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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 달라져야한다(6) 의사결정 구조 개선
대학 구성원 간의, 경제와 균형 정립 바람직
“사학비리 계속돼 과거로의 회귀 주장은 위험”
대학 혁신을 이야기할 때 지배구조 개선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제다. 대학의 사유화를 막고,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개정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에 명시된 개방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 도입은 대학 지배구조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것이었다. 학교법인에 집중된 권한을 구성원에게 배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사학법이 재개정 되면서, 개방이사와 대학평의원회의 도입 취지가 상당부분 희석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도입된 대학평의원회는 교육과정 운영이나 대학헌장의 제·개정 부문에선 자문기구로 위상이 축소됐다. 개방이사에 대한 추천권도 대학평의원회에서 개방이사추천위로 넘겼다. 대학평의원회는 개방이사추천위원의 절반만 추천할 수 있다. 이사장 직계존속의 학교장 취임 금지 제한도 삭제됐다. 이사회의 3분의 2 찬성과 관할청 승인만 있으면 이사장의 친인척도 학교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사학법 폐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지난달 대교협 회장 취임 직후 “우리의 목표는 재개정된 사학법을 원상회복시키는 것, 더 나아가 (사학법이) 폐지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최근의 대학 자율화 바람을 타고 일고 있는 ‘과거로의 회귀’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대학들이 자율화를 원하면, 그에 따라 변모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최근까지도 사학비리는 여전히 터져 나오고 있다.

동아대 재단인 동아학숙이 선임한 심봉근 총장은 교내 박물관장 재직 당시 문화재 조사용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14억여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탄핵 직전까지 몰렸다. 충북의 A대학은 이사장 일가가 대학특성화 사업비 1억여원을 개인용도로 유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졌다. 인천의 B대학은 수도권대학 특성화사업비 1억2천여만원을 연구과제에 참여치 않은 직원에게 지급했고, 전남의 C대학은 누리사업비를 지자체 공무원과 관련업체 직원 해외연수비로 집행했다.

사학비리가 뿌리 뽑히지 않는 한 대학 자율화 주장은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더군다나 사학법을 개정 이전으로 돌리자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원칙적으로 대학 운영을 대학에 맡기는 자율화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사학의 부정·비리를 막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도 규제로 치부해 없애버리자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사학의 역사는 상당부분 재단과 대학 구성원간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점철돼 왔다. 여기에는 ‘대학의 주인이 과연 누구냐’라는 근본적 물음이 담겨있다. 사학법을 과거로 회귀시키자는 주장은 학교법인에 힘을 실어주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나 권한이 한 곳에 집중되면 썩기 마련이다. 대학도 법인이나 교수, 직원이나 동문 중 어느 한 곳에 권한이 몰리면 부패하기 쉽다. 부패한 재단 때문에 쇠락해 가는 대학도 있고, 교수와 직원이 주축이 돼 벌이는 파벌 싸움으로 퇴보하는 대학도 있다. 또 모교 출신 교수와 직원, 외부 동문이 한 덩어리가 돼 대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경우도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대학의 공통점이 대학의 실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학생들을 배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한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몫은 20%를 넘지 않는다.

한 사립대 교수는 “최근 들어 대학의 각 부문에 수요자 중심, 고객 중심의 가치가 주목되고 있지만, 여전히 의사결정과정에서 학생들은 배제되고 있다”며 “교수와 직원의 집단 이기주의나 법인의 일방통행을 막는 길은 학생들을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시켜 견제토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이 자율화를 주장하려면 자체 정화기능을 갖춰야 한다. 사학법 등 법제화 된 틀에서 이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 스스로가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감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경우에 따라선 수요자인 학생들의 견제를 받을 필요도 있다. 아울러 사학의 설립 인가를 내준 교육당국도 책임의식을 가지고 사학에 대한 감사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8-05-13 오후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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