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사회

목록
프린트 스크랩
[기고] ‘기업집단법’ 제정하자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이건희 삼성 회장이 드디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어 검찰 수사를 받았다.

2000년 6월 법학 교수 43명이 에버랜드 주식 불법 증여사건으로 이 회장 등을 고발한 지 7년 10개월만이다.

이렇게 소환이 늦춰진 이유는 검찰의 늑장밖에 없다. 수사가 시작되면 도피성 출국을 하도록 놔둔 것도 검찰의 책임이다. 삼성의 강력한 로비력이 작용한 것이다.

검찰의 에버랜드 수사결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건희 회장은 죄가 없는 것으로 처리되었다.

삼성에 대한 특검 수사의 내용은 이건희 일가와 그룹 임직원들이 비자금을 조성하여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하고, 불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이건희 회장이 계열회사 상호출자를 이용하여 계열사에 대한 완전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런 무소불위의 힘이 있으니까 임직원들이 이회장의 부당한 지시나 명령이라도 거부하지 못한 것이다.

납품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저항하기 어려운 것도 한두 개의 대기업과 전속거래를 하기 때문인데 이것도 재벌총수의 무리한 압력 때문이다. 일본에서 대기업과 납품업체들 간에 다변화 거래가 일반화되어 있는 것과 다른 점이다.

현대경제에서 대기업의 경제 지배는 불가피한 면이 있으므로 대기업에 대한 재벌총수의 지배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이런 재벌 관련 비리가 없어질 것인가.

우선 갖가지 불법적 행태에 대해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대 자동차 정몽구회장 비자금 조성 등 그동안 재벌의 비리행위에 대해서 계속해서 미온적 처벌에 그쳤기 때문에 불법적 행위가 재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법이나 공정거래법, 금융관련법은 개별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업종간 혼합결합에 의한 경제력 집중과 지배력 남용행위는 규율하기 어렵다.

복합그룹인 재벌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경쟁법, 회사법, 금융관련법은 물론 하도급법, 노동법 등을 모두 포괄하는 특별법인 ‘기업집단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불법 행위에 처벌에서 나아가 재벌총수의 부당한 계열회사 지배를 근절해야 한다.

근본적인 방법은 순환출자를 금지하여 총수가 계열회사의 주식을 통한 그룹지배를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주의 자의적 경영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노동자의 경영참가도 필요하다.

삼성 이회장 수사에서 특검은 상식적 법집행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검찰 고위직들이 삼성의 로비대상이었음이 김용철 변호사에 의해 폭로된 상황에서 삼성 측의 꼬리자르기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허다하게 저질러진 불법행동의 실질적 책임이 이건희 회장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에 대해 불구속 수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증거인멸의 우려만으로도 구속사유가 충분하다.

삼성측은 삼성생명 차명주식을 비롯한 차명계좌를 이병철회장의 상속재산으로 이건희 회장의 소유라고 한다.

그러나 이회장의 지시로 구조조정본부 주도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은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삼성계열사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여 법 집행을 관대하게 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법을 어기면 처벌받는다는 관행을 확립하면 삼성 계열기업의 대외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8-04-14 오전 10:36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