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정해년은 대학발 뉴스가 온 사회를 들끊게한 해였다. 대학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로스쿨 총 정원, 학생선발 자율권을 둘러싼 정부와 대학간의 끊임없는 갈등, 줄이은 총장들의 불명예 퇴진 등 시련의 한해이자, 도전의 한해이기도 했다. 특히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위조로 불거진 ‘가짜 학위’ 파문은 사회 각계의 허위 학력자 발각과 자백으로 확산됐다. 본지는 2007년 대학뉴스를 갈무리하는 ‘키워드로 본 2007년 대학’을 소개한다. <편집자>
◆ 로스쿨 유치경쟁과 정원 공방 = 사활을 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유치 경쟁이 대학가를 뜨겁게 달구었다. 로스쿨 유치에 따라 대학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대학들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투입, 교수영입과 시설투자에 나섰다. 법대 교수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교수 몸값이 치솟았다. 가장 큰 쟁점 사항은 로스쿨 총 입학정원. 법률 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는 최소 2500명~3200명 이상은 돼야 한다는 교육계와 시민단체의 요구는 1200명~1500명을 주장해온 법조계의 주장과 격돌했다. 교육부가 2009년 개원 입학정원을 법조계 요구 수치에 근접한 1500명으로 결정하자, 대학들은 “법조의 기득권을 옹호한 사법개악”이라며 거세게 반발, 법대학장들이 로스쿨 신청 집단 거부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결국 교육부는 개원 첫 정원을 2000명으로 확정, 41개 대학이 로스쿨 유치에 도전장을 냈다. 성패는 다음달 말 25곳 안팎의 로스쿨 예비대학 선정 결과 드러난다.
◆ 신정아와 학력위조 연쇄 파동= 동국대 조교수 특채임용에 이어 서른여섯 살에 광주비엔날레 공동감독으로 선임되었다가 가짜학위가 들통나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사건은 2007년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광주비엔날레 감독으로 선임된 후 불거진 예일대 박사학위 취득은 결국 가짜로 밝혀졌고, 신씨는 한순간에 신데렐라에서 유치장에 구속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여기에다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정아를 비호했다는 사실까지 얽히면서 신정아 사건은 ‘권력형 비리’로까지 치달았다. 신정아 사건과 함께 김옥랑, 이지영, 윤석화, 장미희 등 각계각층 인사의 학력위조가 다발적으로 밝혀지면서 ‘학위 맹신’이라는 우리사회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학가는 물론 중앙부처, 자자체, 일반기업까지 ‘학위검증’ 칼바람이 몰아쳤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9월부터 학위검증 서비스를 시작, 총 1만여건이 넘는 검증의뢰를 받기도 했다.
◆ 3불정책 · 내신반영률 대립 = 정부의 ‘3불 정책’ 고수에 서울대가 “대학 경쟁력을 가로막는 암초같은 존재”라며 불을 댕기자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3불 정책 폐지’ 입장을 공식화, 학생 선발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적으로 확대됐다. 2008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일부대학들이 학생부 3~4등급 이상을 모두 만점처리하는 방안이 알려지면서 내신 반영비율을 놓고 실질이냐 명목상 비율이냐를 놓고 대학과 정부가 또다시 격돌했다. 교육부는 ‘올 정시모집에서 실질 반영비율을 30% 수준으로 맞추고 단계적으로 확대해 달라’면서 30% 미만인 대학에 대해서는 제제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등급제가 첫 시행된 올 정시모집에서는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라는 지적이 제기, 수험생이 등급제 무효 소송을 내기도 했다.
◆ 명문대 총장 잇단 불명예 퇴진= 시민운동 대표주자로 첫 서울대 출신 고대 총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필상 고려대 전 총장은 제자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 논문 중 6편 표절·2편 중복 게재 사실이 드러나 56일만에 불명예 하차했다. 정창영 연세대 전 총장은 부인 최윤희씨가 치의학과 편입학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의를 표명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대학의 부정 편입학 전반으로 검찰수사가 확대됐다. 교육부가 수도권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편입학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연세대를 비롯해 거의 모든 대학에서 크고 작은 편입학 비리가 드러났다. 양현수 충남대 총장은 연구비 등 금품 비리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2600만원을 선고받아 ‘뇌물 총장’으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 대선판 참여 '폴리페서' 논란= 17대 대통령 선거라 치러진 올해, 정치 바람은 대학가에서도 거셌다. 범여권 대안으로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출마 직전까지 고심했지만 현실의 벽을 절감,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에 반해 정근모 전 명지대 총장은 참주인연합 후보로 뒤늦게 대선 레이스에 합류, 고작 0.1%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대선의 해에 맞춰 대선 주자에게 줄을 댄 교수들, 이른바 ‘폴리페서’도 논란에 휩싸였다. 유력 대선 주자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진영에는 1000여명에 가까운 교수들이 들락거리기도 했다. 공무원 신분인 국·공립대 교수들은 물론 현직 대학 총장들까지 거리낌 없이 대선 후보의 캠프에 합류했다. 이명박 후보의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맡았다 학교 안팎에서 논란이 많았던 박범훈 중앙대 총장이 대표적인 예다.
