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24일 서울 강동구 한복가게 주인 윤모씨(당시 40세)가 목을 맸다. 미대에 합격한 딸(19)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실패하자 목숨을 끊은 것이다. 지병이 있는 남편 대신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하던 윤씨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네. 힘들고, 날아가고 싶다”고 유서에 썼다.

등록금이 삶을 망가뜨리고 있다. 등록금을 만들려고 대출을 받고 카드빚을 낸다. 이러다보니 중산층은 서민으로, 서민은 신용불량자로 내몰린다. 경향신문이 참여연대와 공동기획한 등록금 시리즈 일환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의 15%가 휴학하고, 80%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이경미 민생팀장은 “정부 학자금 대출을 제때 못갚아 신용불량 딱지가 붙은 대학생이 3400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학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공립 대학들은 3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안을 내놨다. 최대 30%다.
사립대들은 두자릿수 인상안을 제시했다. 사립대의 지난 3년간 인상률은 6%대로, 물가상승률(2~3%)의 3배꼴로 뛰었다. 이에 따라 올해 대학 전 계열 등록금은 1000만원을 돌파할 것 같다. 자녀 둘을 대학에 보내느라 1억원을 빚진 김기수씨(51·경북 포항)는 “등록금 고지서가 저승사자같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물가인상과 국고보조금 감소, 시설투자를 등록금 인상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대학 재단들의 적립금이 6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가 학자금을 대출하고 있지만 그 대상은 전체 대학생 300만명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자율이 7%대여서 상환에 큰 부담을 준다. 관공서와 대기업들이 임직원에게 자녀 학자금을 무상대출하고 있지만 그 대상자는 많지 않다. 학자금 대출에도 양극화의 그늘이 도사리고 있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교육부는 손을 놓고 있다. 등록금 책정권은 대학이 쥐고 있다. 등록금 상환제도 풀린 지 오래다. 방패는 없고 창만 있는 셈이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