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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회 “대입업무 대교협 이양 재검토해야”
윤정일 회장 춘계학술대회서, ‘고교평준화·3불 정책’도 근본적 재검토 요구
대학입시 관련 업무를 정부에서 대학 협의체로 이양하는 방안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식 제기됐다. 그동안 대입 업무를 이양받게 될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제2의 교육부’로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있었으나 이 자체를 반대하기는 처음이다.

한국교육학회 윤정일 회장(민족사관고 교장)은 26일 강원대에서 열리는 춘계학술대회를 앞두고 23일 미리 배포한 강연문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해 대입 업무를 대교협에 이양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울대 사범대학 학장을 지내다 지난 2월 정년퇴임한 윤 회장은 올 3월부터 민족사관고 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과제와 방향’이란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과거 10년 동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지나치게 교육의 공공성, 형평성을 강조했다”며 “세계화 시대에 교육 경쟁력을 높이려면 자율성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는 점에서 새 정부 교육정책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그러나 “객관성과 공정성 보장을 위해 대입 업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이양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며 “이익단체 성격의 대교협이 대학입시를 포함한 대학 관련 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신 “고등교육 정책, 대학입시, 재정지원을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을 새로 설치해야 한다”며 “고등교육 전문가, 각계 인사 등으로 ‘고등교육위원회’를 구성해 자율성과 책무성을 가지도록 방송위원회와 같은 권한을 부여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윤 회장은 이와 함께 고교평준화와 3불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윤 회장은 “대입 자율화는 고교평준화정책과 상충될 수도 있고, 3불 정책과는 정면 충돌된다”며 “대입 자율화는 고교평준화정책, 3불 정책과도 직결된 것이므로 이 두 정책의 보완책이나 개선책과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특히 3불 정책에 대해 “새 정부가 대학에 학생선발의 자율권을 부여한다고 했을 때 지난 참여정부에서 강력하게 규제했던 기여입학제와 고교등급제, 대학본고사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있어야 하다”며 “폐지인지 아니면 3불 정책이 계속 유효한 정책인지에 대한 새 정부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대학입시를 자율화하는 경우에도 기여입학제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면서도 고교등급제에 대해서는 “용어선택이 잘못돼 거부감을 갖게 하는데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고교특성 반영’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며 “평준화를 적용받지 않는 학교는 내신등급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고교 특성을 대입전형에 반영하는 제도를 학력연좌제라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실적으로 엄연히 학교 간에 성적 차이가 있는 것을 차이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가”라고 지적, 사실상 ‘고교등급제 폐지’를 주장했다.

‘대학 본고사 금지’ 역시 풀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그는 “교육평가기관에서 신뢰성, 변별력 있는 평가결과를 대학에 제공할 수 있다면 대학 본고사(국영수 위주의 대학별 고사)를 허용해도 실시하고자 하는 대학은 없을 것”이라며 “대학에 본고사를 실시하지 말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교육평가기관에서 대학별 본고사가 필요 없을 정도의 평가결과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와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영어 공교육 프로젝트와 관련해 “자칫 영어학원 설립 등 사교육이 증가할까 우려된다”며 “우선 영어수업을 영어로 할 수 있는 교사 확보가 시급하며 이를 위해 교대와 사범대의 영어 교수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그는 “지역이 먼저 발전해야 좋은 학교가 발전할 수 있다”며 “이미 고교 유형의 다양화가 상당히 이루어진 상황에서 새로운 학교 수를 늘리기 보다는 기존의 특성화고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윤 회장은 “대선 공약을 소홀히 할 수는 없지만 모두 실천하려고 하거나 대선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던 교육정책과제에 무관심해서도 안 된다”라며 “특히 선진국 수준의 교육재정 확충, 고교 평준화 정책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3불 정책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형진 기자 (jinny@unn.net) | 입력 : 08-04-23 오후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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