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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책읽기와 인생의 장기지속 구조
이명원 문학평론가·숭의여대 외래교수


경제성장이 시대정신이라는 표현을 우리는 대선정국에서 흔하게 들어왔다. 실제로 유권자들은 경제성장을 약속하는 이명박 후보의 ‘실용주의’를 선택했다.

새정부가 출범하지는 않았지만, 인수위원회의 활동상을 보면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은 ‘실용’과 ‘경제’로 요약되는 말의 홍수 속에서 살게 될 것 같다.

그런데 ‘경제’와 ‘실용’이라는 말의 홍수 속에 빠져 있는 한국의 청년세대들은 어떤가.

그들은 나아갈 길의 지도나 나침반을 상실한 채 처절한 절망의 하루하루, 혹은 이유 없는 불안 속의 초조감에 빠져 있다.

오늘의 청년세대들은 푸르지 않다. 이들은 중년의 피로감이나 노년의 우울에 적당한 삶의 조건에 속해 있다. 이른바 ‘88만원 세대’의 초상이 그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단지 목전의 목표에만 집중할 확률이 높다. 입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외국어 습득, 각종 봉사활동, 학점관리 등이 오늘의 대학사회를 지배하는 주된 라이프 사이클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책읽기를 권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과거처럼 오늘의 청년세대들이 필독 목록을 정해서 자발적인 독서회를 조직하는 일을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물론 거기에는 이유 있다. 이 사회가 오늘의 청년들에게 권유하는 삶의 방식은 지적 성숙이나 심원한 미래에 대한 설계에 있기보다는, 당장의 노동시장에의 편입, 이를 위한 노동경쟁력 확보, 자기의 이익영역을 제외한 여타 세계에의 무관심을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 권의 시집이나 철학서를 귄유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들 청년세대들에게 그런 책읽기를 권장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오늘의 세계사적 변화는 한 개인의 다원적인 적응능력과 창의성을 요구한다. 공장굴뚝 시대가 아닌 지식경제의 시대에 오히려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상상력’이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오늘의 대학생들이 사회와 세계 전체를 디자인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갖고 있다. 그들은 지금까지의 기성세대가 고민할 수 없었던 고통스러운 난제에 점점 더 직면하게 될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오늘의 인간사회를 규정하는 지구적인 공통의제가 먼 곳의 일이 아닌 바로 자신의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은 과거처럼 한 공동체나 민족, 국민국가의 구성원이 아니라, 지구인으로서 ‘하나의 지구’가 지속되기 위한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제전으로 비약될 확률이 높은 전쟁, 지구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임박한 불안, 지구의 전영역에서 전개되는 이동과 난민적 상황, 이주노동의 보편화 앞에서,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는 사유는 어디서 오는가. 책읽기를 통해서 올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고 있지만, 인생은 각각의 개인들에게 ‘장기지속’되는 것이다. 때문에 ‘단기적인’ 차원에서의 실용적 능력의 확보는 의미 있지만, 거기에 머문다면 자기와 세계에 대한 유기적인 디자인 정신을 발휘되기 힘들다.

대학생들은 실용주의라는 처세방식을 뛰어넘는 지적실험을 앞선 세대보다 더 치열하게 전개시켜야 한다.

그런 지적실험의 가장 효과적인 통로는 무엇일까. 당연히 실용성을 뛰어넘는 형이상학이나 초월적인 시를 과감하게 읽어나가는 모색이 요구된다. 그래야 인생의 ‘장기지속’ 구조를 현명하게 경영할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8-01-21 오전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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