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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세계체제 변화 속 논쟁 주도권 잡아야"
이매뉴얼 월러스틴 교수 성균관대 특강

"대학의 미래는 세계체제의 변화 속에서 인식론적 논쟁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정치적 논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세계체제론' 개념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교수는 근대 세계체제가 위기에 직면한 현 시점에서 대학이 적극적으로 인식론적 논쟁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학술대회에서 '대학 :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주제로 강연할 예정인 월러스틴 교수는 미리 공개한 논문에서 대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과학과 철학간의 인식론적 논쟁의 흐름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그는 18세기 무렵부터 대학이 현재와 같은 체제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과학과 철학간의 결별이 시작됐고, 이 가운데서 생겨난 '사회과학' 내에서도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인식론적 논쟁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1945년 무렵부터 2000년까지 대학의 '현재'는 1968년 세계혁명을 기점으로 두 시기로 나눴다.

1945년 이후 대학은 자본주의 세계 경제의 확장에 맞춰 크게 규모가 커졌으며 특히 제3세계를 중심으로 수많은 새로운 대학들이 생겨났고 그에 따라 학문의 분야는 더욱 세분화됐다.

그러나 1968년 세계 혁명 이후 대학은 여러 가지 변화를 맞게 됐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두세기 동안 지속됐던 과학과 인문학의 결별 상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동시에 1968년 이후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 속에 자금난에 직면한 대학은 사유화, 상업화의 길을 걸었고 그 결과 유명 교수들은 대학을 떠나 기업 산하 외부 연구소 등으로 갔으며 낮은 보수를 받는 하급 교수들이 다수의 학생을 가르치는 대학의 '고등학교화'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월러스틴 교수는 "오늘날 대학의 상황은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마침내 인문학과 과학의 결별을 극복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정치적인 측면으로는 세계체제의 한 기관으로서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대학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근대 세계체제가 향후 25-50년 내에 소멸될 수 있는 구조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해온 월러스틴 교수는 이 같은 상황 속에 과학과 철학의 인식론적 논쟁은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월러스틴 교수는 "세계체제가 구조적인 변화시기에 진입한 이 시점에 근대 세계체제의 기본적인 인식론적 전제인 과학과 철학의 개념 자체가 의문시되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라며 "인식론적 논쟁은 구조적 위기의 결과이자 반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학은 인식론적, 정치적 논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입지를 키우거나 아니면 이러한 역할을 포기하고 무관한 길을 걷는 두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이 이러한 역할을 포기한다면 대학은 단지 취업을 위한 자격을 주는 기관 내지는 '어린 성인'들을 치열한 취업시장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보육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대학은 다시 빈사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이 변화하는 상황에 잘 대처해 과학과 철학간의 비생산적인 결별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인식론적 질문을 스스로 제기한다면 그들은 한동안 별개의 것으로 여겨졌던 진, 선, 미에 대한 연구를 다시 통합시키면서 근대 세계체제 위기를 분석하는 데 핵심 기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월러스틴 교수는 "대학이 논쟁의 주도권을 잡는 것은 빈사상태에 빠지는 것보다 훨씬 고귀한 역할이지만 동시에 고도의 지적 작업과 깊은 도덕적인 내면 탐구, 정치적인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모든 대학들이 이러한 임무를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입력 : 08-01-16 오전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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