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경우에도 한 가지 일을 두고 오래 반복해서 전념하다보면 돋보이는 결과를 얻을 때가 많다. 이런 경우를 두고 흔히 연륜이 쌓여서 나타난 결과라고들 한다. 내가 겪은 덴리대학의 외국어, 특히 한국어교육이 이 경우에 속할 것이라 믿는다.
지난 2005년 봄부터 일년간 일본 관서지방에 위치한 덴리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목도한 경험들은 나에게 매우 소중한 것이었다. 이 대학이 위치한 곳은 고대 일본의 중심지인 ‘나라’와 교토, 그리고 항구도시인 오사카를 이웃에 둔 비교적 내륙에 속한 작은 도시이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것과 같이 종교도시가 흔히 그렇듯이 대단히 정적(?)이면서 유흥이나 특별한 위락시설이 없는 매우 특이한 분위기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아마도 이 학교가 속한 교단의 종교적 분위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소개된 도시적, 또는 학교의 분위기는 이와 크게 무관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 대학의 진정한 이미지는 지난 80여 년간 쌓아온 명성이 말해주듯이 매우 내실 있는 결과들을 가지고 있다. 학교의 규모에 비하여 매우 폭넓은 문화를 접할 수 있으며, 특히 오랜 역사를 지닌 시발점이 어디에 있던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적어도 한국과의 연관은 한국사 연구와 한국어 교육의 메카로서 그 위치를 지내왔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어 교육 문제는 이 학교의 설립당시에 창설된 ‘한국어학과’(설립당시는 ‘조선학과’라 칭하였으나 지금은 ‘한국’이란 명칭을 병기하고 있음)를 통하여 학교의 간판 역할과 함께 설립자의 의도를 짐작케 한다. 지금은 옛날의 영광에서 조금 후퇴하고 있지만 그 명성을 잃은 것은 아니다. 학교의 설립목적이야 종교 활동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이로부터 지금까지 일본에서의 한국어교육을 선도해온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전통이고, 이 학교의 자랑 중의 하나이다.
최초 일본에서는 한국 관계학과가 많이 설치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언어교육이 있음은 당연하다. 이 당연한 교육을 이 곳에서 받기를 원하며,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 또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과거 선배학자들이 쌓아온 명성이 한몫하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과거의 명성과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일본 내에서 활동하는 한국어 전공자들 중에서 이곳에서 공부한 분들이 많다는 사실도 주목되는 일 중의 하나이다.
그런 학교의 전통과 분위기 속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교육은 어떠한가를 보기로 한다. 한마디로 처음의 인상은 한국의 대학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 가장 큰 이유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강의 때문이었다. 내가 담당한 과목은 회화Ⅰ,Ⅱ와 작문이었는데 일주일 내내 꽉 짜여진 계획표에 의해 진행되는 풍경이 생소하면서도 언어교육은 이런 형태여야 되겠다고 생각되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살면서도 각자의 독특한 문화와 언어적 뉘앙스를 전하고 설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특히 한국어는 받침이 있고, 또 난해한 경어가 많아서 이를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 학교에서는 반복적 학습과 함께 식사와 문화, 그리고 문학작품을 통하여 언어적 관습을 이해시키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던 방식들이 실재로 강의에 들어가 부딪히면서 하나씩 익혀가는 학생들을 통하여 확인하는 보람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 학교가 채택한 한국어교육의 전제 중의 하나가 ‘하다체’와 ‘해요체’의 혼용이다. 곧, 기초과정에서는 회화 Ⅰ,Ⅱ 공통으로 ‘하다체’를 사용하지만 상급으로 올라가면서 ‘해요체’를 배우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특징을 언어습득의 경험상 ‘해요체’를 먼저 배우고 다음에 ‘하다체’를 배우기가 매우 어려운 점을 참고하고 있다. 이것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공부시키는 과정에 특히 주의해야할 점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학자들의 의견 글의 공통점이 언어습득에서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고들 한다. 곧 초심자였을 때 제대로 된 방식과 언어습관을 익혀야 한다는 점이다.
그 경우의 가장 실감나는 본보기가 나와 비슷한 세대의 외국어, 특히 영어습득 능력이다. 오랜 시간 교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딱딱한 발음을 차지하고라도 문법 위주의 외국어 교육이 안겨준 불편함이 평생의 고통으로 남게 된 것을 생각하면 이 학교가 시행하는 방법들이 매우 현실적이면서 많은 것을 예상한 방법이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말에도 여러 층위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4년제 정규과정에서 배우는 매우 품위 있는 한국어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매머더 종합대학에 비하면 매우 작은 규모의 대학이지만 이들이 지향하는 실용적이고 격식 있는 교육을 통해 우리의 자리도 한번쯤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년간의 짧은 기간에 경험한 내 얕은 배움이 작은 예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금도 그들의 자유롭지 못한(?) 혀놀림의 안타까운 표정들이 생각난다. 참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어느 날 그들의 기품 있는 목소리가 들려올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