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대학에선]다양한 간호학 교육프로그램 제공
한숙정 삼육대 간호학과 교수
대학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8년 만인 지난해 여름부터 올해 여름까지 1년 간 교환교수로 미국 시카고에 있는 일리노이주립대(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 UIC)에서 보냈다.
학과 내의 거의 모든 교수가 이미 교환교수로 다녀온 상황이었으므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미국에 가본 것이라고는 여행 며칠 해본 것이 전부인 본인으로서는 일가친척 하나 살고 있지 않은 미국에서 1년을 보내야한다는 것은 적잖은 부담이었다.
우연한 인연으로 멘토(mentor)가 정해지고 뜻밖에 국제한인간호재단(Global Korean Nursing Foundation, GKNF)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행운도 따라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가는 과정 속에서도 막연한 불안감과 기대가 늘 공존했다. 막상 도착해서는 살집 구해 정리하고, 운전면허, 은행계좌, 아이의 학교배정, 자동차구입 등 큰 것부터 사소한 것 까지 먹고 사는데 필요한 것들을 구비하고 길 익히는데만 정신 없이 한 두달이 그냥 지나가 버렸다.
시카고는 산이 하나도 없는 끝없는 평지로만 이루어져 있고, 미시간 호수를 끼고 있어서 겨울철의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유명하여 ‘바람의 도시(wind city)’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겨울철에는 일기예보에서 늘 미시간 호수의 영향을 나타내는 Lake factor, 바람의 방향과 강도, 눈 올 확률 등에 대하여 하루에도 수없이 일기예보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눈이 많이 오긴 하지만 눈을 제때 잘 안치워주면 시카고 시장에 당선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눈을 잘 치우는 것에 놀랐다.
일리노이주립대 간호대학은 1995년에 대학인가를 받아 2005년에 50주년을 보냈다.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미국의 간호대학 중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NIH)로부터 research fund를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받았을 정도로 연구가 활발한 대학이다. 뿐 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학사과정으로는 4년의 학사과정(Bachelor of Science in Nursing, BSN)과 다양한 학제를 갖고 있는 미국의 특성상 2년 혹은 3년제 대학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위해 On-line 으로 이루어지는 학사학위 완성과정(BSN Degree Completion Program for RNs)이 있다. 석사과정으로는 간호학사를 위한 일반대학원석사(Master's of Science in Nursing, MS)과정과 20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간호사(Advanced practice nurse, APN)양성을 위한 석사과정이 있으며, 이미 석사가 있는 간호사를 위한 전문간호사 과정(post-master's study)도 있다.
그 외에도 간호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간호학 전공 학사 및 석사(bachelor's or master's degree outside of nursing)학위가 있는 사람들이 간호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정으로 Graduate Entry Program(GEP)이 있는데 15달(4 semester)동안의 집중적인 수업 후 미국간호사면허증을 획득하고 그 후 석사과정과 연계시키는 것이다.
박사과정에는 Doctor of Philosophy(PhD)과정과 Doctor of Nursing Practice(DNP)과정이 있으며, 간호학사 후 박사과정까지 단기간에 공부할 수 있는 Post-Baccalaureate PhD Express Track이라는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풍부한 인력과 시설, 재정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간호대학(College of Nursing)으로써의 위상과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리라 생각되어 부러울 따름이었다.
1년의 기간 중 가을 학기에는 본인이 한국에서 맡고 있는 과목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한 마음에 ‘간호연구 및 통계’라는 과목을 청강하였다. 3학점과목에 매주 3시간 수업과 2시간 실습으로 이루어졌는데, 강의 후에는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반드시 4개로 구성된 토론 그룹 중 소속된 discussion group에 참석하여 각기 다른 faculty의 인도 하에 수업 중 배운 것을 실제의 논문을 통해 확인하고 토론하고 실습하고 매주 관련된 과제물을 받아 다음 주에 점검하고 의문점을 질문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험을 준비하도록 하였다.
조별로 흥미있는 주제를 정하여 이에 대한 문헌고찰을 통해 연구문제를 만들고 최종 연구계획서를 만들어 포스터로 전시하고 그것을 교수들을 초청하여 평가를 하도록 하고 우수팀에게 상품이 주어지는 작업까지 한 과목의 수업을 위해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하여 실행하는 잘 짜여진 수업방식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듬해 봄학기부터는 그 간 작성한 연구계획서를 대학의 Initial Review Board에 제출하여 Expedited IRB Review를 받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오기 직전까지 심사를 받고 다시 고쳐 제출하고 또 다시 재심사를 받고 수정하여 제출하는 약3개월여 남짓한 기간의 여러 차례의 심사를 거쳐 귀국 후 보름 후에야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연구를 실제 실행하기 전에 어느 정도까지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하고 고려해야하는 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 욕심과 연구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 사이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허둥대다보니 길게 느껴지던 1년이 너무도 빠르게 지나감을 느꼈다. 돌이켜보면 늘 아쉽기 마련이지만 좀 더 잘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1년의 주어진 기간 동안 얻고자 원하는 바를 좀 더 구체화했다면 후회가 더 적었으리라 생각된다.
난생 처음으로 새로운 문화 환경 속에서 이런저런 일들에 부딪힐 때 마다 스스로 해결점을 찾을 수밖에 없고 이에 적응해 나가야하는 상황 속에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끝까지 잘 버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무에게나 주어질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사소한 일들 조차도 간직하고 때때로 추억하고 싶은 일들로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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