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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끊이지 않는 표절시비 뭐가 문제인가
표절 생소하던 수십년 전 논문으로 음해성 폭로
연구윤리의식 부재·학계 권위주의적 관계도 문제

최근 몇 년 사이 논문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과부 장관과 청와대 수석 등 학자출신 고위 공직자들부터 대학의 총장과 교수들까지, 학계와 관계를 넘나들며 표절 시비가 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관행에 대한 정리 작업 △연구윤리의식 부재 △대학 내 권위주의적 관계 △표절에 대한 애매한 잣대 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표절시비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숭실대와 공동으로 ‘대학사회 표절 근절 가능한가’를 주제로 대학 내 연구부정행위의 실태와 원인, 대책을 3회에 걸쳐 다룰 예정이다.

상-학내 연구부정 행위 왜 잦나?

중-외국대학의 사례와 제도적 장치

하-전문가들이 보는 제도개선 방안


올해 초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잇따라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이중 일부는 관련 학회로 부터 ‘혐의 없음’ 판정을 받았지만, 지난 정부 때부터 계속돼 온 공직자 표절 논란은 학계에 만연한 표절 관행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대학가에도 표절 시비가 많았다. 올해 표절 시비가 불거진 대학은 전남대·목원대·홍익대·인천전문대·충남대·감신대 등 언론에 공개된 것만 7곳 이다.

연구부정행위는 크게 위조·변조·표절·부당한 논문저자 표시·중복게재 등으로 나뉜다. ‘위조’는 존재하지 않는 연구 결과를 허위로 만들어 내는 행위를, ‘변조’는 연구데이터나 실험과정을 조작해 연구 결과를 왜곡하는 행위다.

‘표절’은 타인의 아이디어나 연구내용을 정당한 승인·인용 없이 도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부당한 저자표시’는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자에게 저자 자격을 부여하거나, 연구에 참여한 기여한 자를 저자로 인정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해 경원대 경영학과의 A교수가 다른 교수들과 쓴 ‘경영학 원론’을 단독 저서인 것처럼 꾸며 연구업적으로 제출한 일은 전형적인 부당 저자표시로 볼 수 있다.

‘중복게재’는 이미 출간된 본인 논문을 다른 학술지에 그대로 다시 게재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9월 고려대가 마련한 연구윤리지침은 “텍스트에 변화가 있더라도 주 내용이 동일하면 중복게재”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다른 독자군을 위해 중복게재 하는 경우, 두 학술지 편집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과거 관행에 대한 음해성 폭로=이러한 기준이 구체적으로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에 와서의 일이다. 지난 2004년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가 KAIST 출신 재료공학자의 대규모 표절 사건을 1면 톱으로 다루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연구부정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제시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난해 2월 과학기술부가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내놓았다.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도 지난해 자체 연구윤리 지침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표절 기준이 제대로 서지 않았던 과거의 논문을 지금에 와서 문제 삼는 것에 대해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법학)는 “10년 전만 해도 표절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의식이 적었다”며 “기준이 명확하지 않던 과거의 표절과 최근의 표절에 대해서는 징계수위에 차별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20년 전 논문을 가지고 제기되는 표절 의혹 중에는 음해성 의도를 가진 경우가 많다. 한 지방 국립대 교수는 “표절에 대한 개념이나 기준이 없던 과거의 논문을 갖고 문제 삼는 배경엔 학술적 의도보단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총장선거, 보직배정이 있을 때는 표절의혹이 폭로전 양상을 보인다. 지난해 2월 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표절 논란에선 교수들의 이전투구가 문제가 됐다. 당시 경영대 교수 3인은 이 전 총장에게 “총장직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표절의혹을 조사해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위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문제가 된 이 전 총장의 논문 8편 중 7편은 90년대의 것으로 과기부 지침에 따르면 ‘진실성 검증 시효’가 지난 것들이다.

제보나 투서로 동료의 논문 표절을 폭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교과부에는 해마다 교수임용시기인 1~2월만 되면 논문표절에 대한 투서나 제보가 100건 이상 접수된다고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선 보직을 놓고 경합 중이던 같은 학과 교수들이 서로의 논문을 뒤져 폭로 공방을 벌인 일도 있다.

윤리의식 부재와 권위주의적 관계=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는 근저엔 표절에 관대한 문화가 깔려있다. 학계뿐 아니라 문화예술계도 남의 작품을 도용하거나 표절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온다. 표절논란이 나올 때마다 그 심각성이 거론되지만 이내 잠잠해진다. 인기가수의 표절은 팬들에 의해 옹호되기 일쑤다. 대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리포트를 짜깁기 하고, 석·박사 학위를 대필 논문으로 따는 일도 많다. 몇 년 전에는 검찰이 석·박사학위 논문대필 사이트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전국 수십 개 대학에서 대필·표절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대학 내 권위주의적인 상하관계도 문제다. 한국의 대학사회에서 교수채용 시 작용하는 스승과 선배 교수의 힘은 막강하다. 지도교수에게 논문을 상납하거나, 교수가 제자의 논문을 표절하는 일이 일어나는 종종 일어나는 이유다. 최근 표절 논란에 휩싸인 감신대 총장도 한 기독교 학술지에 논문을 실으면서 제자의 석사논문을 인용 없이 게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스승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자신의 논문에 교수 이름을 공저자로 얹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논문에 대한 기여도를 철저히 평가해 공저자를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 때문에 나오고 있다.

표절에 대한 애매한 기준 = 표절에 대한 학술적인 판단과 법률적 판단은 다르다. 학술적으로는 표절 시비가 일어도 법원의 판결에선 표절이 아닌 것으로 결론날 수 있다. 법원의 표절 판정 기준인 저작권법(25조)은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판례를 보면 법원의 잣대가 학계 보다 엄격하고 볼 수 없다.

한 사립대 교수는 학교로부터 자신에 저서에 대한 표절 판정을 받았으나 대법원에선 표절 의혹을 벗었다. 법원은 “B 교수의 저서가 타인의 저서를 많게는 30~40쪽 분량을 인용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원 저서를 인용했음을 독자가 알 수 있을 정도로 출처를 머리말 등에 표시했다”는 이유로 “표절로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미 출간된 자신의 논문을 다른 학술지에 재출간 하는 중복게재 또한 학계에선 연구부정행위에 속하지만 법적인 처벌 대상은 아니다. 다만 중복게재로 연구비 등을 지원받았을 때만 업무방해혐의가 적용된다.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표절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만 명확히 제시되고, 나머지는 학문분야별 특성이 맞게 각 학회에서 판단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 “모든 학문에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남의 논문을 베껴서는 안 되고, 인용할 땐 출처를 밝혀야 한다 등의 기본적인 원칙만 세우고 나머지는 학회별로 자율적 기준을 만들어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8-09-26 오후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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