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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대학평가 모델은 (4) 평가·인증 보완점
평가지표 다양화 '특성' 반영해야



#1. 서울지역의 한 공과대 교수는 최근 사석에서 만난 기업 CEO와의 대화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솔직히 내 자식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대학교육에 투자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우리 회사는 우수한 학생들이 입사한다.” 올해 산업계 관점평가가 첫 시행되고, 산업계 수요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 대학과 기업의 간극은 여전한 셈이다. 

#2.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지난달 4일 고려대에서 가진 강연에서 “과거 평판이나 실적을 중시하는 대학평가는 아시아 대학에 불리하다”며 “대학들이 얼마나 양질의 학생을 배출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에 대학평가 및 운영비로 17억 8000만원을 지원한다. 올해 예산 25억원에 비해 7억 2000만원이 삭감된 수치로, 그동안 대교협에 위탁했던 대학평가가 자체 평가와 민간의 자율적인 평가·인증으로 바뀌면서 예산이 삭감됐다는 게 교과부측의 설명이다. 이 중 평가·인증기관에 지원되는 사업비는 7억원으로, 교과부 지정 기관이 늘면 늘수록 개별 기관에 지원되는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율경쟁을 내세워 초기 단계에서 지원하지 않으면, 자립성을 갖춘 몇몇 기구를 제외하고는 기관 운영 자체가 힘들다”는 게 후발 인증기관들의 걱정이다.   

■ 대학 특성 반영한 평가지표 개발 필요= 현재 대학평가는 순위제와 인증제(최우수·우수 등 그룹 단위 성적 부여 방식 포함)로 이뤄진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순위제 평가는 대학의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 줌으로써 대학 스스로 분발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인증제 평가는 대학들에 별반 자극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더 타임스> 세계대학평가 시행 기관인 영국 QS사의 넌지오 퀘커랠리 대표는 최근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순위제 대학평가는 어떤 분야에서 한 학교가 다른 학교에 비해 좋은지, 나쁜지 상대적인 위상을 보여 주기 때문에 대학이 성장 방향을 고민할 때 도움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순위제 평가는 대학 서열화를 고착시키고 단순히 특정 분야에 대한 순위가 대학 전체 경쟁력을 대변할 수 없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이재윤 한국평가학회장은 “평가 결과 15등이라고 하면 대학 전체가 15등이 된다. 광범위한 학과와 학생, 교수가 있는데 어떻게 포괄적으로 15등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몇 개의 잣대를 갖고 평가한다는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에 평가 전문가들은 순위제든, 인증제든 중요한 것은 평가의 공정성과 다양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즉 현재의 대학평가는 대학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일부 지표에 의해 평가되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 평가담당자는 “현재 대학 평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평가의 획일화·표준화이고 대학들은 이 같은 평가 기준에 맞춰 순위 높이기에 급급하다”면서 “대학들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평가지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인증이 확대되면서, 엄격한 심사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공학 인증의 경우 최대 6년 동안 인증을 받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 6년 인증을 받은 대학은 한 곳도 없다. 건축학은 국제 기준에 맞춘 5년제 인증이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인증의 영향으로 교육여건은 크게 개선되고 있으나, 수업연한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취업 여건과 대우가 기대치만큼 좋아지지 않으면 학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대학-산업계 ‘역할 분담’ 해야= 산업계 관점평가는 순위제도 인증제도 아닌, 산업계와 대학교육의 일치도 여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평가방식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대교협과 산업계는 산업계 관점 평가가 △대학교육과 산업계 요구 인력 간 불일치 △대학 교육과정 개선에 필요한 정보 부족 등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산업계 관점평가가 기대대로 시행되면 대학평가는 서열화 논란 등을 벗어나 컨설팅 식 평가라는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그러나 산업계 관점평가가 마냥 장밋빛 미래만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가에서는 무엇보다 산업계 관점평가가 산업계의 요구만 일방적으로 반영할 경우 오히려 대학 교육에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08학번이 주역으로 활동하는 시대는 2020년대로, 미래의 산업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의 수요 인력을 배출한다는 것은 ‘모험’이라고 토로한다. 현장 연계를 강화하는 교육이 물론 필요하나, 대학은 당장 쓸 사람을 배출하는 곳이 아닌 만큼 산업계와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 평가감사팀장은 “대학 내부적으로 보면 산업계에 필요한 인재 배출도 중요하지만 학술연구 또한 중요하다”며 “산업계에서만 보는 평가가 이뤄지면 기초학문이 배제되고, 학술·연구가 간과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평가전문가 육성도 과제= 대학 내 평가전문가 육성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대학평가협의회(회장 노연호 명지대 평가감사팀장·이하 평가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182개교가 회원교로 등록돼 있다. 대학들이 대학평가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기 시작하면서 2006년 이후 대학 내 평가 담당부서도 급속히 늘었다.

