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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대학에선] 방대한 독서·토론식 수업의 프랑스 대학
조항덕 숙명여대 프랑스어학과 교수
프랑스의 대학은 들어가기가 쉬우나 나오기가 어렵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바깔로레아라는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이것은 자격시험이기 때문에 한번 합격하면 언제든지 원하는 때에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대학교육 수학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시험에 해당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바깔로레아에 합격 했느냐가 그렇지 않느냐가 평생 이력으로 남게 된다.

프랑스에서의 시험 성적은 20점 만점으로 하는데 10점 미만은 불합격이 된다. 바깔로레아도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시험은 글쓰기와 말하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글쓰기의 경우 주관식 논술 형태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철학 시험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경험이 철학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나온 적이 있는데 이런 논술 시험은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글을 읽는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도록 쓰면 좋은 답안이 된다.

자신의 생각을 단순히 정리하는 것으로는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저명한 학자나 이론가의 사례를 참조로 들어야 하며 자신의 생각에 반대되는 의견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비판을 가해야 한다. 비판할 때에도 역시 실제 사례나 참고 문헌을 인용하여 비판하는 것이 자신의 의견에 대한 정당성을 더해준다. 이런 내용의 논술을 쓰기 위해서는 당연히 많은 양의 책을 읽어야 한다.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모든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한다. 대학은 바로 공부하기 위해 들어가는 곳으로 알고 있으며, 자기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공부한다. 그리고 방대한 양의 책을 읽으며, 수시로 리포트나 논문을 작성,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한다.

리포트를 제출하면 교수는 리포트의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빨간 글씨로 잔뜩 수정을 해준다. 그리고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되면, 그 내용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이 쏟아지고 열띤 토론이 이어진다. 거기에서 자신의 주장하는 바를 방어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방식의 수업을 거쳐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누구나 대중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개진할 수 있으며 자기의 주장을 강하게 펼 줄 알게 된다. 그리고 남의 글을 베껴 쓰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자기 자신의 글로 써야 되고 남의 글을 인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인용하였음을 적시해야 한다. 말로 할 경우에도 인용이 시작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을 표시해 그 부분은 자신의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프랑스 대학에서는 한 과정을 이수하는데 단 두 번의 기회를 부여받는다. 대학 2학년까지는 교양 과정에 해당되는 수업을 들으며, 대학 3학년이 학사, 4학년이 석사 과정에 해당되는데 학사나 석사 과정의 수업을 일년에 마치지 못하면 한번의 기회를 더 부여받아 2년에 마칠 수가 있다.

추가적으로 주어진 한번의 기회에서도 수료를 하지 못하면 그 학생은 해당 전공에 적성이 맞지 않는 것으로 판정되어 더 이상 해당 전공에서 공부할 수 없게 된다. 대학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전공을 바꾸어야 한다. 프랑스 내에서 대학을 옮기더라도 같은 분야에서 주어진 기간을 초과하여 계속 수학할 수가 없다. 대학을 옮길 경우 학생의 인적 사항이 그대로 옮겨 가서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의 채점은 절대적이다. 매우 우수, 우수, 보통, 통과, 낙제의 평가 점수가 있는데 낙제 점수를 받는 학생들이 꽤 많다. 그래서 대학의 4년 과정을 무사히 제 때에 마치고 졸업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 중도에 학업을 그만 둔 사람도 있고 낙제 점수를 받아 수학 년한이 길어지든가 아예 퇴학 처분된 사람도 있다.

그래서 프랑스 대학의 경쟁력은 바로 학생들의 학구열과 많은 독서량, 그리고 엄격한 성적 관리 등에 의해 유지된다고 말할 수 있다. 학생들이 많은 양의 책을 읽고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기술을 터득하기 때문에 수업은 자연스럽게 토론식으로 이루어진다. 교수의 강의 내용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 하는 학생은 서슴지 않고 교수에게 질문을 하고 논쟁을 한다.

토론식 수업은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장점을 갖고 있다.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에서 토론식 수업 및 논술을 권장하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업 방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프랑스 대학의 사례를 연구하는 일이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8-09-01 오전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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