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4·19마저 외면한 대학들
학생들 “정신 계승” 對 “관심없다”
서울대 총학, 기념 마라톤 등 보이콧
서울대 총학생회가 올해 4·19혁명 기념 마라톤 행사를 거부했다. 연세대는 행사 자체를 열지 않았다.
과거 운동권·비운동권 가리지 않고 함께 달렸던 4·19 마라톤의 전통이 ‘탈(脫) 이념’ 바람에 묻혔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대 중앙도서관 앞 아크로폴리스 광장. 4·19 마라톤 출발선엔 학생 100여명만 서있을 뿐 총학생회 깃발은 없었다. 총학생회가 행사를 보이콧하고 일부 단과대·동아리가 대신 주최한 ‘초미니’ 행사로 치러진 것이다.
총학생회 측은 “시대가 변했다. 학생들의 일반적인 요구 사항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행사 주관을 거부했다고 한다.
총학생회가 4·19 마라톤 주최를 거부한 것은 2006년 비운동권 총학이 들어선 이후 “모든 정치적인 사업을 반대한다”며 거부한 이후 두번째다. 지난해엔 4·19 행사가 부활됐다.
인문대 학생회는 마라톤 행사 개최를 제안했으나 총학 측은 “일부 학생들의 생각을 총학 이름을 내걸고 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아예 올해 4·19 기념 행사를 기획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대학생들의 참여열기가 고조됐던 5·1 노동절이나 5·18 광주 행사도 최근엔 눈에 띄게 시들해진 채 일부 동아리를 중심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대거 출범하며 벌어진 변화이다.
이를 놓고 대학 내에서도 탈정치·개인화에 대한 논쟁이 점화되고 있다. 대학생들이 사회나 공동체 문제에 대해 눈감고 극단적 실용주의로 치닫는 분위기에 대한 논쟁이다.
서울대 박수민씨는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총학생회가 매년 주관해온 4·19라는 역사와 전통있는 행사마저 운동권 사업으로 딱지붙이고 방기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대학 한윤형씨(25·인문대 3년)는 “조금이라도 정치성이 있는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혁명정신을 계승한 민주적 행위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반박했다.
운동권·비운동권 논쟁을 넘어서 한국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했고 헌법 전문에도 명시돼 있는 4·19 혁명을 대학생들이 외면한 데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 조흥식 교수(사회복지학)는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적 특성에다 청년실업 심화로 인해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갑수 교수(서양사)는 “사회변화를 이끌어오던 학생사회가 과거의 동력을 잃어버린 데 대해 안타까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8-04-21 오전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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