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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폴리페서, 그 빛과 그림자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제17대 대통령 선거 캠프에 어느 때보다 많은 교수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심지어 중앙대는 현직 총장이 특정 정당의 선대위원장급 역할을 맡아 교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회현상이다.

폴리페서는 ‘정치’를 뜻하는 ‘politics’와 ‘교수’를 뜻하는 ‘professor’를 결합한 단어다. 폴리널리스트는 정치와 저널리스트가 혼합된 새로운 단어다. 정치를 매개로 교수, 기자가 구분없이 어울려 새로운 개념의 직업군이 등장한 셈이다.

이런 단어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방향의 부산물인지, 시대에 역행하는 한국의 정치·사회적 병폐가 만들어낸 기형물인지는 평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선택을 ‘학문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그냥 지켜만 봐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가.

우선 정치를 정치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각계 전문가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정치권의 스펙트럼을 다양화한 점은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과거 정치가 지역적 기반을 토대로 보스정치와 일부 정치꾼들의 전유물이었다면 학계와 언론계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직군은 더욱 다양해졌다.

폴리페서의 전문성을 행정과 정책에 직접 적용해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교수들의 전문성과 사회적 식견과 판단이 정치판에만 전전한 정치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을 수 있어 국가 발전차원에서도 이득이 될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제의 본격적인 도입으로 선거가 잦아진 만큼 선출직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는데, 그나마 학계와 언론계에 검증된 인사 군이 이런 수요를 메워줄 수 있다는 것은 눈여겨 볼 만하다.

하지만 이처럼 긍정적 요소들은 추상적인 반면 부정적 요소는 매우 구체적·현실적이어서 문제가 많다. 긍정적 요소가 개인별 양식과 정치적 소양에 따른 편차가 심하다면 부정적 요소는 개인편차와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학계·언론계 전반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우선 폴리페서의 등장은 학문연구풍토를 저해하고 학계의 권력지상주의를 부추기게 될 것이다. 운이 좋으면 나중에 ‘한 자리’ 꿰찰 수 있는 사실을 아는 폴리페서들이 학문을 버리고 권력을 쫓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언론에 드러난 폴리페서나 폴리널리스트보다 드러나지 않은 채 특정 당과 특정후보를 돕는 것. 심지어 수면 아래에서 참모 노릇을 하는 숫자가 더 많다는 주장도 있으며, 통계로 잡히지 않을 뿐 학계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이야기다.

이들은 공정과 객관을 내세운 저널리스트, 프로페서로 보이고, 각종 토론회나 대중매체에 마치 초연한 입장에서 특정 논리를 전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보면 특정당과 혹은 특정후보의 물밑 참모 노릇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것은 여론을 왜곡하는 것이고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는 이중 행각일 수 있기 때문에 폐해가 만만찮다.

무엇보다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할 언론계, 학계가 정치판화 되는 것은 정당한 권위와 신뢰의 손실을 의미한다. 이 경우 상아탑은 결국 대선캠프의 하부구조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7-11-05 오전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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