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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백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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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송백헌 칼럼]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찌라시
사정이나 정황을 알리기 위해 흩뜨리는 종이쪽지나 광고지를 이르는 일본식 용어가 지라시(ちらし=散らし)인데,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되게 발음해 ‘찌라시’라고 한다.

이 찌라시를 달리‘삐라(pira)’라고도 하는데 올바른 우리말은 ‘정보지’, ‘전단지’다.
본래 이 찌라시(散らし)는 ‘식초와 소금으로 간을 맞춘 밥에다 생선, 고기, 계란붙임, 야채 등을 얹어놓은 음식’을 뜻한 ‘찌라시 스시(ちらしずし=散らし五目)’에서 비롯됐다. 이 말은 처음에는 ‘흩뜨려놓다’ ‘어지름’이라는 뜻을 나타냈는데 뒤에 ‘허접스러운 내용을 담은 것’이라는 부정적의 의미가 첨가돼 사용됐고, 마침내 ‘다양한 비공식 정보를 유통시키는 정체불명의 매체’로까지 변했다.

이 찌라시의 원조는 서양의 비라로 보는 것이 옳다. 비라는 본래 ‘사람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놓는 광고나 선전용 인쇄물(포스터) 또는 돌리는 종이쪽지, 광고지’라는 뜻과 함께 ‘주장, 선동, 선전 등의 글귀를 인쇄해 돌리는 종이쪽지’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광복 후 이념대립이 극심했던 우리나라의 경우 이 두 개의 의미 중 주로 후자의 개념으로 널리 사용함으로써 비라 하면 ‘정치구호를 외치는 종이쪽지’ 혹은 ‘흑색선전용 불온 선전물’로 우리 뇌리에 각인됐다.

찌라시는 1950년대부터 주로 극장가에서 개봉영화의 선전용으로 사용되면서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0년대에 이르러 학원가의 개설강좌 및 강사진의 프로필 선전용으로 확대되면서 이 용어가 보편화됐다.

그러다 1980년대에 이르러 용어의 성격이 변함과 동시에 대단한 위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즉 1980년대 초에는 재계?정계? 문화계 인사들 몇몇이 끼리끼리 모여 앉아 ‘사실은 이러이러하다’는 이른바 ‘카더라식' 이야기가 문서형태로 정리돼 흩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 영향은 실로 막강해져서 최근에 영화배우 ‘최진실의 자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애꿎은 사람을 죽이거나 건전한 기업을 죽이고 살리기도 한다.
따라서 건전한 사회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찌라시의 윤리성이 조속히 확립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도 먼저 이 찌라시라는 일본식 용어에 대체되는 새로운 우리말이 생성돼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사용되던 정보지나 전단지라는 용어로는 찌라시의 강한 이미지를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송백헌 칼럼 | 입력 : 08-10-27 오전 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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