하지만 대학 내 평가 담당부서가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전문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평가협의회 182개 회원교 가운데 ‘평가’ 명칭을 가진 별도의 부서가 있는 대학은 명지대(평가감사팀)·연세대(평가관리부)·한양대(평가기획팀) 등 51개교 정도다. 또한 평가 담당부서 직원들도 평가를 전문적으로 교육받거나 연구했다기보다는 오랜 업무를 통해 익숙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대학평가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대학 내 평가 전문가 육성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노연호 회장은 “(대학의 평가 담당 직원들은) 평가 업무를 오래 하다 보니 평가 현황이나 트렌드 정도를 알 수 있다”면서 “앞으로 대학 정보공시제 등으로 대학 내 평가 전담팀이 더 늘어나는 것은 물론 평가 전문가 양성 또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성민·조양희 기자 bestjsm·yanghee@unn.net


기고- 대학 자체평가 시범운영
황인성(한국대학교육협의회 책임연구원)
 

2009년 시행예정인 대학자체평가에 앞서 시범대학을 선정해 현재 시범운영 중이며, 올해 말에 시범대학 운영 결과보고서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자체평가라는 새로운 평가시스템에 대해 대학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 이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평가라는 것은 대교협 평가든, 정부의 재정지원 관련 평가든, 평가기관에서 평가편람을 작성해 대학에 제공하고 이에 따라 대학들은 제시된 지표와 기준에 맞춰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지표와 기준을 자율적으로 정해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정책결정이 늦게 이뤄진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할 수 있으며, 교과부에서도 커다란 정책방향은 정책이나 법령 등을 통해 정해진 듯하지만, 세부적.구체적인 것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그래서 내년에 시행에 앞서 올해 시범대학을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된 연구도 진행 중이므로 시범대학 운영 결과와 정책연구가 끝나면 이러한 혼란스러움은 다소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 26일 있었던 9개 대학의 자체평가 시범대학 평가업무 담당자 및 평가위원 워크숍은 자체평가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줄이고, 자체평가 방향.방법에 대한 상호협의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학 자체평가는 정보공시 13항목 57개 지표를 활용하고, 이에 대학의 특수성이나 발전계획을 반영한 대학 자율지표를 선정해 자기점검시스템을 구축토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날 발표된 내용들을 보면, 자체평가의 정책적 방향 및 정보공시제와 자체평가를 연계한 평가방안 관련 발표를 통해 자체평가에 대한 정책적 방향의 이해를 도왔으며, 이어 지금까지 대학들 스스로가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근거해 설정한 성과지표를 잘 관리해 온 대학들에 대한 사례발표가 있었다.

성균관대의 경우 경영평가를 위한 MBO 도입, 경영효율화를 위한 6시그마 도입, KPI 기반 성과관리시스템(PMS) 도입, 성과관리시스템을 정착시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연세대는 저율운영기관, 대학/대학원, 부설연구소 등에 대해 특성에 맞는 평가지표를 개발해 자체평가를 실시, 평가결과를 정책에 반영하고, 이를 공개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었다.

강원대도 학과별.교수별 평가지표를 개발해 평가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었다. 중앙대는 각종 평가에 대비하고, 선택과 집중에 의한 자원배분, 구성원들의 평가참여 유도, 교육단위별 특성화 촉진, 대학의 효율적 경영에 목적을 두고 상시평가체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시범대학들의 자체평가 결과는 12월 말까지 제출, 내년 1월 중 자체평가 시범운영 사례 발표 및 자체평가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양희 기자 (yanghee@unn.net) | 입력 : 08-10-06 오후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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