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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대학 숫자·규모 줄어야"
미국 프린스턴대 강연서, "정부 규제가 대학의 창의적 교육 장애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23일 "(한국의)교육 개혁 중 하나는 바로 대학의 숫자와 규모를 줄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의 양적 성장이 지난 40여년간의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기여했지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대학교육을 위해서는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이날(한국시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불확실성과 한국의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대학은 단지 지식의 전달, 오락 또는 사교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며, 즉시 적용 가능한 실용적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장소 또한 분명히 아니다"면서 "(대학은)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핵심적 역할을 맡아 미래를 만드는 지적 능력을 함양하는 장소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의 대학들은 '모방을 통한 규모 확대'라는 기존의 모형에서 '창의력을 통한 품질 향상'을 추구하는 새로운 모형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학의 양적 팽창에 대해 "40년 내내 이어진 열성적이고 성장지상주의적인 사고방식은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크기와 외양, 규모에 대한 불건전한 집착을 심어줬다"며 "규모에 대한 집착은 교육에도 파급되어 1970년 단 8.4%에 불과하던 대학진학률은 2001년에는 84%로 뛰어 올랐다"고 설명했다.

대학진학률의 확대는 한국 경제가 8%에 달하는 연평균 성장률을 한동안 유지할 수 있게 했지만, "이는 '모방을 통한 규모 확대'를 뜻하며, 이처럼 규모만 추구하는 것은 리더십과 창의력과 같은 그 밖의 중요한 특성을 도외시해온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창의적인 대학교육을 막는 장애물로는 정부 규제를 꼽았다. 그는 "창의적 사고에는 다양성을 적극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필수적이다. 지금 이 순간, 한국 교육제도의 다양성 추구를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크고 유일한 장애물은 바로 정부규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장은 이와함께 장기 연구와 기초과학 보다는 단기 목표와 응용기술에 치중하고 있는 한국의 연구·개발(R&D) 풍토에 대한 우려도 피력했다. 그는 "한국의 연구 개발은 기초연구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은 채 응용과학에 치중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원하는 숙련된 노동력을 양성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한국 교육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프린스턴대 국제.지역학 연구원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강연에서 그는 한국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해 "중·일·러 3국의 민족주의 증대와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 등이 한국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의 정치에 대해서는 "한국 정당들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갈등을 조정해 실제 정책결정에 반영 될 수 있도록 합의를 도출해내는 방법을 아직 충분히 익히지 못했다"면서 "특히 경제를 조정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완벽히 개발되지 않은 것은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주요 방해물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1976년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정 전 총장은 12월까지 프린스턴대 국제지역학연구원에서 객원 펠로(Visiting Fellow)로 활동하면서, 국제 금융위기의 역사를 중심으로 한 연구 활동과 아시아 경제와 관련한 각종 강연을 할 예정이다.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8-09-23 오전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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