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학생과 교수 사이는 ‘가깝고도 먼 사이’다. 그러다 보니 수업시간이나 질의응답 시간, 그리고 면담 시간에 겉도는 얘기가 오갈 때가 많다. 이는 대학 교수로 재직하는 지금도 느끼는 문제다. 교수와 학생이 서로 속내를 모르니 뭐가 문제인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서로가 모를 때가 많다.
2006년 8월에서 2007년 7월까지 필자는 1년간 미국 조지메이슨대 연구교수로 일했다. 그러면서 미국 워싱턴 DC근처 이름난 명문 대학들이 학생들을 좀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대학과 미국의 대학을 비교하게 됐는데, 결론은 미국 대학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우리보다 수십 배 더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세계적인 대학을 만든 저력은 바로 충실한 교육에 대한 학생·학부모들의 높은 만족도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미국의 대학은 일단 강의 계획서부터 철저하게 작성한다. 좀 더 충실한 강의 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해 배우고 실천하는 노력도 한다. 이들 대학에서는 신규 임용된 전임강사와 조교수가 서로 머리를 맛대로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하고 토론한다. 제 아무리 전문지식이 차고 넘쳐도 잘 가르치지 못하면 학생들로부터 평가의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강의평가결과는 대학에서 근무하는 강사와 교수들의 임용·승진과 직결된다. 때문에 이들은 학생에게 온갖 신경을 쓴다. 아이비리그의 대학들도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지만 학생 교육에는 철저한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교육을 등한시 하는 교수들은 걸러낸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수요자’인 학생의 입장에서도, 교수의 연구결과보다는 자신을 잘 가르쳐 주는 교수가 더 중요하다. 필자의 유학시절을 떠 올려 봐도 석·박사 과정동안 만났던 무수한 교수들은 친절하고 정성스런 태도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미국 대학의 강사와 교수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敎授)에 관심을 집중한다. 이는 그들이 초·중·고교 교육 시스템을 거치며 학생으로서 받아온 서비스가 밑바탕 됐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에 들어와 끊임없이 교수(敎授)를 연구한다.
학교측도 학생 교육을 위해서라면 교수세미나나 워트숍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 대학들이 제공하는 교수학습센터의 서비스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다양하다. 단적인 예로그곳에선 교수 3명이 요청하면 그 어떤 주제의 세미나라도 제공하려 애쓴다. 해당 대학에 전문가가 없으면 이웃 대학에서 초빙한다. 워싱턴 DC의 대학들은 컨소시엄 이뤄 가르치는 방법을 공동으로 고민하고, 공동으로 교수 세미나를 연다. 명문사립인 조지타운대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는 학부생을 가르치는 대학원생들만의 컨소시엄이 따로 있을 정도다.
유·초·중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사들은 교사 자격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공립학교 교사가 되려면 임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임용시험 합격하기는 하늘에 별 따오기다.
반면 대학교수들은 강의 자격증 없이도 임용이 된다. 전공실력과 경력이 좋으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는 가는 차후 문제다. 강의계획서를 설계하고 수업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강의가 이뤄지고 평가가 이뤄지는 전체 과정에 대한 연계성이나 체계성은 잘 모른 체 강의를 진행한다. 그러다보니 미술사 시간에 고스톱 점수 계산하는 웃지 못 할 시험문제가 출제되고 한다. 초등학교 교사라도 대학의 교과목과 수업목표, 평가의 연계성이 빵점이라는 문제를 금새 찾아낼 수 있다. 왜냐하면 초·중등교사들은 교직과목을 이수하는 동안 수 없이 많은 학습지도안을 만들고 실습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나누는 수업시간 중에 결정된다. 학생들이 처음 대학에 들어올 때 보다 일취월장해서 대학을 졸업해야 대학과 학생들의 경쟁력이 생긴다. 그래야 학생과 학부모도 그래야 4년간 낸 등록금이 전혀 아깝지 않다.
수업의 목표는 학생들의 초기 수준을 잘 파악해 교육목표에 도달하도록 하고, 다음 단계로 올려 보내는 것이다. 그 시작이 학생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수업목표를 잘 세워서 학생들로 하여금 열심히 뛰도록 하는 것이다. 전공에 대한 연구만큼 교수(敎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져야 이런 교육과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