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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문화 반영한 브랜드가 성공”
경영학과 교수가 만난 CEO “대학서도 외국어 공부해야”


1911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휠라’는 현재 전 세계 1만여개 매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하지만 휠라를 이끌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이다. 1984년 (주)화승에서 퇴사한 윤 회장은 휠라USA에 신발 사업을 제안, 당시 휠라가 집중하던 의류 분야를 뛰어넘는 매출을 내면서 두각을 보인다. 윤 회장의 능력을 인정한 휠라는 1991년 한국 내 투자법인을 세우고 윤 회장을 CEO로 영입했다. 윤 회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1995년 휠라클래식, 1996년 휠라스포츠, 2000년 휠라키드, 2001년 휠라골프 등 새로운 브랜드를 잇달아 내놓고, 휠라에서도 독보적인 매출 기록을 세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결국 2007년 4월 4000억원에 휠라를 인수, 세계적인 브랜드를 한국의 것으로 만들었다. 휠라의 전 회장인 엔리코 트레시도 “휠라는 이탈리아에서 탄생했지만 한국에서 자랐다”고 말했을 정도로 윤 회장은 독보적인 존재다. 하지만 정작 윤 회장은 성실 외에는 자신은 별 다른 재능이 없다고 말한다.

 




바쁘게 사시는 것 같다
: 보통 새벽 4시에서 4시 반에 일어난다. 회사엔 7시까지 출근한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사업을 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8년째 현대 자동차 세일즈맨 판매왕을 지키는 사람이 휠라코리아에서 강연을 했는데 ‘아이가 아프다고 전화 오면 안 가지만, 옆집에서 차 산다면 간다’고 하더라. 결혼 후 지금까지 11번을 이사했는데, 생각해보니 이사 가는 날 도와준 적이 한 번도 없다. 심지어 아이들이 아프다고 할 때 같이 병원에 같이 가준 적도 없다. 누구는 이런 날더러 ‘워커홀릭’이라고 하지만, 난 ‘집중력’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일 열심히 하는데 아이가 아프다고 중간에 일 놓고 병원에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바쁘게 살다보면 건강이 나빠질 수 있을 텐데
: 사실 건강이 좋은 편은 아니다. 내 나이에 이 정도면 대부분 강원도에서 휴양하고 있을 거다. 하지만 나보다 덜 아픈데도 엄살 많이 피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인생의 3분의 1을 비행기에서 보냈다. 내가 지금까지 모아 놓은 마일리지만 500만 정도 된다. 이러니 모든 사람들이 날 인정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2000년부터 심장에 바이패스 4개를 꼽고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전 세계 매년 4000만 달러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일을 작년에 끝냈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 이러니 가끔 사람들은 물어본다. ‘살아 있느냐’ 그리고 ‘부도 안 났느냐’고 묻더라. 보다시피 끄떡없다. 얼굴색이 오히려 더 좋아졌다. ‘엄살 피면 건강이 더 나빠진다’는 게 내 지론이다. 열심히 살다보면 병이 오히려 줄어든다.



현재 성공까지 실패도 많았을 것 같다.

: 어머니가 나를 낳으시고 100일도 안 되어 돌아가셨다. 농사꾼으로 논밭 팔아 날 가르치셨던 아버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면서 ‘엄마도 못 보고 태어난 놈이 장가는 가야한다’면서 나보고 ‘살려 달라’고 하시더라. 그 때 일이 참 충격이었다. 그래서 의사가 돼 암을 연구하려고 했다. 서울대 의대 시험을 봤는데, 떨어지고 2지망으로 치의학과에 갔다. 8개월 정도 다니다가 그만두고 다시 시험을 봤는데 또 떨어졌다. 그래서 외국어대 정치외교과로 방향을 확 바꿔버렸다. 군대 다녀와서 서른 살에 졸업하고, 학점은 보통이었다. 성공적인 대학생활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업을 시작하면서도 인생 전체를 돌이켜 보니 성공은 1~2번, 큰 실패는 15~20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휠라코리아를 키우면서 지녔던 경영철학은?
: 직원들한테 진실·성실·참을성에 대해 늘 강조한다. 노력해서 벌지 않은 돈은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런 돈은 금방 없어진다. 사업이라는 게 하루 장사하고 엎는 것도 아니잖느냐. 정직하지 않으면 누가 또 다시 찾겠나. 이거 참 간단한 진리다. 그런데 실제로 실천하기는 무척 어렵다. 사업하는 사람들 중엔 검찰·세무서·세관 속이려고 간혹 이상한 짓을 한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면 쓸데 없는 행동이 생긴다. 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간다. 그러다가 한 번 제대로 걸리면 와르르 무너지는 거다. 리스크가 많다. 개인적으로 내가 버는 돈은 봉급밖에 없다. ‘유리알 봉투’라고 해야 할까,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이 세금으로 나간다. 하지만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다. 인생이란 돈 벌어서 편하게 사는 게 목적 아닌가. 돈 낼 거 다 내고 편하게 사업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에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 크리에이티브는 흙탕물에서 나온다. 정돈된 사회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 예술가들 봐라. 뉴욕의 소호라든가 이런 곳 가면 ‘도대체 여기서 사람이 살 수 있나’ 싶은 곳이 많다. 휠라를 만든 이탈리아 사람들 특징이 그렇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을 하겠다며 세계로 나오는 순간부터는 매니지먼트가 더 필요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크리에이티브하고 장사도 잘한다. 하지만 세계로 나오는 순간 휘청거린다. 매니지먼트는 과학이고, 논리다. 어떤 사람들이 날더러 ‘패션리더’라고 부르는데, 사실 기술적인 것만 알지 상품 디자인이라든가 이런 것은 잘 모른다. 난 매니지먼트 하는 사람이다. 파이낸싱 딜 전문가, 비즈니스 매니징 기술자다.