◆ 대학 통폐합과 구조조정= 정부 재정지원을 뒤에 엎은 국립대학 통·폐합이 난항 속에서도 계속됐다. 전북대와 익산대학이 통합한 ‘전북대학교’가 2008년 3월 출범하며, 경북대와 상주대 역시 다음달 중 교육부와 이행협약을 체결하고, 3월부터 통합 경북대로 출범할 예정이다. 제주대와의 통합에 반발, 제주교대 학생들의 수업거부로 집단 유급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제주교대는 24일부터 수업을 진행시키겠다고 밝혔다. KAIST와의 통합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어온 한국정보통신대(ICU)는 통합을 반대하던 허운나 총장이 퇴진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KIAST와의 통합을 결정했다. 서남표 총장은 정년 보장 심사에서 연구 실적이 미흡한 교수들을 무더기 탈락시키고, 학생들에게 학점에 따라 차등적으로 수업료를 받기로 하는 등 KAIST발 구조개혁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 '개방이사 갈등' 사학법 재개정= 사립학교법 재개정안이 지난 7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개방이사 선임 방식을 대학평의원회에서 2배수 추천하도록 한 것을 대학평의원회에 새로 만든 ‘개방이사추천위원회’가 2배수를 추천하도록 바꿨다. 재단이 개방이사 선임과정에서 참여하고 최종 선택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학교법인 이사장이 다른 학교 법인의 이사장이나 학교장을 겸직하는 것도 허용했다. 임시이사 파견 요건은 까다로워지고, 임시이사의 임기도 3년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사학법 재개정을 주장해 온 쪽은 개방이사 제도의 완전 폐기를 요구하고,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사학법이 유명무실화 됐다”며 반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 세계대학 평가 '한국 수모'= 올해 세계 대학 평가에서 우리 대학 중 그나마 가장 나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서울대가 영국 더 타임즈 순위에서만 51위로 상승했을 뿐 중국 상하이자오퉁대 세계 500대 대학 순위에서는 150위권 밖에서 서성였고 미국 뉴스위크지 글로벌 대학 순위에서는 아예 이름이 빠졌다. 교수나 졸업생의 노벨상 혹은 필즈메달 등의 수상실적도 없고 외국인 교수나 해외 유학생 비중도 턱없이 모자라며 영미인 위주의 동료평가로는 우리 대학들이 상위권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대학들의 항변. 그러나 평가지표가 불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여도 단지 ‘핑계’처럼 들릴 것이 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외국인 교수의 채용을 늘리고 유학생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한편, SCI 논문 발표 등 ‘실적’을 높일 것을 교수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 제2캠퍼스 건설 바람 = 대학들의 캠퍼스 늘리기가 본격 추진됐다. 송도 국제도시에는 인천대·연세대 입주가 확정됐고, 다음달에는 가천의대·고려대·서강대·인하대 입주 여부가 결정된다. 행정중심복합도시에는 고려대가 행정도시내 대학설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파주에서는 이화여대가 99만여㎡ 규모로, 서강대가 198만여㎡ 규모의 글로벌 캠퍼스를 추진 중이다. 유명 대학 유치에 나선 지자체에 대해 지역대학 홀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중앙대는 하남시 미군공여지 그린벨트 지역에 30만여㎡ 규모의 글로벌 캠퍼스를 설립하고, 성신여대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제2캠퍼스 건립을 추진한다. 한편 단국대는 50여년 동안 머물렀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을 떠나 용인 죽전에 터를 잡았다. 단국대가 이전하는 죽전지구 일대 아파트값은 이에 맞춰 일제히 상승해 ‘대학 브랜드’ 효과를 톡톡히 보여줬다.
◆ 지주회사로 대학 수익사업= 교육부가 그동안 규제해 왔던 정책을 완화하면서 대학에 활기가 돌았다. 사립대학이 보유한 적립금의 2분의 1까지 주식 등 고수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 대학 적립금 총 6조 5122억 중 절반인 3조 2561억원이 향후 주식시장 등에 몰릴 전망이다. 산학협력단이 설립하는 산학협력기술지주회사 시행령을 입법예고, 돈 한 푼 없이 기술만으로 자회사를 만들어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좋은 기술만 있으면 대박이 날 수도 있어 고급 기술을 보유한 대학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학교기업을 내부에 가두었던 소재지 제한을 완화하고, 묶어놨던 사업 금지업종 83개를 풀었다. 하지만 그동안 보수적으로 돈을 굴려오던 대학이 곧바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지는 미지수. 대학의 각종 수익사업에 대해 “돈벌이에 너무 집착하면 교육이 황폐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양희·윤지은·김기중 기자 yanghee@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