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설립자·초대 총장 14명 친일인사 명단에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등 국내 대표 사학 대거 포함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명단에 대학 설립자 및 초대 총·학장을 지냈던 인물이 대거 포함됐다. 설립자의 경우 지금도 이름을 딴 장학금이나 기념사업을 펼치는 곳이 많아 적어도 대학 차원에서 과거행적에 대한 입장표명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4776명 가운데 교육·학술계 인사는 모두 62명이다. 대학을 설립했거나 초대 총·학장을 지냈던 14명이 친일인사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특히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사학의 설립자나 초대 총·학장이 대거 포함됐다.
설립자 가운데는 고려대를 설립한 인촌 김성수를 비롯해 ▲동덕여대 조동식 ▲상명대 배상명 ▲서울여대 고황경 ▲서울예대 유치진 ▲성신여대 이숙종 ▲인덕대학 박인덕 ▲추계예술대학 황신덕 등이 친일인사 명단에 포함됐다. 청주대를 설립한 김원근·김영근 형제는 교육·학술계가 아니라 각각 중추원, 관료 분야의 친일인사로 분류됐다.
대학으로 전환한 뒤 초대 총·학장을 지낸 인물 가운데는 ▲이화여대 김활란 ▲연세대 백낙준 ▲덕성여대 송금선 ▲숙명여대 임숙재 등이 역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2005년 1차 명단 발표 때에도 포함됐던 인물이다.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대학 총장이나 이사장급 인물로는 이밖에 김두헌 전 서울대 총장, 박마리아 전 이화여대 부총장, 서은숙 전 재단법인 이화학당 이사장, 신봉조 전 이화학원 이사장, 유진오 전 고려대 총장, 조기홍 전 성신여대 총장, 현상윤 전 고려대 총장 등이 있다.
김두헌·조기홍·현상윤 전 총장은 1차 명단에는 빠졌지만 이번에 새로 친일인사 명단에 들었다. 현 전 총장은 국민총력조선연맹 참사, 조선임전보국단 이사로 있으면서 매일신보 등에 친일 관련 글들을 기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대 상대 학장과 한양대 행정대학원장을 지낸 경제학자 고승제 교수도 새로 친일인사 명단에 포함된 인물이다. 김상용 전 이화여전 교수, 박관수 전 한양대 교수, 손정규 서울대 초대 여학생처장, 신석호 전 고려대·성균관대 교수, 여운홍 전 보성전문학교 교수, 오긍선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교장, 유억겸 전 연희전문학교 교수, 이묘묵 전 연희전문학교 교수, 이병도 전 성균관대 교수 겸 대동문화연구원장, 최동 전 세브란스의전 교장 등도 수록된다.
국내 대표적인 사학의 설립자나 초대 총장이 대거 친일인사 명단에 포함된 데 대해 대학도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방적으로 ‘공적’만 홍보할 게 아니라 최소한 ‘과실’에 대해서도 입장 표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책임연구원은 “친일행적이 밝혀진 대학 설립자들은 일방적인 미화 작업에 의해 추앙받고 있거나 지금도 여러 가지 형태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교육기관으로서는 창피한 일”이라며 “공적뿐 아니라 ‘과’에 대해서도 적시하고 최소한 대학 차원에서 과거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형진·민현희 기자(jinny·mhhph@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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