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장관을 역임한 박재규 경남대 총장(사진)이 북한은 이명박 정부에 깊은 불신을 표명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총장은 지난 8일 미국 워싱턴 우드로 윌슨 국제학술센터에서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와 미북관계 전망'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갖고 새 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와 미북관계에 대한 전망 등을 제시했다.
박 총장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간 상호 적대와 불신을 해소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에 기여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선(先) 핵폐기론에 기초한 '비핵개방 3000' 노선을 통해 과거 정부의 정책과 차별성을 강조했으나 아직 남북관계 발전의 실질적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총장은 "북한은 '비핵개방 3000' 정책을 북한 정치체제를 몰락시키고 흡수하려는 계획으로 보고 있다"며 " 이후 이명박 정부의 입장 변화도 기존 정책을 단순 반복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등 (북한은) 새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총장은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불신하는 것은)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의 이행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북한이 이들 선언에 집착하는 이유는 양 선언이 최고지도자인 김정일이 직접 서명한 선언이고 아울러 통일과 경제협력에 있어 북한에게 의미 있는 선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총장은 "최근 북한의 핵 불능화 조치 중단은 부시 행정부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대미압박"이라며 "북한은 북핵의 일방적 해제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하에 한국 내의 미국 군사기지의 현지 사찰부터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까지 동시 행동의 원칙에 기초한 조치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총장은 향후 남북관계는 △미북관계 △북한 내부 환경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이라는 3가지 요소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박 총장은 “우선 미국 대선 이후 새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오바마가 되든, 존 매케인이 되든 핵무장한 북한을 용납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김정일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북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안보를 보장하고 외교관계가 수립된다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현재 김정일은 강경노선의 군부에 대해 큰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식량문제가 더 악화된다면 대남 강경책을 완화하는 정책 수정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북측은 남측의 전향적 태도를 위해서라도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하지만 북측의 반응과 상관없이 한국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과 같은 화해의 제스처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