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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기고] ‘세종’ 브랜드의 가치
김중화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

세종대와 고려대가 ‘세종’이라는 학교 이름의 사용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고려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내에 들어설 고려대 캠퍼스와 청원군 오송생명과학단지 내의 생명공학연구원 부지, 그리고 현 고려대 서창캠퍼스(조치원 소재)를 하나로 묶어 ‘고려대 세종캠퍼스’로 명칭을 정했다.

아울러 세종대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 ‘세종캠퍼스 명칭 선포식’을 진행했다.

이에 맞서 세종대는 ‘세종 캠퍼스’와 ‘Sejong Campus’라는 표장을 고려대가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표장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도대체 ‘이름’이 무엇이길래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동업자(?)끼리 법정 다툼을 벌이며 이름 사용의 권리를 가지려는 것일까.

이에 관한 대답은 브랜드와 소비자의 선택을 테마로 하는 마케팅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마케팅 과정의 핵심은 소비자의 기억 속에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브랜드란 한마디로 사람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낱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브랜드는 소비자가 시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소비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영향력은 궁극적으로 조직의 생존과 번영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소비자 기억에 남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알 리스와 로라 리스라는 브랜드 컨설턴트에 의하면 첫째, 브랜드의 힘은 범위에 반비례한다고 한다. 즉, 한 브랜드에 서로 다른 종류의 제품을 갖다 붙이면 붙일수록 그 브랜드의 힘은 점점 미약해진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는 적어도 수천만개의 브랜드가 있다.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단어의 수는 5만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만일 성공한 브랜드라고 해서 비슷한 제품에 그 브랜드를 사용하면 장기적으로 그 브랜드는 힘을 상실하게 된다.

한 브랜드를 가지고 제품과 서비스계열을 확장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판매를 이끌어 낼 수도 있는 반면,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데는 반대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기억 속에 강력한 브랜드를 형성시키고 싶다면, 브랜드를 확장할 것이 아니라 축약할 필요가 있다. 초점을 좁힐 때 브랜드는 더욱 강력해진다. 브랜드가 나타내는 범위와 초점이 좁혀진다면 결국 활동 가능한 시장을 좁히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강력한 브랜드 형성 전략은 반드시 전제해야 할 것이 있다. 아직까지 다른 기업이 미처 알아채지 못하거나 혹은 그럴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아 돌보지 않은 틈새시장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틈새시장에 기울인 노력에 따라 평균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력해진 브랜드는 손쉽게 좁혀진 시장을 지배하고 석권하며, 선택된 시장과 산업이 성장할 때 선도 기업은 누릴 수 있는 많은 혜택을 받는다. 이럴 때 조직은 강력한 브랜드를 탄생시킬 충분한 유인을 갖는다.

둘째, 브랜드의 탄생과 형성은 광고보다는 홍보에 따라 이루어진다.

광고는 이미 구축된 브랜드의 힘을 유지시켜 주는 데에 더욱 요긴하게 쓰인다. 아무도 모르는 브랜드를 자기 회사가 좋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비싼 광고비를 들여 광고하는 것보다 일반 대중매체가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는 홍보가 브랜드 형성에는 더욱 좋다.

마찬가지로 다른 조직이나 단체, 또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이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에 더욱 효과적이다.

‘세종’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시작하는 고려대의 입장에서는 세종대와의 마찰로 인해 자연스럽게(?) 언론에 보도되는 것 자체가 앞으로 학교의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편으론 반가운(?) 일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끝으로 브랜드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구축된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고 더욱 소중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이름이라 해도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실망하기 시작하면 브랜드 형성의 부정적인 사이클이 작동하여 나쁜 브랜드로 낙인 찍혀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브랜드에 맞는 실적과 고객만족만이 긍정적인 사이클을 형성한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8-03-24 오전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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