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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세계수준대학’ 늘리기 정책의 득과 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 본지 전문위원
표면적 순위 오르겠지만 내실은 의문…교수 1인당 학생 수 줄이고 예산 늘려야
현 정부는 세계 수준의 대학(World Class University)을 늘리는 것을 정책목표로 삼아 연간 총 1560억원 규모로 5년 동안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노벨상 수상자 등 우수 외국 학자 임용 시에 드는 인건비와 연구비를 정부가 지원하면 대학의 외국인 교수 비율과 연구 실적이 높아져 순위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물론 그러한 노력을 하면 일부 대학의 순위가 오르기는 할 것이다. 그러데 정부의 노력은 교육청 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교육부가 제시한 교육청 평가지표에 맞추어 예산을 투자하고 해당 분야 점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던 교육청의 대응방식과 유사해 보인다.

그렇게 할 경우 순위는 높아지겠지만 지역이 당면하고 있는 교육 문제를 극복하고, 다가올 상황 변화에 적합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과는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그렇게 준비해오던 평가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평가지표가 갑자기 바뀌게 된다면 그 평가지표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던 교육청은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실제로 모든 교육청이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던 올 봄의 교육청 평가가 슬그머니 취소(연기)되게 되자 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던 교육청들이 허탈감에 빠진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교육청 평가지표의 상당부분이 노무현정부의 교육정책 달성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때문이 아닌가 짐작이 된다.

교육청 평가를 대비하던 교육청의 초청을 받아 평가 대비 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설령 평가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교육청이 예산과 인력을 투자하여 대비하는 이 평가가 교육발전에 의미있는 활동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과, 그를 위해서는 무작정 정부가 제시한 평가지표와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지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변화 추세를 예측하는 속에서 해당 정책의 방향을 재정립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있다. 평가가 취소된 후에 그 교육청으로부터 고맙다는 연락이 왔었다.

이러한 상황은 대학순위 국제평가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세계 대학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 뉴스위크나 타임즈 등이 실시하고 있는 세계 대학 순위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이를 거부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OECD에서는 이미 대학생이 대학교육을 통해 닦은 능력을 기준으로 하는 평가를 시도하겠다는 발표도 한 상태이다. 5년간에 걸쳐 약 6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외국인 교수의 비율을 높이고, 이들의 연구업적을 대학의 업적으로 잠시 빌려오며, 그들을 통해 국내 학자들의 국제 공동연구 업적이 조금 오를 수는 있겠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얼마나 클지에 대해서는 크게 낙관하기 어려워 보인다.

OECD(2007)가 발행한 ‘Education at a Glance’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에 투자되는 GDP 대비 공부담 교육비가 꼴찌(한국: 0.5% 미국: 1.0%, OECD 평균: 1.0%)다. 국가가 지원하는 고등교육 예산이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큰 규모의 예산을 평가순위 올리는 데에 투자하는 것이 실용주의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World Economic Forum’이 2007년 10월에 발표한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고등교육의 경쟁력은 OECD 국가 중에서 6위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고등교육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더 높이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국제 언론기관 평가에서 100위 안에 드는 대학 숫자만 몇 개 더 늘리고 결과적으로 고등교육 전체적인 경쟁력은 저하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OECD가 준비하는 새로운 대학 평가, 그리고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열악한 교수 1인당 학생수 등 우리 고등교육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미 연구력이 저하된 고령의 노벨상 수상자를 거액을 들여 유치하기 보다는 교수 1인당 학생수를 낮추고, 대학의 교육력 강화를 위해 관련 예산을 늘리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정책방향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8-05-19 오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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