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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쓰지마!”, 기숙사 새 풍속도
영어·일어 등 ‘외국어 전용’ 운영대학 늘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어학능력 향상에 큰 몫
지방 소재 대학들을 중심으로 한 외국어전용기숙사 열풍이 대학 기숙사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외국어전용기숙사는 양질의 외국어 교육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국제화 정책 가운데 하나로 주로 영어전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서강대·경상대·계명대·한림대·한동대 등이 3~6년 전부터 운영해 오고 있으며 이번 학기 들어 한국외대·한국기술교육대 등이 문을 열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도 현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대학 내에서 외국어 교육이 강의실을 넘어 기숙사라는 생활 공간까지 침투한 것은 일상에서 자유롭게 외국어를 구사하게 함으로써 언어 활용 능력도 키우고 타 문화권에 대한 이해도 넓힌다는 취지에서다. 이를 위해 외국어전용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기숙사 내에서 해당 외국어 사용과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의무화 하고 있다. 북미권 대학의 기숙사처럼 자율적인 분위기의 친목 모임이나 파티를 생활화 하고 있기도 있다.

지난 2002년 국내 최초로 영어전용기숙사 ‘켈리하우스’를 설립한 계명대는 현재 중국어기숙사 ‘클릭하우스’(2003년 설립)와 일본어기숙사 ‘지쿠하우스’(2004년 설립)도 운영 중이다. 계명대의 경우 주당 10시간 이상의 어학 수업을 실시하고 2년간 기숙사 내 프로그램을 수료한 학생에게 영어능력인증서를 수여하는 등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매년 교환학생의 80%를 배출할 정도로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기존 기숙사인 벨라미르학사의 2개층을 영어전용기숙사로 운영하고 있는 서강대는 사생들에게 ‘기숙사 내에서는 반드시 영어만을 사용하겠다’는 서약을 받고 있다. 사생들은 매주 자체 영어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어진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외국어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영어회화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이 강의는 단계별로 세차례 수강해야 하며 이중 두 과목까지는 정식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번 학기부터 국제학사라는 이름으로 영어전용기숙사를 운영 중인 한국기술교육대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 미팅과 문화행사를 통해 사생들이 자연스럽게 영어권 문화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학교 특성상 전체 학생의 80% 이상이 공학계열이어서 학생들이 영어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HID(Hallym International Dormitory)를 설립한 한림대는 영어 외에도 중국·일본·러시아어를 적용하고 있다. HID에서는 원어민 튜터(tutor)를 선발해 그룹별 토론을 진행하고 있으며 ‘Language & Culture Nights’라는 문화제를 열어 해당 문화권의 이해를 돕고 있다.


▲ 한국기술교육대 국제학사에서 외국인 학생과 우리나라 학생들이 휴게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외국어전용기숙사가 지방 소재 대학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이유는 부지가 협소한 서울 소재 대학보다 기숙사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 새로 건물을 짓지 않고도 기존 기숙사의 일부를 개조해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지역사회에 어학 학습을 위한 학원이나 문화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못하다는 점도 요인 중에 하나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런 외국어전용기숙사들이 괄목할만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의 외국어 활용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어전용기숙사 관계자들은 “외국인 학생과 함께 방을 사용하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 외국어가 생활화 돼 있지만 우리나라 학생들끼리 방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우리말을 사용한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3인실이나 4인실의 경우 우리나라 학생이 2명만 되도 분위기가 우리말 중심으로 흘러 간다는 것이다.

한국외대는 이를 위해 기본적인 행정지원업무를 담당할 국제학사운영팀과는 별도로 교육지원팀을 꾸릴 예정이다. 일과시간 이후인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수준별 학급을 편성해 회화교육을 실시하고 수준향상도를 측정해 교양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한국기술교육대는 외국인 교수와 사감을 두고 교육과 생활의 모든 과정을 영어로 통제한다. 각종 상담과 민원 처리 역시 영어로만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는 페널티(벌점)를 부여한 후 정도에 따라 퇴사 조치까지 하고 있다.

현재 외국어전용기숙사 설립을 위해 TFT(태스크포스팀)를 구성해 연구중인 최항묵 고려대 세종캠퍼스 기획조정팀장은 “학생들의 외국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을 유치해 우리나라 학생과 외국인의 비율이 1대 1 수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재민 기자 (ladakhy@unn.net) | 입력 : 08-04-28 오전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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