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란 중요한 공적 영역의 하나이다. 사회구성원들이 세상 소식을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그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토론하는 마당이기도 하다. 때문에 건강한 민주주의는 늘 건강한 언론에 의해 지탱되고 배양된다. 이러한 언론이 특정 정치·경제세력에 의해 통제되거나 소유, 관리되는 경우에는 공정한 보도가 불가능해 지고, 진정한 여론 형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언론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론장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하나의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선거에서 이겼으니 내 마음대로 언론을 주무를 수 있고, 또 그래야 된다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업무상 독립적이어야 하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방송통신 정책기관의 책임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이자 최측근 인사에게 맡겼다. 주요 방송사 사장이나 언론단체 기관장 자리에도 대선 때의 방송특보나 언론특보를 낙하산 인사로 앉혔다. 특히 국가기관방송인 KBS 사장을 비롯해 언론단체 기관장들에게 다양한 퇴진 압력을 가한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신임 KBS 사장을 뽑는 과정에서는 방통위원장, 대통령 실장, 청와대 대변인, KBS 이사장 등이 일부 사장 후보군들을 불러 모아놓고 이른바 ‘대책회의’를 열어 현 정부의 공영방송장악 의도를 여실히 드러냈다. 방송을 장악함으로써 정부여당에 보다 유리한 미디어 보이스를 내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게다가 현 정부여당은 공영방송 구조를 개편하여 KBS-2TV를 분리시키고, MBC를 민영화 하며,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등의 정책 방향을 수시로 흘리고 있다. 전체적인 기조는 기존의 ‘다공영 1민영인’ 국내 지상파방송 구조를 ‘1공영 다민영’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정부 여당에 공세적이었던 공영방송의 공적 구조를 약화시키고, 정부 여당에 우호적이었던 대기업과 거대신문사에게 방송 진출을 확대 허용하는 특혜를 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눈엣가시였던 KBS와 MBC를 어떻게든 손보겠다는 정부 여당의 저의가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KBS는 사장을 바꾼 뒤 내부 후속인사와 프로그램 개편 등으로 친여 방송화할 것으로 보인다. MBC에 대해서는 ‘PD수첩’을 쇠고기 정국에서의 ‘불법’ 촛불집회 배후로 몰아 MBC 민영화의 필요성을 정당화해 나갈 것이다.
국회에서는 신문 관계법과 방송법을 손질해 신문·방송 겸영을 확대 허용하고,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인터넷 포털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공공 미디어에 비해 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와야 할 인터넷의 사이버공간에 대해 다양한 규제의 철퇴가 내려지는 것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 역시 촛불정국을 거치며 정부 여당에 대해 공세적이었던 인터넷 포털에 대한 ‘보복성’ 규제가 아닌가하는 의혹마저 들게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현 정부의 언론정책이나 미디어 정책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만든다. 민주사회의 공적 영역이자 시민사회의 ‘광장’ 역할을 해 오던 부분을 더욱 ‘시장화’ 하겠다고 나서는 것부터 그렇다. 그것도 시장 논리가 강권적 권위주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시장화·산업화 추세 속에서 미디어 공공성을 위축시키는 것이 시대에 역행하는 정부 미디어 정책의 현 주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