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 정문부터 중앙도서관까지 300미터 남짓한 길가에는 모두 37개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나무 사이에 흉물스레 걸쳐있거나 늘어진 채 방치된 현수막도 곳곳에 보인다. 학생식당과 중앙도서관 사이에 현수막걸이대를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다.
37개 현수막 중 동아리 홍보·등록금 인하 요구·학교 공지사항을 알리는 내부현수막은 12개 뿐. 유명 가수의 콘서트·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물품 판매·기업 홍보 등 외부현수막은 무려 25개다.
학생식당 앞 게시판 역시 무법지대다. 응원단이 사용하는 전용 게시판을 제외한 5개 게시판에는 형형색색 벽보가 두 겹 세 겹 붙어있다.
단과대 입구도 마찬가지다. 광고 전단지와 홍보 책자가 여기저기 무분별하게 쌓여 있어 보행을 방해한다.
김모(법학과3)씨는 “학교가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나 학교에 들어와 광고물을 부착해선 안 된다”며 “오죽하면 학교가 외부게시물을 붙이도록 허락해주고 돈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겠나”고 말했다.
최모(경영학과2)씨도 “너무 지저분해 볼 때마다 눈살을 찌푸린다”며 “학교가 적극 나서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캠퍼스 몸살···클린&정보화캠퍼스 운동 대안되나
대학 캠퍼스가 게시물 홍수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행사와 각종 정보를 알리고자 이른바 ‘목 좋은 곳’에는 매일 전쟁이 벌어진다.
떼면 붙이고 떼면 다시 붙이는 숨바꼭질이 이어진다. 게시물을 철거하면 항의가 빗발친다. 대학은 “단속이 어렵다”며 이미 손을 놓은 상태다.
게시판을 대체할 매체를 마련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본지가 전국 27개 대학생 1200명·직원 54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교내 게시문화에 대해 ‘너무 무질서하다’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학생 70.1%·교직원 86.1%에 달했다.
무분별한 게시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학생 51.8%·교직원 80.8%가 ‘정비시스템의 대안’을 꼽았다.
단순히 인식 전환으로 현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통합관리 시스템 도입에 대해 학생 73.1%·교직원 81.3%가 ‘즉시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첨단 매체를 갖추고 문제를 해결하는 대학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클린&정보화캠퍼스 운동’을 추진 중인 한국외국어대·한양대·중앙대·숭실대 등이다.
이들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클린&정보화캠퍼스 운동이 대학 게시문화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클린&정보화캠퍼스 운동, 철저한 준비 통해 추진
클린&정보화캠퍼스 운동은 캠퍼스 환경악화의 주범인 현수막·벽보·게시물을 첨단 디지털 미디어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작업이다.
인키는 인터넷을 결합한 디지털 첨단매체로, 유동인구가 많은 학생회관·도서관·로비 등에 설치하며, 현재 62대학에 608개가 들어와 있다.
LMB는 벽보를 대체하는 대안 매체다. 47인치 풀HD의 LCD 보드가 세로로 세워져 학사정보·게시물·포스터·광고를 내보낸다.
통합신문배포대는 대학 내 배포되는 각종 신문과 정보지의 배포대를 통합, 대학 주요 건물 입구에 설치했다.
옥외LED전광판은 6mx1m 크기로 캠퍼스 주요 통로에 설치, 현수막을 대체하고 있다.
단순히 설치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대학 내에 관리책임자,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A/S 전문가 등이 상주하면서 모든 콘텐츠를 체계적·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한다.
매일 아침 불법 게시물을 단속하고, 게재를 원하는 매체에 정보를 올리는 동시에 전방위적 계도를 펼치고 있다.
지속적인 캠페인을 함께 실시, 캠퍼스 게시문화를 완전히 바꿀 ‘클린&정보화캠퍼스 운동 5개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뜻을 함께 한 대학들은 캠퍼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중앙대에 이어 한양대, 한국외국어대가 잇따라 합류했다.
중앙대는 협정 체결 뒤 곧바로 학생부처장을 팀장, 학사운영과장·시설관리계장·학생지원과장·전산정보처 등 실무진으로 구성한 ‘클린&정보화캠퍼스 운동 팀’을 만들었다.
한양대도 지난 6월 교내 산학기술관에서 클린&정보화캠퍼스 운동 운영팀 개소식을 열고, 적극 협조를 약속했다.
진사로에 있는 곳을 클린 존으로 지정하고 적극 운동을 펼쳐 그동안 숙제를 해결하자, 학보에서 기획 연재를 싣도록 하자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을 정도로 신뢰를 얻고 있다.
■ 클린&정보화캠퍼스 운동, 커뮤니케이션 장 거듭나
클린&정보화캠퍼스 운동은 앞으로 학내 게시물을 정리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한국대학신문 송광섭 부사장은 이에 대해 “70년대부터 이어온 대자보 문화를 접고 양방 간 의견이 표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적극 참여하는 전달매체로 거듭난다는 의미다.
송 부사장은 “현수막 제작하는데 몇 만원씩 드는데, 이를 학생들이 활용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외대 학생들은 지난 밸런타인데이에 LMB에 사랑고백을 하기도 했으며, 생일을 맞아 축하 메시지를 신청해 띄우기도 했다.
단순한 광고나 홍보 전달 매체가 아니라, ‘놀이’의 문화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송 부사장은 “앞으로는 학생들이 제작한 UCC도 올리고, 학내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학생의 뜻을 대변하는 매체가 되도록 하겠다”며 “클린&정보화캠퍼스 운동은 대학 구성원의 ‘공유의 틀’이다.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클린&정보화캠퍼스 운동 확대돼야” |
“LMB에서 자기가 원하는 정보가 나오면 수첩을 꺼내 적거나 계속 지켜 서서 보는 학생도 생겨났어요. 게시문화가 점차 바뀌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많은 정보가 잘 정리되어 게재되기 때문에 눈길을 끈다며, “유용한 정보도 올라오고 있다”고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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