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열정을 학생들을 위해 쏟고 싶다."
고려대가 새해 신임총장 인선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1년 전 총장취임 직후 표절논란에 휩싸여 중도하차한 이필상 고려대 전 총장
<사진>을 만났다.
지난 2006년 12월 21일 고려대 총장에 취임했던 이 전 총장은 취임 6일 만에 불거진 논문 표절논란으로 작년 2월15일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총 재임기간은 67일. 이후 반년동안의 휴식기를 가진 이 전 총장은 지난해 9월부터 강단으로 돌아와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에게 1년 전 이맘 때를 상기시키자 "스스로에게 가장 아쉬움을 느꼈다"면서도 "대학의 행정책임자로서 학교 발전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의 교수로서 좋은 강의로 학교발전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지난 학기 6개월 만에 강단에 다시 섰을 땐 "무엇보다 학생들이 반가웠다"며 "(강단을) 떠나 있는 동안 나 자신도 모르게 학생들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던 것 같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교수에게 학생을 가르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25년 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해 온 이필상 전 총장은 '학생들에게 다가서고자 노력하는 교수'란 평가를 받아왔다. 3년 전부터 '열린 연구실'을 표방, 수시로 학생들이 찾아올 수 있게 만든 것이 단적인 사례다.
"3년 전부터 교수로서 얼마만큼 학생들과 가슴을 열고 대화 나누었나를 자문하면서, 학생들에게 연구실을 찾아오라고 권유했다."
그렇게 해도 처음에는 학생들이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이에 이 교수는 "강의내용, 진로, 개인적 고민, 시사나 국가경제 문제 등 어떤 거라도 좋으니 물어볼 게 있으면 편하게 찾아오라고 했다"며 "심지어는 교수 연구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하러 오는 것도 좋다고 했더니 그때서야 수강생 중 1/3 정도가 찾아오더라"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 교수는 학생들의 고민이 뭔지 알 수 있었고, 강의내용에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난 뒤 한편으로는 강의실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무거워 졌습니다. 과연 내 강의가 이 학생들의 삶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사회와 인생에 대해 무슨 가르침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했고, 더욱 진지한 자세로 강의를 준비하게 됐지요."
다시 교수로 돌아온 이 전 총장은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할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3불 정책' 중 기여입학제를 제외한 '2불(본고사·고교등급제)'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을 보며 "장기적으로는 (2불 폐지가) 맞지만 공교육을 살리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가 교육 예산을 늘려, 공교육 틀에서도 누구나 노력만 하면 가고 싶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수준이 되고 난 뒤에 본고사나 고교등급제를 폐지하는 게 순서 일 겁니다. 지금처럼 공교육이 무너진 상태에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만 살려놓으면 돈 많은 사람만 좋은 대학에 가는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습니다."
총장 직선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이 전 총장은 "교내외를 막론하고 진정으로 대학을 발전시킬 사람을 찾아내 추대하는 총장선출제도가 돼야 한다"며 "직선제가 과연 그런 역할 다했는가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장은 "그렇다고 간선제가 이를 보장하지도 않는다"면서 "직선제든 간선제든 문제가 있다면 원점에서 고민해 훌륭한 분을 모실 수 있는 총장선출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민간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유한재단 이사로 대외활동을 하고 있는 이 전 총장은 "경영과 경제는 사회적인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을 내릴 수 없으면 죽은 학문"이라며 "강의시간에 가급적이면 우리나라 경제와 세계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이론에 대입시켜 제시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전 총장은 "이제는 교수로 돌아왔으니까 교수의 본분을 지키면서 내 열정을 학생들을 위해 쏟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