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배화여자대학장)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집중조명
을 받고 있는 ‘CEO형 총장’의 대표 인물이다. 국무총리실과 문교부·교육부에서 행정경험을 쌓은 김 회장은 천안대 행정부총장을 거쳐 2005년부터 배화여자대학장을 맡고 있다. 둘 다 공채로 들어갈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전국 148개 전문대 학장들의 협의체인 전문대협의회장을 겸하고 있다.
최근 배화여자대학장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4년제만 생각하지 전문대에 인식이 적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직업교육을 통해 실용적 인력양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형평성 있는 체제와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고, 재정지원 역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고등교육 체제도 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재편해 전문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직업교육 인력양성을 위해 ‘VK(Vocation Korea) 21’사업을 신설하고, 산업대·기술대·전문대를 통합해 수업연한을 자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새 정부 들어 대학 정책이 크게 바뀌려고 하고 있다. 전문대를 총괄하고 있어 생각이 많을 텐데.
“우리나라는 4년제 대학에 있던 교수나 총장들이 교육부 장관이나 부총리로 가면서 정책 중심을 4년제에 두는 경향이 있다. 나도 4년제(천안대)에서 6년 동안 부총장 하다가 전문대를 맡고 있는데, 와 보니 전문대 차별을 새삼 느낀다. 중·고등학교도 아니고 완전히 샌드위치 신세다. 차기 정부에서는 직업교육을 통해 실용적 인력양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형평성 있는 체제와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고, 재정지원 역시 확대해야 한다.”
- 그렇다면 어떤 전문대학 정책을 펼쳐야 하나.
“학제 개편이 시급하다. 고등교육 체제를 두 개의 트랙으로 나눠 이원화해야 한다. 학문과 연구를 중시하는 연구중심대학과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재편해야 한다. 전문대와 산업대, 기술대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통합하고, 수업연한을 제한하지 않거나 1~4년으로 자율화해야 한다.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산업이 활성화가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직업교육이 강화되어야 하는데, 이 같은 구조는 이미 선진 외국대학의 흐름이기도 하다. 우리 지도자들이 4년제만 생각하지 전문대에 대한 인식이 적다. 차기 정부에서는 직업교육을 통해 실용적 인력양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형평성 있는 체제와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고, 재정지원 역시 확대해야 한다.”
- 그렇게 되면 4년제 일반대와 구분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4년제 대학도 연구를 중심으로 한 수월성 교육에 자신 있는 대학은 연구중심으로 가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전문직업인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 중심으로 가야 한다. 4년제도 조그만 대학 많지만, 전문대도 학생수가 1만명, 2만명 되는 곳도 있다. 전문대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질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4년제를 졸업하고 전문대에 다시 들어오는 학생들도 많다. 독일 같은 경우 학생들이 연구중심 갔다가도 나는 전문직업인으로 살겠다, 그러면 자유롭게 두 개를 오갈 수 있다.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지만 금융 분야는 아직도 유럽이 중심이다. 장인정신이 유지되는 직업교육을 하고 있고, 전문인들이 직업 교육을 통해 활발한 활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4년제를 대상으로 한 BK21 사업처럼 ‘VK(Vocation Korea) 21’사업을 주장하고 있는데.
“BK21사업은 연구인력양성 지원사업인데, 전문대학의 VK21사업은 직업교육 인력양성에 초점을 맞춘 지원사업을 해서 실용적인 교육과 함께 현장과 연계된 교육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고등교육을 두 개의 트랙으로 재편하고 기능과 역할에 맞는 재정지원을 하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
- 지금도 실험기자재 구입 등은 정부서 지원하고 있지 않느냐.
“하긴 하지만 전문대 예산이 2500억원밖에 안 된다. 4년제가 200개고 전문대가 148개인데 전문대 예산은 전체 고등교육 예산의 약 7.1% 수준이다. 불평등한 제도뿐 아니라 재정지원도 지금보다 현격한 안배가 필요하다. 실습 필요한 학생들이 제대로 실습해서 산업체에 나가 바로 써먹게 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 학교서도 보강해야 하지만 정부서도 지원해야 한다. 7.1%는 말이 안 된다.”
-4년제 협의체인 대교협에 비해 전문대협의회는 상대적으로 기능이 약한 편인데.
“정부가 전문대를 홀대하니까 협의회도 대교협에 비해 조직이나 기능, 권한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취임하면서 협의회 기능과 역할을 강화시키기 위해 조직을 재정립하고 기능면에서 회원대학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많은 사업들을 진행하기 위해 ‘2010전문대학 발전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열심히 추진하고 있다.”
- ‘2010전문대학 발전 마스터플랜’은 어떤 내용인가.

“우선 전문대의 위상을 좀 높여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겠다. 12월에 열린 교육부총리와 경제5단체장 산·학·관 간담회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예전에는 대교협만 참석했었다. 수업연한 자율화 등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열악한 전문대 재정확충과 함께 학생 등록금 및 장학금 지원 방안, 정부예산 지원방식 개선 등을 추진할 것이다. 인적자원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효율적인 의사결정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대 정책이 강한 힘을 가지고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등 협의회가 전문대학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하도록 바꿔 나가겠다.”
- 배화여자대학은 어떤 분야가 특성화되어 있나.
“우리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영어와 컴퓨터 하나는 확실하게 하고 있다. 각 과마다 원어민을 둬서 일반 생활영어와 직장 실무영어 교육을 강화했다. 컴퓨터도 프로그램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자격증 따는 데 중점을 둔 교육도 강점이다. 유아교육과 식품영양 분야가 아주 우수한데, 조리과는 우리가 세계 1위이다. 지난해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조리대회에서 우리 학교가 대표로 나가 1위를 차지했다. 독일에서 열린 전체 대회에서는 은상을 받았다.”
- 전문대협의회뿐 아니라 배화여자대학도 잘 이끌어야 될 텐데.
“학장으로 온지 3년 됐는데, 겸임교수나 시간강사 자격요건을 박사학위 소지자로 다 바꿔 교육의 질을 높였다. 커리큘럼도 현장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강화해 졸업하면 직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있다. 학과평가에서 최우수에 선정되고 취업도 잘 되니까 이사회도 적극 지원해 준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제대로 된 전문직업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이번 정부에서 확실하게 형평성 있는 정책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 김정길 회장은…△1940년 출생 △배재 중·고교, 연세대 정법대 졸업, 연세대 행정학 석사, 건국대 행정학 박사 △주 독일 대사관 교육참사관, 문교부 대학정책실·국외연구기획지원실장,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장·국제교육진흥원장·국립교육평가원장, 국정교과서(주) 대표이사, 한국교과서연구원 이사장 △천안대 국제대학원장·행정부총장, 배화여자대학장(2005.3~ ), 전문대협의회장(2007.10~ )
대담 : 이인원 본지 회장 / 정리 : 권형진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