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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대학에선...] 황혼을 불태우는 노교수들
박남기 광주교대·교수 피츠버그대 객원교수

지난해 1년간 연구년으로 미국에 나가 있으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2007년 4월 한국 EBS와 함께 미국 대학의 유명한 교수들은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미국 교수들을 찾아가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강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도 그 중의 하나이다.

<미국 최고의 교수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라는 책의 저자인 켄 베인 미국 몬클레어대 교수와 그의 책에 등장하는 하버드대학과 예일대학을 비롯한 몇몇 대학 교수, 그리고 그 책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학생 교육에 헌신적인 교수를 몇 명 만나볼 수 있었다.

이들을 만나면서 깜짝 놀란 것 중의 하나는 내가 만난 유명한 교수들이 대부분은 우리나라로 치면 이미 정년퇴직을 했거나 정년에 가까운 노교수들이라는 것이었다.

가르침의 대가들인 이들은 대부분 자기 전공 분야에서도 새로운 지평을 연 분들이었다.

70을 넘긴 그들이 아직도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학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강의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의 노년을 그려보았다.

그 때 만난 198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허쉬바흐 하버드대 교수는 이제는 연구자이기보다는 학생들에게 화학의 세계를 새롭게 안내하는 분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자신의 교수법을 체계화시켜 <교양교육(Liberal Education)>이라는 잡지에‘인문학으로서의 화학 가르치기’라는 화학교수법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학 캠퍼스에서 마주친 그는 넉넉하고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큰 실험실에 자기 실험실 공간도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자신은 연구에서는 거의 손을 떼고 학부 학생들과의 만남 속에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노라고 했다.

지난 3월에 방영된 EBS ‘최고의 교수’라는 프로에서 첫 번째로 소개되었던 피츠버그대학 골드시틴 교수는 국제 전쟁사 전공 교수다.

그분은 평생 연구해 온 것을 마지막 순간까지 학생들과 함께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며 강의를 하고 있었다.

70을 넘긴지 오래되었으나 그는 매년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교수로 선정되고 있다.

샹커 예일대 물리학과장에게 가르침에 열정적인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를 물었다. 그는 나이가 들어 연구가 어려울 때에도 아침에 눈을 떠 학교에 가고 싶고, 학교에 와서도 보람을 느끼며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답을 했다.

우연히 신문 기사를 보다 알게 된 르윈 MIT 교수 또한 70을 넘긴 노교수이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교수로 뜨고 있는데 그를 통해 세계의 학생들이 물리학을 새롭게 만나고 있다.

최근 MIT, 예일대, 하바드대 등은 자기 대학의 스타급 교수들의 강의 전체를 녹화한 후 편집하여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물론 공개된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고 해서 학점을 딸 수는 없지만 세계의 젊은이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이며 교육자인 그들의 강의를 통해 딱딱하다고 여겼던 물리학의 세계, 화학의 세계를 재미있게 여행하고 있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강의에 접한 세계 학생들이 그 대학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효과를 본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노교수들이 가르치는 데에 전념하는 또 다른 이유는‘신의 부름을 받아 자기의 삶을 바쳐 연구하고 사랑해 온 자기 전공 분야를 후학들에게 알리고 싶어서’라고 했다.

자기가 보기에 자기 전공영역보다 더 재미있는 연구 분야가 없는데, 어렵다고 생각해 미리 겁을 먹고 피하는 학생들이 많아 이 분야가 얼마나 재미있는 세계인가를 소개하고 안내하기 위해 황혼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자기의 모든 것을 마지막까지 학생들과 그리고 전세계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의 시스템 덕분이다.

미국교수는 종신재직권(테뉴어)을 보장받으면 자신이 원할 경우 정신적·신체적으로 연구와 강의가 가능한 마지막 순간까지 대학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할 수 있다.

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연령에 의한 차별을 금하는 법을 통과시킨 결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여건상 당장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학자들을 모시는 대한민국학술원을 만들어 대우하듯이, 최소한 최고의 교수와 교사를 국가 차원에서 발굴하고 인정하는 시스템을 우선 구축하여 그들만이라도 학생들 곁에서 황혼을 불태울 수 있도록 특별대우를 한다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08-04-07 오전 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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