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최근 대학 산학협력단에서 설립하는 기술지주회사 관련 사항을 규정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산학협력단은 대학 보유기술의 사업화를 목적으로 자본금의 50% 이상을 출자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기술지주회사는 다른 회사(자회사)의 주식을 소유해 지배하는 구조를 갖는다. 기술지주회사가 사업화할 수 있는 범위에는 특허법 등 관련 법률에 등록된 특허권과 실용신안권·상표권 등 지식재산권과 출원 중인 권리·정보·노하우 등이 폭넓게 인정될 전망이다. 특히 기술지주회사에서 받은 이익 배당금은 대학 연구시설 및 기자재 구입·운영·유지·보수와 연구개발 기획, 성과 보상업무에 사용하도록 해 수익금이 대학 연구개발에 재투자되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대학이 영리활동을 하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기술지주회사가 설립되면 당장에 엄청난 수익을 대학에 안겨줄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 판단하건 기술지주회사와 관련된 법률안 통과가 대학사회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데 있어 해결해야 할 수많은 선결과제를 남겨둔 게 객관적 현실이다.
우선 대학이 보유한 기술의 독자성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 대부분 대학에서 연구개발 활동은 정부 지원예산이 90% 가량을 차지하고, 그 나머지도 산업체 및 기타 비영리법인 등에서 지원받고 있다. 따라서 연구 결과로 발생하는 기술의 상당 부분이 예산의 투자주체와 연결되어 있어 독자적으로 활용이 어렵다.
정부 예산으로 대학에 지원하는 연구 과제는 기존의 정부기술료 규정으로 인해 임의 처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술료도 납부해야 한다. 대학이 기술을 독자적으로 다룰 수 없는 이상 지주회사나 자회사에 기술을 출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기술 출자는 시장상황에 맞는 가치평가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기술료를 정부출연금의 20~30%로 정하고 있어 출자를 위한 기준도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출자에 관한 법률안은 대학이 지주회사에 50% 이상을 출자하고, 민간기관은 이에 상응해 출자하도록 정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기술을 생산하는 대학이 지주회사에 기술을 증자 출자할 경우 ‘과연 민간기관이 증자 규모에 맞는 출자를 계속할 것인가’ 하는 현실적 문제가 발생한다.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민간기관이 지속적 투자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주회사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또 자회사의 지분 중 20%를 지주회사가 보유하게 되는데, 민간기관의 입장에서는 같은 돈을 자회사보다 지주회사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므로 자회사의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자회사의 성공에 따른 배당이익을 받는 것이 자회사 한군데에 투자해서 받는 배당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자회사의 대표이사를 교수로 할 경우, 내부적으로는 겸직허용에 관한 문제가 생긴다. 이 문제는 1999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서 교수창업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대부분 대학이 신중하게 허용 여부를 판단해왔다. 각 대학의 상황에 따라 해법을 달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술이전이나 교수 창업, 자회사 설립과의 관계 정립은 또 다른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기술지주회사는 자연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부금 모금이 쉽지 않은 대학사회의 현실에서 ‘근거 있는 기부와 투자’가 대학을 좀 더 건강하게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없지 않다. 다만 대학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무분별한 기술지주회사 설립이나, 설립 초기에 성급한 수익 창출 요구는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제도가 오히려 대학의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