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WCU 사업 논란은 여전
“연구 열정 소진된 학자 많을 것”...회의적 전망 많아
“국제화·연구 네트워크 구축엔 도움” 긍정적 전망도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사업이 66개 대학의 신청을 받아 닻을 올렸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향후 5년간 8250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지만, 출발선에서 장밋빛 전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사업 참여를 신청한 교수들 사이에서도 비관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업신청을)안 할 수 없어서 하긴 하는데 전망이 밝진 않다”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 전망도 있다. 국내 대학의 △국제화 △연구 환경의 선진화 △연구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견해다.
부정적인 전망은 생각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데서 기인한다. 사업 내용을 면밀히 살펴봤을 때 “역량 있는 해외학자를 유치해 국내 대학의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World Class)으로 끌어 올린다”는 취지를 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WCU 사업은 △해외 학자들을 전일제 교수로 채용해 새 전공·학부를 개설하는 유형 △기존 학과 또는 연구소에 해외학자를 전일제 교수로 채용하는 유형 △노벨상 수상자 등 세계적 석학을 비전일제 교수로 초빙하는 유형 등 세 가지로 나뉜다. 현재 교과부는 WCU 사업에 해외학자 1000여명이 참여의사를 밝혔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교수들이 “현지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는 학자들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려대 공과대학의 A교수는 “세계적인 연구업적을 낸 학자들의 경우 대부분 30대 때 활발한 연구를 진행했다”며 “국내에 오는 학자들의 대다수가 이미 연구 열정이 소진된, 명성만 남은 사람들일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을 내놨다. 또 3~5년 정도의 기간에 국내 대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연구업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WCU 사업에 선정되면 해외 학자들은 연봉 3억원과 연구장비·연구비 연 3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신진 교수에게도 10억원 내외의 정착연구비를 지원하는 해외 선진 대학에 비하면 ‘톱 클래스’의 학자를 유치하기에는 부족하단 지적이다.
연구팀을 구성하는 것도 문제다. 3~5년 정도 머무를 해외학자의 연구팀에 들어갈 국내 연구 인력이 없을 것이란 얘기다. 또 현지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는 교수의 경우, 혼자만 와선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려면 연구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해외 학자가 3~5년 정도 머무를 연구팀에 지원할 대학원생이나 박사 후 연구 인력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권혁상 KAIST 교수(신소재공학)는 “열심히 연구를 진행했던 사람은 혼자 와서는 연구를 못 한다”며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개인이 아닌 팀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오는 해외 학자들은 돈을 보고 오는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차라리 WCU 사업 예산을 국내 연구진에 투입하는 게 더 효과적이란 주장도 있다. 고려대 A 교수는 “국내에도 200~300명 정도의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이 있다”며 “차라리 이들에게 그 정도의 지원을 한 번 해보고 연구 성과를 요구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이런 비판을 감안해 아예 단시간 내 국내 대학의 인지도를 높이는 ‘반짝 효과’를 노리자는 의견도 있다. 고려대 이과대학의 B 교수는 “국민세금으로 영향력 있는 해외 학자를 데려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논문으로 덕을 보자는 얘기”라며 “그렇다면 워킹 페이퍼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학자의 연구 성과로 국내 대학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려면 해당 학자가 준비 중인 논문의 양과 질을 확인하고 데려오자는 얘기다.
물론 WCU 사업에 대해 비관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화 △연구 환경의 선진화 △연구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견해도 있다. 고려대 공대의 A교수는 비관적 전망을 늘어놓으면서도 국내 대학의 국제화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해외 선진 대학의 경우 외국인 교수·학생 비율이 절반을 넘는 데 비해 아직 우리 대학의 국제화 수준은 낮다”며 “WCU 사업이 대학의 국제화에 촉매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세대 박진배 교수(전기전자공학부)도 “노벨상 수상자가 1~2일 와서 강연해도 자극이 되는데, 해외 학자가 3~5년에서 정도 머물면 배우는 게 많을 것”이라며 “특히 해외 학자를 초빙함으로써 선진대학의 연구 환경이나 기반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도 “(해외학자들이) 계약기간이 끝나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이후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대학의 네임 벨류를 따지기 보다는 어느 정도 역량 있는 외국 교수가 와서 어떤 연구를 진행하는 지를 고려해 사업을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의 ‘이름’보다는 ‘연구진 능력’을 따져 사업 선정을 해달라는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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