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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실용’ 없는 실용외교
이철기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가 서로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한미동맹관계를 한 차원 격상시켰다는 자평이다.

전략적 동맹관계 구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비준 추진, 주한미군 추가 감축 중단, 한국의 미국산 무기구매국 지위 향상 등을 성과로 꼽고 있다.

반면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실용외교를 내세웠지만 실제로 얻은 것은 없는 ‘미국 퍼주기외교’ ‘조공외교’라는 혹평이다.

게다가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과 여론의 역풍도 심상치 않다.

정부는 한미동맹을 ‘21세기 전략동맹’으로 격상키로 한 것을 최대 성과로 꼽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한반도 평화를 해치고 우리의 안보환경을 크게 악화시킬 독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21세기 전략동맹’은 미국 세계전략틀에 공고한 편입과 외교안보정책의 대미종속을 심화시킬 것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미·일 3각 안보체제에 편입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원하지 않는 지역분쟁에 휘말려들게 되고, 중국과의 불필요한 군사적 대립을 유발시킬 수 있다.

‘동맹강화’를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지금 우리는 6자회담에서 북한핵문제 해결을 협상하고 있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전환을 통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동북아에 다자적 틀의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과제들은 동맹강화라는 편가르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다자적 틀에서 논의되고 접근해야 할 문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안의 연내 비준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도 현실을 도외시한 자평에 불과하다. 정말 조기 비준을 원했다면 의회지도부와 민주당 지도자들을 만나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설득했어야 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민주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대선에 미칠 경향 등을 고려할 때 비준안이 연내에 미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의 경우 의회가 조약안의 수정을 요구할 권한이 있다. 우리의 가장 큰 카드였던 쇠고기 시장 개방을 그냥 내던진 꼴이어서, 미 의회가 재협상과 수정을 요구하면서 압박할 경우 자동차 시장 개방 등 추가적인 양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퇴임을 앞둔 부시와 여러가지 합의하고 온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같은 시기에 미국을 방문한 고든 브라운 영국총리가 오마바와 힐러리, 매케인 등 대선후보들을 영국대사관에 초청해 환담을 나누고 우호관계를 다진 것과 비교된다.

한편 일본 후쿠다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에서는 한일 신시대를 개척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셔틀외교를 복원하기로 하는 등 소원했던 한일관계를 개선하기로 한 것은 성과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에 대한 면죄부만 준 것이 아닌가하는 비판의 소리도 높다. 역사교과서 왜곡과 독도 영유권문제는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이고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과 일본 순방이 실용외교를 내세웠지만 실제로 소득은 없고 소리만 요란하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철학, 장기적인 목표와 전략이 없는 실용주의는 즉흥적 정책과 임기응변식의 대응만을 낳을 뿐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8-04-28 오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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