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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교수의 '행정보직' 덤인가 짐인가
권태한 광운대 동북아대학장 / 본지 전문위원
연구시간 빼앗겨 희생 불가피
설득.조정으로 변화의 흐름 이끌어야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대학의 중요한 일들을 추슬러갈 행정부서의 장을 교수가 주로 담당한다. 그런데 행정업무는 교수 본연의 업무가 아니기에 일정 기간 동안만 해당 업무를 부가적으로 담당하는 형태의 보직교수제가 운영되고 있다. 이런 제도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아직은 우리나라 대학사회의 주된 흐름이다.

임기가 있는 보직교수의 순환은 수업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대개 방학 중에 이루어진다. 그래서 지금 대학가에서는 임기가 끝나서 연구실로 돌아가는 교수와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보직교수의 자리바꿈이 진행되고 있다.

기업이나 정부와는 달리 대학에서 새로 임명되는 보직교수들에게 보내는 내부의 반응은 대개 두 가지다. 하나는 축하한다는 인사말이고 다른 하나는 수고하시라는 격려의 말이다. 축하 인사에 수고하시라는 격려의 말이 덧붙는 것은 교수가 보직을 부여받는 것이 마냥 영광스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교육과 연구가 본연의 업무인 교수가 보직을 수행하는 데는 개인적으로 큰 희생이 따른다. 강의 내용을 점검하고 전문분야의 학문적 흐름을 따라가면서 연구논문을 작성하는데 사용할 시간을 행정업무에 바침으로써 교육과 연구가 희생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학 행정업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대학의 발전방향을 고민하고 필요한 정책을 적기에 입안하며 행정조직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은 대학 전체 차원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문제는 중요한 두 부분을 동시에 다 잘할 수는 없다는데 있다. 따라서 교수가 보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위해 개인적인 것을 희생하겠다는 희생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부서의 ‘장’에게 주어지는 ‘대우’에만 관심이 있고, 업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신이 없다면 그 결과는 눈에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므로 희생을 각오하지 않는 교수는 보직을 맡지 않는 것이 자신과 구성원 전체를 위하는 길이다.

한편 보직은 대학 전체를 아우르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 만큼 특정 집단에 경도된 업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학내에서 제기되는 주장 속에는 대학 전체의 발전을 염두에 둔 공익적 주장도 있지만 사적 이해관계 집단의 주장도 있다. 따라서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명확한 논리로 불편부당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거나 기존의 정책을 변경하는 데는 이익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있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더 큰 이익이나 더 큰 손해를 보는 집단이 있기 마련이다. 이 경우에는 설득과 조정이 필요한데, 그것은 고스란히 보직자의 몫이다. 그런데 대학은 수평적 조직이고 논리가 강한 사람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설득이 쉽지 않다. 따라서 보직자는 인내심을 갖고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보직자의 역할이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선에서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대학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야 하고 사회를 선도하는 역할도 해야 하기에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읽는 선견지명과 그것을 정책으로 옮기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경쟁을 본질로 하는 글로벌 시대에서는 보직자의 능력과 자세가 자기 대학의 명운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새롭게 보직을 부여받은 분들에게 축하인사와 함께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업무를 당부한다.
한국대학신문 기자 (yanghee@unn.net) | 입력 : 08-01-28 오전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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