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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대학에선] 미국 오리건대의 '소통하는 강의'
김영미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
최근 우리 사회는 ‘소통’이라는 단어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국어사전의 해설은 ‘소통(疏通): 막힘이 없이 서로 통함’이라고 적고 있다. 마치 우리 몸의 혈관처럼 미세하고 구석진 곳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순환함으로써 생명체가 유지되고 활력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오리건대에서 안식년을 보냈다.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마쳤기 때문에 미국 대학의 교육프로그램과 강의법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에 들어온 이후 9년 만에 맞이한 연구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준비를 비교적 철저히 했었다.

특히 요즘 한계로 여겨졌던 것 중의 하나는 수업중 학생들과의 소통부재였다. 아무리 열의를 갖고 열심히 설명을 해도 학생들의 반응은 다소 무덤덤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 학생들은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게 됐다. 당시 신문지상을 통해 많이 소개됐던 대학교수의 ‘강의를 잘하기 위한 교수법’도 열심히 읽어보았고 나름대로 이런 저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리건대는 주립대로서 대학의 정원규모와 캠퍼스 면적이 상당히 큰 학교에 속한다. 학기 구성은 4학기의 쿼터(quarter)제로 한학기가 상당히 숨 가쁘게 진행된다. 특히 여름학기는 보통 2개월 이내에 마치게 되고 어떤 과목의 경우는 교수 재량에 의해 3주에서 4주만에도 마칠 수 있다. 이런 경우 매일 3시간씩 강의를 해 보통 12주에서 13주 정도의 강의 분량을 다루게 된다.

안식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 강의를 선정해 매학기 2~3강좌씩 수업을 꾸준히 들었다. 주로 정치학과와 신문방송학, MIS강좌를 주제별로 연계해 수업을 들었는데, 제일 처음 만났던 강의는 정치학과에 개설됐던 '과학기술정책'이었다. 학부수업이었고 저학년 수업이라서 그런지 수강학생의 수가 상당히 많았다. 대형계단강의실에서 이뤄진 수업은 전공과목이었음에도 대략 200~300여명의 학생들로 꽉 차있었다.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혹시라도 불편함을 주게 될까봐 제일 마지막에 들어가서 남은 자리에 앉아 담당교수의 강의진행방법과 학생들의 반응을 관찰했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을 앉혀 놓고 도대체 교양도 아닌 전공수업이 잘 진행될 수 있을까? 의문을 갖고 시작된 강의는 놀랍게도 수업시간 내내 교수와 학생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업 중 음료수를 마시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학생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우는 단 한건도 본적이 없었다. 교수는 주로 강의식으로 내용을 설명하고 중간 중간 질문을 던지면 수많은 학생들이 저마다 손을 들었다. 특히 본인의 의사표현욕구가 강한 학생은 손을 높이 치켜들고 호명이 될 때까지 끝까지 들고 있었다. 교수의 질문에 답을 하는 학생의 발언이 그다지 중요한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끝가지 경청을 해주고 그 과정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을 병행하면서 전개시켜 나갔다. 

'국제관계론'이라는 과목은 학생들에게 강의를 가장 잘하는 교수로 정평이 나있다는 말을 듣고 수업을 찾아 들어갔다. 강의계획서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주문사항을 확실하게 설명해주고 매 수업시간마다 오차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는 분이었다. 학생이 꼭 읽어야 할 교재와 참고서, 논문등도 등급을 매겨서 반드시, 보통, 읽으면 유익한 것 등으로 구분해 글 읽기를 유도했다. 주제별로 강의와 토론을 적절히 병행하면서 특히 학생들의 발표력을 정교하게 훈련시켜나가는 과정을 본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 학기 강의를 지켜보면서 쌓인 전공지식의 무게감과 뿌듯함도 유쾌했지만 한명의 학생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세계로 끌어당기는 놀라운 교수의 흡인력은 오랫동안 가슴벅차게 남아있다.  다른 학과 강좌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흥미 없는 과목일지라도 기본은 챙겨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이렇게 강의시간 내내 서로 통할 수 있게 하는 것일까! 필자는 여러 교수들의 강의법을 지켜보면서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교수와 학생간의 끊임없는 의사교환을 통해 강의가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대화의 기법은 저마다 개성의 차이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일방적인 의사전달이 아닌 의사소통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수업준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여건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안식년을 마치고 강단으로 돌아와 그동안 보고 느꼈던 점을 우리 학생들에게 적용해보기 위해 지금까지도 노력을 하고 있다. 여전히 어려운 점은 교수들에게 부담이 되는 제약요인들이 잔존하고 있는 환경이다. 즉 강의에 몰입할 수 있는 조건이 좀 더 구체적으로 지원될 필요성이 있다. 수업조교의 배정, 행정업무의 감소, 획일적인 평가방법의 지양 등 수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로 하는 행정지원시스템이 절실하다. 대학의 생명은 교수와 학생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강의실에서 시작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성민 기자 (bestjsm@unn.net) | 입력 : 08-07-21 오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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