 

 


  윤윤수 회장은...


윤윤수 회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현재 휠라코리아(주)와 휠라코리아를 인수키 위해 설립한 자회사 GLBH 홀딩스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1981년부터 1984년까지 (주)화승에서 일했으며, 1984년 대운무역 사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휠라코리아와 GLBH 홀딩스 회장 외에도 (주)케어라인 회장,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1999∼2001년 한·이탈리아 비즈니스협회 초대회장, 2003∼2005년 SBI(Sports Brand International) 아시아 사장, 2005년 대한민국국제청소년영화제 조직위원장, 2007년 강원도개발공사 평창 ‘알펜시아’ 홍보대사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내가 연봉 18억을 받는 이유>(1997) <생각의 속도가 빨라야 산다>(2001) 등이 있다.



그렇다면 휠라코리아가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
: 크리에이티브, 매니지먼트 두 가지 다 있어야 한다. 글로벌로 나가려면 우선 우리 브랜드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현재 글로벌 브랜드가 없다. 내가 휠라를 인수한 이유다. 브랜드는 문화·문명을 반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 문화·문명은 아시아가 아니라 서구쪽이다. 전 세계 사람이 사도록 하려면 우리 문화·문명이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적인 브랜드는 불가능하다. 착각 속에 빠진 젊은이들은 간혹 ‘우리가 세상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정확히 알고 생각을 해야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은 지구상에 매우 작은 나라 한 곳이 아닌가. 대한민국은 커다란 나라라고 착각하는 순간 해결책은 없다.



한국이 성장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 한국의 정치·경제적인 위치를 살펴보니 ‘스위스·네덜란드·벨기에’라는 답이 나오더라. 국토가 좁고, 주변이 강대국이라는 점이 같다. 석유 같은 자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국민소득이 4만불이나 됐을까. 그들이 우리와 다른 점은 대부분이 외국어를 4~5개씩 한다는 거다. 모국어 외에도 독일어·프랑스어·영어·이태리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한국의 경쟁력은 이런데서 찾아야 한다. 한국에서 3만불 국민소득 올리려면 영어를 공용화해 국민들이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영어 몰입 교육을 하자는 게 아니다. 서류라든가, 회화가 자연스레 생활에서 나오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4만불에 오르려면 중국어와 일본어로 공용어를 해야 한다.



대학교육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현장에서 좀 일찍 시작했으면 좋겠다. 경영학과면 4년 중 한 학기나 한 학년 정도는 실제로 회사에서 인턴 직원으로 근무해봐야 한다. 인턴으로 안 뽑아주면 돈을 주고라도 가서 과감하게 하라고 대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 대학에서도 외국어 교육 좀 철저히 시켰으면 좋겠다. 경영학이든 과학이든 영어로 할 줄 알아야 한다. 대학 나왔다고 헛바람만 들어가면 졸업하고 사회 나와 중심 못 잡는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그런 거 잘 안 가르쳐 주지 않나.



휠라코리아가 원하는 인재상은?
: 난 학교 다닐 때 낙방도 많이 해봤고, 실패도 많이 경험해 내가 누구라는 걸 정확히 알고 사업을 시작했다. 실패가 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내가 원하는 학교, 내가 원하는 과에 들어갔다면 아마 난 진정한 의미의 인간이 되지 못했을 것 같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참 한심한 인간이 될 수 밖에 없다. 돈이 없어 한심하다는 게 아니라 인간적인 면에서 한심하단 뜻이다. 그래서 아주 똑똑한 사람보다는 성실한 사람들을 높게 평가한다. 물론 어느 정도 지식과 지혜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똑똑한 것과 성실함,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성실함을 고르겠다. 그리고 외국어는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필수 불가결이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 사람들이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데, 꿈은 여러 번 꾸지만 매번 바뀌더라. 생각한대로 되는 적이 없기 때문에 따로 꿈을 정할 필요는 없다. 솔직히 5년 이상 내다보기 힘든 게 바로 사업이다. 주어진 일에 충실할 때 뭔가를 이룰 수 있는 것 아닌가. 목표를 정하는 대신 전략을 수시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 말 그대로 ‘스트라테지 플렉서블’이다. 하지만 휠라코리아를 전 세계 세 번째까지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한다. 현재 전 세계 5위 정도지만, 나이키, 아디다스, 다음은 휠라코리아로 만드는 게 목표다. 살아보니 생명이란 연습할 기회를 주지 않더라. 한 번뿐인 인생을 멋있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중화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네브라스카-링컨대에서 경영학박사를 받았다.(전략·조직전공). 2006년에는 경영관련학회 하계통합학술대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전략경영학회·대한경영학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기업경영컨설팅 및 교육 등을 진행 중이다.

 


사진 : 한명섭 기자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08-06-11 오전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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