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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성폭력, 교수가 가해자일 때 어렵다”
교수 지위 이용 성폭력 많지만 공론화·징계는 어려워
여성에 대한 인식 바꾸고 교내 상담소 위상 강화해야
한국성폭력위기센터에는 요즘 대학 MT에 참가했다가 성폭력을 당했다는 상담 건수가 부쩍 늘었다. MT 때 벌어지는 술자리에서 선배나 동료로부터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당한 일로 상담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성폭력위기센터의 한 상담원은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MT를 가는 학생들이 늘고, MT에서 과음한 후에 선배에게 강간 등 성폭력를 당한 일로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가의 성폭력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학생들 간의 성폭력 문제는 비교적 해결이 쉽다고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합의로 문제가 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폭력위기센터의 상담원은 “성폭력 문제의 경우 이를 증명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데 학생들의 경우 가해사실을 비교적 잘 인정하는 편”이라며 “그러나 교수가 제자에게 성폭력을 했을 경우, 기본적으로 대학 내서 차지하는 교수의 지위가 높고, 교수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하는 경우도 있어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 교수에 의한 제자 성폭력 문제는 최근에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3월23일 일본의 모호텔에서 있었던 일이다. 일본 어학연수 중인 제자와 술을 마신 모대학 교수는 새벽에 제자의 방을 열고 들어가 속옷차림의 제자를 끌어안았다. 피해 학생은 “교수님이 호텔 직원에게 부탁해 문을 열고 들어와 이불을 젖히고 안으려 해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한 국립대학 00학과 학생들은 신입생 환영회마다 긴장을 한다. 술만 마시면 노골적으로 여학생들과의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는 이 학과 교수 때문이다. 학생들은 여학생들을 이 교수로부터 멀리 떨어진 자리나 남학생 옆에 앉힌다. 이후 이 문제가 공론화 되고 성희롱을 당했다는 여학생들의 진술이 잇따랐지만 해당 교수는 ‘정직 3개월’ 처분만 받았다.

전문가들은 성폭력이 권력 관계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한양대 양성평등센터 노영주 연구원은 “성폭력은 의사소통의 문제이고 권력관계에서 나오는 문제”라며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성희롱 하는 경우는 없다. 항상 힘이 없는 사람이 피해자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석·박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지도교수에 의한 성폭력을 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엔 중앙대 교수가 학과 종강모임에서 석사과정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 교수는 7월에도 자신이 지도하는 박사과정 여학생을 안성캠퍼스 교수회관 숙소로 데려가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재단측이 일부 인정해 지난해 말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성폭력 상담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세에 있다. 특히 교사나 교수에 의한 성폭력 건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성폭력 상담건수는 2002년 2만 6815건에서 2005년에는 4만 6212건으로 급증했다. 이중 교사·강사·교수에 의한 성폭행 건수는 2002년 643건에서 2005년 1109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대학 내에서 성폭력 문제가 일어나면 성윤리위원회나 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건을 조사하고 혐의가 드러나면 징계절차에 들어간다. 교원의 경우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인사 조치로 연결돼야 하지만, 문제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국외대 학생생활상담연구소 정선영 상담원은 “강사의 경우 강의를 안줘서 해고하면 되지만, 교수의 경우 그 사람의 입장과 조직, 강의가 있기 때문에 사건 처리를 질질 끌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한 상담원도 “교수가 가해자일 경우에는 관련 징계 규정이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기가 쉽지 않다”며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도 교수 중심으로 돼 있고, 학교당국도 교수가 가해자면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이 상담원은 “특히 대학 내에서 교수가 행사하는 권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신고자체를 못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대학내 성폭력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피해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성폭력 문제의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장애가 된다.

아주대 성폭력상담센터의 한 상담원은 “한국사회에서는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남성중심적인 이중 잣대를 가지고 오히려 피해여성을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며 “성폭력을 당하기 전에 ‘왜 조심하지 않았느냐’는 눈초리 때문에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의 중 빚어지는 교수의 성폭력 발언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학의 강의실에선 최근까지도 “여자는 시집가는 것이 최고다”라는 여성 비하적 발언에서부터 “여학생은 발표할 때 짧은 치마를 입고 오라”는 등 성적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대학들도 교내 성폭력 예방과 해결에 힘을 쏟고 있다. 관련 예방지침을 만들고 전담 상담창구를 개설하고 있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성폭력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예방 지침(학칙 또는 규정)을 제정한 학교는 312곳이며 335개 대학이 성폭력 전담 상담창구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대학 내 성폭력 전담창구는 대부분 학생처나 여학생처 산하로 돼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들 기관에 대한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연세대 총여학생회 유나 부회장은 “여학생처 산하로 있는 상담실을 독립기구로 위상을 상승시켰으면 한다”며 “그래야 학생들이 상담소를 이용할 때 믿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폭력상담소가 가해 교수에 의해 불이익을 받을 우려도 있다. 한국외대 정선영 상담원은 “대다수 상담실 연구원이나 상담원들이 계약직이거나 조교 신분이기 때문에 교수들이 사건에 연루됐을 경우 겪는 어려움도 있다”며 “교수가 사직하는 게 아니고 감봉조치 등으로 끝나면 불이익이 염려된다”고 토로했다. <대학팀>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8-04-21 오전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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