불균형도 문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주호 의원(한나라당)이 지난 24일 대학 국제화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9개 국·공립대 중 21개 대학이 국제교류사업 예산이 전체의 1% 미만에 머물렀다.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이 수치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체강의 중 원어강의 개설비율도 평균 2.9%에 불과한 데다 서울대마저 7.4%에 그쳐 ▲고려대(35%) ▲연세대(21.1%) ▲포스텍(20.3%) ▲서강대(19.5%) 등 주요 사립대에 크게 뒤졌다.

이에 대해 김효근 이화여대 국제교류처장은 “해외 유학생 유치는 결국 교육 커리큘럼과 행정서비스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수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은 숫자를 선발하더라도 확실한 교육서비스를 우선 제공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이들이 돌아가서 ‘입소문’을 내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국내 대학들의 국제화 교육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용수·김봉구 기자>

김봉구 기자 (hr_bong@unn.net) | 입력 : 07-10-26 오후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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