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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성균관대 전광진 교수
"속뜻 사전으로 공부 혁명 일으키는 게 소망"
LBH교수학습법 창안… 연구 12년만에 출간

'LBH(Learging By Hint)교수학습법'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사용하고 알고있는 한자어의 속뜻을 이해함으로써 이해력과 사고력·기억력을 키워 학습 효과를 높이는 교수학습법을 말한다. 

최근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을 출간,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전광진 성균관대 교수(중어중문학과)가 창안한 교수학습법이다.

그가 펴낸 '속뜻 사전'은 'LBH교수학습법'에 대한 12년간 지속된 연구의 결과물이다.

"한자가 그동안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아 왔지만 사실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황금 오리'가 될 수 있습니다. 단어의 속뜻을 밝히면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도움을 주고 결국 학업성취도를 높이게 되거든요"

전 교수는 사전 출간을 위해 사재를 털어 'LBH 교육출판사'를 설립했다. 한자를 다루는 사전을 누가 사 보겠느냐며 출판사들이 고사해 직접 감행한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게는 항상 도전하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쳤기 때문에 쉽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며 "블루오션은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해야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속뜻 사전' 출간 취지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31일 전 교수를 성균관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  '속뜻 사전' 출간 취지는.  
= 단어의 뜻도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장을 익히려는 무모함이 학력저하의 '원흉'이라고 생각한다. 국어 어휘의 70%, 학술 용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한자어인데도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재미 한국인 과학자'의 '재미'가 무슨 뜻인지 물었는데 5%만 답을 제시하더라. 정확한 사고는 정확한 단어의 사용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모든 공부도 결국은 어휘력에서 결정된다. 
 
▲ 일반 사전과 다른 점은.
= 이 사전은 국어사전과 한자옥편, 여기에다 플러스 알파를 더한 신개념의 한자어사전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타원’(楕圓)이란 단어에 대해 기존 국어사전에는 수학적 정의만 싣고 있지만 이 사전에서는 왜 ‘楕’와 ‘圓’ 이 두 글자를 썼는지 알기 쉽게 풀이했다. 옥편을 찾지 않아도 훈(訓)을 알 수 있도록 했고 수학적 정의에 앞서 ‘길쭉한[楕] 동그라미[圓]’라는 속뜻(morphological motivation)을 제시해 놓았다.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이어도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학과 공부와 한자 공부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 어떤 원리를 도입한 것인가.
=여기에는 LBH교수학습법을 비롯해 '형태론적 유연성 이론, 합성어 습득 이론, 한자어 힌트 특질, 어휘습득의 징검다리 이론, 되새김 학습법' 등이 반영돼 있다. 징검다리 이론이란 기존 사전들이 갖고 있는 낱말(W)의 뜻을 정의(D)하는 2단계 풀이과정을 낱말->훈(형태소)->속뜻->정의로 이어지는 4단계로 나눈 것이다. 예를 들어 ‘갈등(葛藤)’의 훈은 칡 ‘갈’, 등나무 ‘등’이며 속뜻은 “칡덩굴과 등나무 덩굴처럼 서로 뒤얽혀 있다”로 풀이되고, ‘견해·주장·이해 등이 뒤엉킨 반목·불화·대립·충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 정의할 수 있다. 이 모델은 역으로도 활용된다. 되새김 이론은 언어도 항상 되새김질하듯이 복습해야 한다는 학습법을 말한다. 시골에서 자란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것이다.

▲ 학습효과에 대한 반응은.
=벌써부터 초중고 교사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웃음). 교수자 입장에서는 이 사전만 있으면 한자 지식의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시간적·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다. 형태소의 의미를 풀이하고 있는 ‘자전적 기능’, 그리고 단어의 의미를 풀이하고 있는 ‘사전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국어 사전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한 바 있는 민족사관학교 이돈희 교장은 “한자어 지식이 모든 과목의 학습에 직결되는 것임에도 지금까지는 학습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는데 다행히 이러한 문제들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개발되었다”라고 추전사에서 밝혔다. 내 제자들도 과외활동을 하면서 ‘미분(微分)’을 작을 ‘미’ 나눌 ‘분’, 자꾸 작게 나눔이라는 뜻으로 해석했더니 훨씬 재미있고 이해를 빨리하더라는 얘기를 전했다.

▲ 기대와 전망은.
=이 사전에 수록한 어휘의 수는 표제어 39,420개 부속어 18,175개 총 57,520개이다. 공교육과 어문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실용 어휘만을 엄선했다. 기존의 국어사전에 등장되는 2음절 이상의 모든 한자어를 수록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각종 교재에 등장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전문 학술용어의 경우 최대한 수록했다. 이 사전을 활용한 자기주도 학습으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도 줄어들기를 바란다. 학교 공부에서 수없이 마주치는 한자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해함으로써 모든 과목 공부에 재미와 자신감이 생겼다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전국에서 들려온다면 그 기쁨보다 큰 것은 없을 것 같다.

부미현 기자 (mhbu@unn.net) | 입력 : 07-11-01 오후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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