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2일 취임 6개월을 맞는 변도윤 여성부 장관을 본지 심준형 발행인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자리 잡은 장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40여년간 여성 인력 개발에 몰두해 온 변도윤 장관은 “양성이 평등하게 살아가려면 여성이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여성이 가사와 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을 단절시키지 않도록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을 ‘양성평등’으로 전환하고, 일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힌 변 장관은 취임 이후 지방을 돌며 여성정책 설명회와 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현장형 장관’을 자처,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그는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를 이용한 여대생들이 막연하게 생각했던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직업 의지를 다지게 됐다는 진솔한 얘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내년부터 예산을 늘려 지원 대학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오랜 기간 현장에서 활동하다 여성정책 주무 장관을 맡은지 6개월이 다 돼 간다. “여성의 능력 개발이 곧 양성 평등의 중요 지점이라는 생각으로, 여성의 능력 개발과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 왔다. 평등은 그냥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평등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의미를 갖으려면 여성이 능력을 갖춰야 한다. 여성의 능력 개발을 기본으로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을 여는데 여성부 업무의 우순 순위를 두고 있다. 그동안 여성부의 정책 수혜자가 소수자 등에 한정된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있었는데, 다수의 여성에게 필요한 정책, 일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려고 한다.”
- 여성부의 주요 사업을 소개하면.
“정책의 패러다임을 여성발전 지향적인 것에서 양성평등으로 바꾸려고 한다. 우선 ‘성평등기본법’을 새롭게 제정할 계획이며, 여성발전기본법을 ‘여성발전지원법’으로 개정하려고 한다. 여기에 뒷받침되는 것은 여성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난 6월 ‘경력 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촉진법’이 통과돼 오는 12월 시행된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물론, 취업을 원하는 여성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기본법이 마련되었고, 이에 발맞춰 여성 친화적 기업 문화를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 기업과 협의해 ‘여성친화지수’를 개발하고 ‘여성친화 인증마크’를 도입하는 등 기업이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 여성 친화적 기업 문화가 조성된다면, 여대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일하는 곳이지만 저출산 시대에 필요 인력을 확보하려면 여성인력의 활용 없이는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게 미래학자들의 견해다. 어느 나라가 여성의 질적인 노동력을 빨리 확보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의 관건으로, 여성 친화적 기업문화 조성은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시작은 다수 여성을 취업시키고 있는 기업과 협약을 맺어 승진과 고용 등 취업 환경을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 올해 안에 여성인력 채용제도나 고위직 여성비율, 탄력근무제 운영여부, 자녀양육·교육지원, 성차별 개선정도 등을 측정하는 여성친화지수를 개발할 것이다.”
- 14개 부처는 기능적인 데 반해 여성부는 대상적이다. 부처별로 여성 관련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국가재정법에 의해 오는 2010년부터는 전 부처가 양성평등을 기본으로 예산을 세워야 하는 ‘성인지예산제도’가 적용된다. 부처에서 남성과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해 예산을 편성하는 것으로, 내년부터 본격 적용된다. 가령 보도블록에 틈새가 있어 여성의 하이힐이 끼면 지자체에서 평평한 보도블록을 깔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지하철 손잡이도 여성의 키에 맞추어 낮게 만들고, 화장실 수도 남녀 비율에 맞춰야 한다. 최근 열린 경제장관 회의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타 부처 장관들에게 내년부터 여성부의 협조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을 거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공정책에 양성평등 관점을 도입하고자 지난 2002년부터 도입된 ‘성별영향평가’도 공기업 부분까지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 대학의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전국 37개 대학의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중 현재 12곳만 지원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예산을 확대해 지원 대학을 늘리려고 한다. 대학 1학년부터 학년별·단계별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진로를 개발하고 이를 취업과 연계시킬 수 있도록 여대생대상의 특화된 취업지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의 취업은 출산과 육아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후 재취업을 포기하는 ‘L곡선’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는 국가적인 손해로, 고학력 여성이 경력을 단절하지 않고 일할 수 있게 ‘여성 다시 일하기센터’를 운영하고, 여대생커리어센터를 지역 내 고학력 미취업 여성의 경력 개발 거점 기관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 여성 취업의 질은 양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각 대학에 취업지원센터가 있지만, 아직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남성에 비해 어려운 여건에 있기 때문에 여대생의 취업 의지를 북돋워주는 교육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총장의 관심이 중요하며, 교수들의 지도와 학생들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대학· 학생·여성부 삼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부의 경우 고학력 미취업 여성을 대상으로 지역대학과 연계해 지역사회 맞춤형 취업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32개 교육과정에서 886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는데, 취업률이 60%를 상회하고 있다. 또 문화서비스나 고급 IT 등 전문 직종을 발굴해 훈련하는 10개 교육과정도 지원하고 있는데, 올해 사업성과를 토대로 내년에 전문 직업 훈련을 확대할 방침이다.”
-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인력 활용이 미비하다. 대학도 예외는 아닌데. “대학사회에서 여교수 비율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특히 이공계의 경우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의 진출이 취약한 분야를 찾아내서 진출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것은 여성부의 몫이며, 대학이 함께 나서야 할 일이라고 본다. 각종 고시 등 여성이 비교우위에 있는 직종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직업이 지속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게 때문에 우리나라는 유엔개발계획이 발표하는 여성권한 척도가 93개국 중 64위로 하위다. 여성이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데 장애가 되는 ‘유리천장’이 견고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성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 차원에서 오는 2011년까지 중앙부처 4급 이상 여성공무원 비율을 10%까지 높이고, 2012년까지 국·공립대 여교수 비율을 20%로 높이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정착되는 것이다. 대학이 여성 인력 활용과 여성 권익에 앞장서는 곳이 되길 바라는 입장에서 여성부도 적극적으로 대학에 관심을 기울이려고 한다.”
<대담 : 심준형 본지 발행인, 정리 : 조양희 기자, 사진 : 한명섭 기자>
변도윤 장관은 …1947년 황해도 출생. 중앙대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노동정책을 전공했다. 여성문제연구회 연구간사, 노동청 직업여성지위향상 전문위원, 서울YWCA 독산동근로여성회관 관장, 서울YWCA 사무총장,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 연합회 초대회장, 재단법인 서울여성 상임이사, 서울여성플라자 대표, 국무총리 소속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