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 ‘특수목적고 우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교협 조사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려대가 이번 수시모집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는지의 여부와 선발방식에 오류가 없었는지가 초점이다. 아울러 대학 자율화 원년에 터진 고려대 입시 논란이 자칫 대입 자율화 안착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고려대 수시 특목고 우대 논란은 내신등급이 더 높은 일반고 학생이 떨어지고, 등급이 낮은 특목고 수험생이 합격했다는 지적에서 촉발됐다. 특히 동일한 고교에서도 지원자 간 내신 등급 차가 뒤집혔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은 격화됐다.
◆비교과 변별력 왜 커졌나=이른바 ‘내신 뒤집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비교과 영역의 변별력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이번 수시 2-2 일반전형 1단계에서 학생부 만으로 17배수를 선발했다. 모집요강에 따르면 학생부 반영비율은 교과영역 90%, 비교과영역 10%다.
수험생이나 고교 교사들은 이러한 반영비율이 지켜지지 않았고, 고려대가 특목고를 우대하기 위해 비교과영역의 변별력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비교과영역에 기재되는 공연영어성적(토익, 토플, 텝스)에 과도한 가산점이 부여해 외고 등에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한 고교 교사는 “고려대가 비교과 영역의 반영방법을 비밀로 해놓고 토익, 토플, 텝스 성적으로 교과 성적을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려대는 비슷한 내신 등급을 가진 지원자가 몰리면서 오히려 비교과영역의 변별력이 높아졌다고 해명한다. 비교과영역은 학생부에 기재된 △출결 △수상실적 △자격증 및 인증 등 10개 항목을 종합 평가한다. 이정석 입학관리팀장은 “수험생들이 몰린 인기학과의 경우 교과영역에서는 차이가 작았던 반면 오히려 비교과영역에서 변별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교과영역 상위등급을 가진 학생이 비교과영역에서 밀렸을 수도 있지만, 입시요강에 따른 반영비율은 지켜졌다는 해명이다.
비교교영역의 변별력이 커진 이유로 강력하게 제기되는 게 ‘선발 오류’ 의혹이다. 학생부만으로 선발한 1단계 전형에서 논술이 포함됐던 지난해 계산 방식을 그대로 적용, 비교과영역의 변별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고려대 선발오류 범했나=고려대는 이번 수시 1단계 선발과정에서 ‘교과영역 성적산출 방법’을 사용했다. 학교마다 내신 성적의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해 지원자의 교과성적을 자체 기준에 따라 보정(補正)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람은 전임 입학처장인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다.
박 교수는 “표준편차가 지나치게 낮은 데는 변별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등급을 조정할 필요가 있어서 만들었다”며 “예를 들어 평균점수가 60점인데 59점이 최하위고, 61점이 최상위 성적이라면 변별력을 갖지 못한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성적산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시험문제를 지나치게 쉽게 내거나, 어렵게 냈을 경우 등급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고려대는 이 과정에서 상수 값 α와 k 값을 활용했다. α값은 ‘등급 조정 범위’를 뜻하고, k값은 ‘얼마나 조정할 것이냐’를 결정한다. 총 지원자 중 몇%를 조정대상에 포함시키고, 얼마만큼 등급을 조정할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선발 오류가 거론되는 이유는 이 상수(α와 k) 값을 정할 때 지난해와 같은 값을 적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논술성적을 포함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수시 1단계에선 교과·비교과 영역만 전형요소로 사용했다. 박유성 교수는 “지난해에는 학생부와 논술을 포함해 α와 k 값을 정했다”며 “올해 수시 1단계서 학생부만으로 선발을 했다면, 상수 값 α와 k를 포함해 등급간 점수까지 조정돼야 원하는 전형요소별 반영비율(교과 90%·비교과 10%)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에 의도된 대로 전형 요소별 변별력을 얻기 위해선 상수 값 조정이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대학자율화에 악영향 우려=현재 고려대는 “1단계 선발과정에서 전형요소로 학생부만을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상수 값 α와 k의 조정 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피하고 있다. 선발과정에 문제는 없었고, 대교협의 조사를 통해 해명하겠다는 것이다. 서태열 입학처장은 “이번 입시에서 불공정하게 진행된 부분은 없다”며 “해명할 것이 있으면 대교협을 통해 공식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공은 대교협으로 넘어갔지만, 대학가에서는 이번 일로 대입 자율화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학부모들도 고려대 수시 2학기 선발기준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대교협 조사에서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적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사회가 대학과 대교협을 믿고 자율화를 지지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사립대 입학처장도 “다른 대학으로 문제가 확산되거나 대학자율화 추세에 역행하는 계기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박제남 인하대 입학처장은 “지금은 고려대가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사용한 통계 프로세서를 잘 모르는 상황”이라며 “대교협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대학 자율화 악영향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