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 제도, 경제 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 국어사전에 첫 번째 명시된 ‘혁명’의 의미다. 구석구석 호흡을 멈칫거리게 하는 긴장감과 조심스레 열어놓은 기대감이 무표정하게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250여년 만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5%이상 높아졌다. 지구 평균기온은 0.8℃ 상승하였다. 1/3이 사막화된 아시아의 경작지, 25년 이내 1/3로 줄어들 1인당 담수 공급량. 원유 39년, 천연가스 59년, 석탄도 114년 후면 고갈될 위기다. 기후변화 문제를 이대로 내버려두면 세계 GDP의 점진적 감소로 2100년 즈음 경제 대공황을 겪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녹색성장’은 지구 공동명의로 내놓은 마지막 카드다.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환경지속성’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뿐 아니라 환경지속성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았다. 유럽은 규제를 통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외국기업의 과다한 진출을 막아 녹색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녹색성장을 핵심과제로 선정한 미국은 독일과 일본이 선점한 태양전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자 검증된 실리콘계 대신 비실리콘계 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일본은 에너지 효율과 신재생에너지 관련 핵심기술의 통합적 연구개발과 산업화를 꾀함으로써 녹색기술의 최고봉을 넘보는 중이다. 싱가포르 역시 ‘글로벌 클린에너지 허브’를 국정지표로 내걸고 노르웨이, 독일 등의 세계적 관련 기업을 유치한 바 있다. 중국은 거대한 자국시장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태양전지와 풍력터빈 분야의 세계 2위, 세계 7위 글로벌기업을 탄생시켰다. 녹색성장이란 목표는 같지만 규제강화, 시장창출, 통합적 기술·산업연계, 허브구축, 글로벌기업 양산 등 구체적 전략은 아주 다르다. 여기에는 각 나라만의 문화와 경험 그리고 현실에 뿌리를 둔 합리적 자신감이 절묘하게 녹아있다.
대한민국도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직접 녹색성장을 역설하고, 각 부처는 경쟁적으로 전략을 구상한다. 관련 위원회를 재편 혹은 신설하고, 국회의원과 산·학·연이 합세해 국민포럼을 만든다. 11월엔 녹색성장 마스터플랜을 확정할 예정이다. ‘빨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있는데 ‘누가’,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가 눈에 띄질 않는다. 녹색성장 깃발을 들고 ‘모여라’하는 골목대장은 많은데 깃발 아래 모인 사람들에게 ‘어디로’ 가자고 힘 있게 이끌어 가는 사령관은 없다. 녹색성장을 한 시대를 풍미한 유행가 가사로 전락하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 벤치마킹이라는 미명 하에 남의 것 베끼기가 통할 녹색성장이 아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확대가, 현시대적 발전의 보증수표가 녹색성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앞으로 몇 세기를 책임져야 할 국가의 틀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곁눈질하지 않고 투자해야 할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 냉정하고 예리한 자기분석이 우선이다. 융합을 통해 균형을 이루겠다는 단단한 각오가 기본이다. 이해관계 대신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마음에 꼭 품고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해낸 적이 없기에 서로에 대한 믿음만이 변질되지 않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낙엽으로 현재의 풍성함을 떨어내는 오늘의 인내가, 내일의 녹음을 약속할 수 있다. 그러기에 책임감만이 대강대강의 달콤함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이고 버팀목이다.
녹색은 하나가 아니다. 노란빛과 파란빛을 어떻게 융합하느냐에 따라 아주 다른 녹색이 빚어진다. 우리 얼굴, 우리 몸에 꼭 맞는 녹색을 찾아야 한다. 코리안그린(Koreangreen)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왜곡과 혼선을 바로 잡아 올곧게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의 녹색성장은 구호나 흉내가 아닌 혁명가를 닮은 확고한 꿈과 비장한 실천의지를 갈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