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율화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의 ‘3불 유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고려대는 고교등급제 시행 의혹을 받고 있으며 등록금과 법인화를 둘러싼 학내외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학들이 자율화 원년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고려대는 이번 수시 2학기 1단계 전형에서 내신등급이 더 높은 일반고 학생이 떨어지고 등급이 낮은 특목고생이 합격하자 고교등급제를 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려대는 ‘교과영역 성적산출 방법’을 공개, 진화에 나섰지만 학생부만으로 선발키로 한 당초 모집요강과는 달리 논술이 포함된 지난해 계산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혹을 증폭시켰다.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시행 의혹은 대입 자율화 이후 ‘3불 폐지’를 우려하는 여론에 불을 지핀 셈이 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대입 자율화 정책으로 인해 해당 대학의 자의적이고도 편법적인 내신 성적산출로 특목고 학생들을 선점하기 위한 폐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면서 “교과부는 고려대의 특목고 학생들을 우대한 고교등급제로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일반계 학생들이 없도록 신속하게 진상조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고려대 사태는 곧바로 대입업무를 책임지는 대교협의 역량 논란으로 옮아가고 있다. 대교협은 최근 ‘1차 윤리위원회 회의’를 갖고 역량 강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에 이번 고려대 사태를 어떤 식으로든 풀어야 할 상황이다. 이에 대교협은 지난달 29일 고려대 측에 공식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며 자료가 접수되는 대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종렬 대교협 사무총장은 “자료를 검토하고 윤리위원회에 회부한 뒤 윤리위원회에서 판단할 수 없을 경우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면서 “조사위원회의 결과를 윤리위원회에서 판단하는데 만일 고교등급제를 시행했다는 상당한 정황이 드러나면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교협이 회원교인 고려대를 상대로 객관적 조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지난 2004년 고교등급제 논란이 불거졌을 때 당시 교과부의 제재도 시정 조치에 그쳤다는 점에서 대교협이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박 사무총장은 “대교협의 법적 제재방안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대학에 대해 3년 이하의 자격 정지를 하고 교과부에 보고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것이 한계다. 행·재정적 제재는 교과부의 몫”이라고 밝혔다.
한편 등록금 대책과 국립대 법인화 논란에서도 대학 자율화 역량은 시험받고 있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는 지난달 24일 교과부가 등록금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주장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등록금 상한제 및 등록금 규제 입법 추진을 반대한 대교협의 공식 입장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교협에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또한 서울대가 독자적 법인화 추진을 공식화한 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물론 서울대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율'과 '책임'의 시험대에서 대학과 대교협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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