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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칼럼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재무예산실장
[최연구 칼럼] 최연구
[기고]대학은 창의적 지식공간 돼야
통합과 융합, 다양성이 토양 역할
대학부터 바뀌어야 사회도 바뀔 것
창의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창의교육’에서 ‘창의시정’, ‘창의한국’에 이르기까지 창의성은 경쟁력의 원천으로 주목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전에 없이 창의력을 강조하고 있다. 창의성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창의적’이라는 말은 무언가를 만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기존의 것을 답습하거나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고 새로운 뭔가를 만든다는 것이다. 실증적 연구들에서 발견되는 사실은 창의성이 여러 분야 간의 접목이나 융합 등에서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분야에서 특정기술을 갈고 닦아온 전문성을 가진 장인보다는 오히려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거친 이른바 ‘통섭형’ 인간에게서 더 많은 창의성이 발현된다. 순수성보다는 잡종에서, 전문화보다는 연계통합에서 창의적 산출물이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

네트워크 사회를 설명하는 법칙 중 ‘카오의 법칙(Kao's Law)’이라는 것이 있다. "네트워크에서의 창의성은 네트워크의 다양성에 비례한다"는 법칙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생각과 관심이 만나면 그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이 만나는 것이 창의성의 출발점이다.

프란스 요한슨은 아이디어와 생각의 교차점이 창조와 혁신이 일어나는 지점이라 주장하며 르네상스시대를 연 메디치가를 예로 들었다. 르네상스의 주체였던 이탈리아의 메디치가문은 15세기 피렌체에서 창조와 혁신의 온상지였다. 메디치 가문의 최전성기인 로렌초 데 메디치(1449-1492)시기, 어린 미켈란젤로를 받아들여 숙식을 같이하며 그의 천재성을 꽃피웠다고 한다. 메디치가의 후원아래 서로 다른 분야의 재능과 지식을 갖춘 과학자·예술가·시인·철학자들이 활발히 교류하였고 그 과정에서 창조적인 결과물들을 내놓았는데 이것이 근대 르네상스를 이끈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여러 분야의 만남과 협력을 통해 창조적 결과물이 생성되는 것을 그는 ‘메디치 효과’라 불렀다.

서로 다른 영역간의 자연스런 만남이 권장되고, 일상에서의 일탈과 학문적 분방함이 활발한 사회는 창의성을 키워주는 사회이다. 반면 순수성이 강조되고 다양성이 말살되는 전체주의적 사회에서는 창의적 문화가 꽃필 수 없다. 서로 다른 영역간의 소통과 만남은 창의성을 꽃피우는 기반이다. 문과와 이과가 분리되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각자 높은 벽을 쌓고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다면 창의성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창의성의 비결은 다양성과 경계 넘나들기에 있다. 경험·사상·방법의 다양성은 창의성의 밑거름이고 서로 다른 사고·개념·아이디어·기법·사상의 융합은 창의성의 원동력이다. 창의적인 사회는 이질적 사상과 개념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서로 다른 영역들이 소통하고 만나는 사회이다.

대학부터 소통과 대화를 통해 분방한 지식공간이 되어야 한다. 대학은 자유로운 담론과 괴짜 같은 발상, 기발한 사상이 권장되는 곳이 돼야 한다. 권위적이고 엄숙한 분위기, 분야 간 분절이 두드러진 환경에서는 창의적인 생각이 자랄 수 없다. 다양한 학문이 공존하고 대화할 수 있는 대학은 창의적 지식사회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다. 대학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 대학부터 창의적 학문현장이 되면 우리사회는 창의사회로 거듭날 수 있다.
최연구 칼럼 | 입력 : 07-11-05 오후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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