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내에서도 입학사정관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가 처음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한 데 이어 경희대, 연세대, 한양대 등도 2009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도입했다. 그러나 미국 등에서는 일반화됐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만큼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학 및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장무 서울대 총장·이하 대교협)는 입학사정관제가 성공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학들, 입학사정관제 준비 만전
입학사정관제가 올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대교협은 지난해 8월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 대상으로 가톨릭대, 서울대 등 10개교를 선정하고 이미 입학사정관제 준비에 나섰다. 지난해의 경우 사업 대상 대학들 가운데 서울대만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지만 대입 자율화가 본격화되면서 타 대학들도 모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 또한 지원 대상교가 아니지만 고려대 등도 입학사정관 전형을 신설했다.
본지 취재 결과 해당 대학들은 입학사정관 선발, 전형방법 마련 등 입학사정관제 준비를 대부분 마친 상태다.(표 참조) 대학들이 입시가 자율화 되자 성급하게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나선다는 일부 비판적인 시각과는 대조적인 대목이다.
현재 입학사정관수는 서울대가 21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대는 입학사정관전형을 지난해 2개에서 올해 4개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인하대와 경북대 등은 입학사정관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입학사정관들은 박사 또는 박사급 연구원들이 대부분이고 서울대는 전원 교수들이다.
입학사정관전형은 학생부, 서류(자기소개서·학업계획서·고교장 추천서 등), 면접 등으로 이뤄진다. 가톨릭대와 경희대는 별도로 토론도 평가한다. 대안학교전형이라는 특수한 전형을 도입한 인하대는 비인가학교 출신에 한해 검정고시 성적을 반영한다. 또한 서울대는 사범대학의 경우 교직적성·인성검사를, 예체능계의 경우 실기고사를 각각 실시한다.
[표-입학사정관제 전형 도입 주요 대학 현황]
대학 |
입학사정관 인원 |
실시전형 |
주요전형방법 |
대교협 지원금액 |
가톨릭대 |
5명 |
잠재능력우수자전형 |
서류, 인터뷰, 토론 |
2억원 |
건국대 |
3명 |
리더십전형
자기추천전형 |
학생부, 서류, 면접 |
1억3천5백만원 |
경북대 |
2명 |
리더십우수자전형
이웃사랑전형 |
학생부, 서류, 면접구술고사 |
1억5천만원 |
경희대 |
4명 |
네오르네상스전형 |
서류
심층면접(분임토의및 집단토론 포함) |
1억3천5백만원 |
서울대 |
21명 |
농어촌학생특별전형
특수교육대상자특별전형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
외국인학생특별전형 |
서류
면접(사범대학은 교직적성·인성검사포함) 실기고사(예체능계) |
4억원 |
성균관대 |
2명 |
리더십전형 |
학생부, 서류, 면접 |
2억원 |
연세대 |
3명 |
연세인재육성프로그램전형 |
서류, 면접 |
2억원 |
인하대 |
1명 |
대안학교전형 |
인가학교-내신, 서류, 면접
비인가학교-검정고시, 서류, 면접 |
1억3천5백만원 |
중앙대 |
3명 |
다빈치형인재전형 |
서류, 심층면접 |
1억3천5백만원 |
한양대 |
4명 |
입학사정관선발전형 |
서류, 학생부, 면접 |
2억원 |
※고려대의 경우 입학사정관전형으로 교육기회균등특별전형과 농어촌특별전형을 실시하며 입학사정관은 추후 채용 예정임.
입학사정관제 성공은 대학가의 몫“수험생들이 성적에 의해 줄세우기식이 돼서는 안 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맞춰 대학진학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어선생님이 되고 싶다면 연세대 사회학과를 가는게 낫나, 경북대 국어교육과를 가는 게 낫나? 경북대 국어교육과를 가는 게 더 빠르지 않나?”(이영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대교협 주최로 제주 칼 호텔에서 열린 ‘입학사정관 직무 워크숍.’ 이 자리에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대학들의 41명 입학사정관들이 참석했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입학사정관들은 진지한 자세로 발표자들의 발제를 경청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제주 칼 호텔에서 대교협 주최로 열린 '입학사정관 직무 워크숍' 장면.
전문가들은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적 시행은 결국 대학과 대교협 등 대학가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즉 대학에 대한 사회적 신뢰 구축, 입학사정관제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에 무엇보다 노력해야 한다는 것.
지난해 서울대가 전국 16개 시·도 진학담당 장학사 및 고교 교사들이 참여하는 ‘고교·대학 연계 협의회’를 구성한 것도 입학사정관제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 결과 서울대는 성적은 낮지만 잠재성과 재능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원자들이 합격,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다.
손민호 인하대 교수(교육학)는 “대학 자율화를 표방한 새 정부 방침이 더욱 가속화될 분위기에서 대학입학전형의 자율화를 위한 기본 조치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더 커질 전망”이라며 “대학도 보다 전문성 있는 인력을 동원해 부지런히 발로 뛴다면 판단 능력을 갖출 수 있으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또한 입학사정관들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영대 연구위원은 ▲입학사정과정에서 자신의 목표와 계획이 확고한 학생들을 우선 합격시킬 것 ▲자신의 인생목표, 본받고 싶은 사람, 장기적인 경력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도록 할 것 ▲진학하려는 학과와 졸업 후 진로에 대해 학생들이 알고 있는 것을 기록하게 할 것 등을 입학사정관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대교협은 입학사정관 직무 워크숍을 개최한 데 이어 오는 4월 말 경에는 입학사정관 관련 국제 컨퍼런스도 개최할 계획이다. 이 컨퍼런스에는 미국 입학사정관들이 참석, 국내 대학들을 위해 다양한 조언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