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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 달라져야 한다⑨ 전문대학원 시대
교육과정 등 일반대학원과의 차별화 명확히 해야
정원 지난 10년 사이에 8배 가까이 증가…“관련 법령 정비 등 지원체제 아직 미흡”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전문대학원도 각광받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이나 한국형 MBA라 불리는 경영전문대학원만이 아니다. 행정, 국제, 정보통신, 보건, 환경, 세무, 영상 등 전문 직업과 관련된 역량을 키우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대학원 설립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대학원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일반대학원 및 특수대학원과의 명확한 역할 구분과 교육과정의 차별화, 대학원 분류 체계의 정비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전문대학원 정원 10년 사이에 8배 가까이 증가= 지난 10년간 입학정원 변화를 살펴보면 전문대학원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8년 1423명에 불과했던 전문대학원 입학정원은 지난해 8배 가까운 1만855명으로 늘었다.(아래 표 참조) 
여기에는 의과대학과 치과대학이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하고 한국형 MBA로 불리는 경영전문대학원이 신설되는 등 전문대학원을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도 한몫 했다. 내년에는 2000명 규모의 법학전문대학원도 문을 연다.

지식기반사회가 발달하면서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환경은 전문대학원 활성화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삼성이 짓고 있는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 건설현장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하루 6000여명의 엔지니어가 투입되지만 한국인 직원은 30명 정도에 불과하다. 60~70년대 ‘중동 건설 붐’이 일었을 때는 현장노동력까지 직접 파견했지만 이제는 이들을 지휘하고 관리할 전문 인력이 더 필요한 시대로 바뀌었다.

더욱이 80%가 넘는 대학 진학률은 고등교육이 보편적 시민교육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학부에서 공통 핵심과정을 배우고 대학원이나 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해 전문역량을 갖추는 구조로 접어든 것이다.

김규태 교과부 인재정책총괄과장은 “저가의 노동력 시장에서 한국은 이미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고 최고 연봉을 받는 고급 전문 인력 시장은 미국, 유럽 등 일부 선진국이 장악한 상태”라며 전 세계 노동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간급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일반대학원 역량 강화 위해서도 전문대학원 활성화 필요= 최근에는 일반대학원의 질 강화를 위해서라도 전문대학원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는 대학원 유형 간의 역할 구분이 갈수록 모호해지는 현실이 작용한다.

대학원은 고도의 학술연구와 기초연구를 위한 일반대학원, 전문 직업 분야 인력 양성에 필요한 실천적 이론의 적용과 연구개발을 위한 전문대학원, 직장인이나 일반 성인을 위한 평생교육 차원의 특수대학원으로 나뉜다. 그러나 명칭만 다를 뿐 실제 프로그램이나 운영에서는 그 차이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일반대학원에서 직장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교육과정 운영의 엄격성, 학위 논문의 질 등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종희 한양대 대학원장은 “교수·연구인력 양성을 지향하는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졸업자의 70% 정도가 취업을 선택하고, 교사·공무원·회사원 등 직장인들의 교육적 욕구를 학술 박사학위과정에서 담당함으로써 일반대학원의 정체성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반대학원은 교육과정을 보다 엄격히 하면서 학술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전문 직업분야에 필요한 욕구는 전문대학원으로 흡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전문대학원 자체 정체성 확립도 필요= 전문대학원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전문대학원 자체가 지니는 모호한 정체성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 인력 양성과 실무에 필요한 역량 강화라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일반대학원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전문대학원의 경우 전문학위와 학술학위 과정을 모두 운영할 수 있는데 학술학위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대표적이다.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보듯 원래 전문대학원은 일정한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전문학위를 주자는 것이 설립 취지이지만, 일반대학원처럼 학위논문을 쓰고 학술학위를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다수 전문대학원은 의·치의학전문대학원처럼 졸업하면 전문자격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전문학위는 학술학위에 비해 격이 떨어진다는 사회적 인식도 한몫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대학원은 일반대학원과 달리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지만 같은 대학 안에서도 일반대학원과 전문대학원의 차이점을 보이지 않는 곳이 많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행정대학원은 행정학과와, 정통신대학원은 공대의 IT계열학과와, 디자인대학원은 미술대학 등과 커리큘럼이나 가르치는 내용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 대학원 체제 및 기능 재조정 뒤따라야= 대부분의 사회복지대학원은 특수대학원이지만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은 전문대학원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역시 대다수 대학이 특수대학원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전문대학원 체제이다. 그러나 명칭만 듣고 일반인들이 특수대학원과 전문대학원을 구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대학원 활성화는 결국 전체 대학원 시스템과 연결지어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옛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대학원 체제 개편 및 제도개선 시행방안 연구’(2006년)를 맡았던 서정헌 서울대 교수는 “과도한 석·박사 배출은 결국 질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며 “특수대학원의 경우 계속교육 기능과 학위기능을 분리해서 학위기능은 전문대학원에 통합, 일반대학원과 전문대학원 체제로 대학원 분류 체계를 개선하고, 각 대학이 프로그램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종희 한양대 대학원장은 “정부도, 대학본부도 학부와 달리 대학원은 그냥 놔둬도 알아서 굴러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대학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별 관심이 없었다는 뜻”이라며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관련 법령 정비 등 대학원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형진 기자 (jinny@unn.net) | 입력 : 08-06-02 오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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