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도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찾기 쉽지 않다. 토익 학습서, 전공교재, 참고서적을 제외하면 학생들의 손에 책이 잡히는 날이 몇일이나 될까?
한 대학 도서관이 이처럼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이지만 책다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행사를 마련했다.
'독서후기' 코너. 숭실대 도서관이 지난 여름 학생들을 위해 오픈한 독서감상문 행사다.
숭실대 도서관 박영철 운영팀장은 "도서관이 단지 독서실이 아니라 학생들의 정서를 함양하고 지혜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연중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출판사들은 이 대학 도서관의 의지를 받아들여 선정된 우수 도서를 학생들에게 지원해주기로 했다.
학생들은 도서관이 이렇게 마련해준 책을 읽고 감상문을 썼다. 신청하는 학생들의 수는 점차 늘었으며 당초 준비된 20명분의 책이 학생들의 신청 쇄도로 사전에 소진돼 버리는 바람에 출판사에 도움을 청해 50권으로 늘려야했다.
숭실대 도서관 홈페이지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독서후기코너'에는 하나둘씩 감상문이 올라왔다. 올라온 감상문을 클릭해 읽는 학생들의 수도 늘었다. 이렇게 올려진 감상문 중에 당선작 1편을 뽑아 이 대학 신문에 게재했다. 1기 위즈덤하우스가 제공한 '경청'을 읽고 감상문을 올린 컴퓨터학부 박근택(2년) 군이 주인공이다.
박 팀장은 "처음부터 이렇게 호응이 좋을 줄 몰랐다"며 "학생들에게 책과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 도서관의 역할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서 커뮤니티에서도 이 대학 도서관의 '독서후기' 행사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사서들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라며 "벤치마킹할만 하다"고 댓글을 달았다. 한 사서는 "내년에 우리 대학에서도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 하지만 우리처럼 소규모 대학과도 출판사들이 제휴를 해줄지 모르겠다"며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림: 숭실대 도서관 홈페이지의 독서후기 클럽]
지난 7일 제2기 독서후기 신청이 마감됐다. 워낙에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인기가 높아지는 바람에 신청서에 행사 참여 소감을 제대로 써야만 책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는 21세기 북스가 '육일약국 갑시다'라는 책을 이 대학 학생들을 위해 지원했다.
신청자로 뽑힌 학생들은 내달 2일까지 독서후기를 올려야하지만 감상문을 쓰지 않은 경우 향후 도서관 행사 참여가 어려워진다. 단순히 책을 나눠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독서를 할 학생들을 위해 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박영철 운영팀장은 "신청하는 학생들이 많아 되도록 새로운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가능하다면 학기중에 2번 정도 시행하고 방학 중에도 행사진행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또 "학생들의 호응이 뜨거운 만큼 도서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같은 행사를 마련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도서관이 나서니 학생들이 책을 펼치게 되더라." 도서관이 박차고 나서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