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박종훈 교수입니다. 목소리 들으려 전화했습니다.” 박종훈 울산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의 일과는 울산지역 기업체 임원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박 교수가 하루에 전화를 거는 기업체는 3~5곳. 그렇다면 전화의 목적은? 바로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우선은 가벼운 대화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제가 취업 문제로 전화한 줄 알아요. 그러면 ‘ 화공과 출신 한 명을 선발한다’는 정보도 얻게 됩니다.”
매년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대학생들의 최대 고민은 첫째도 취업, 둘째도 취업이다. 특히 세계적 금융위기로 이번 하반기 채용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냉랭하다. 점점 좁아지는 취업문을 보며 대학생들의 한숨은 늘어만 간다.
이것이 바로 박 교수가 기업체 임원들에게 안부 전화를 하며 취업 정보를 얻는 이유다. 전화만이 아니다. 박 교수는 SK에너지, 삼성정밀, 에쓰-오일 등 여러 기업체를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제자들을 위해 취업 세일즈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쓰리 고'라는 말이 있지 않나요? 학생들은 학점, 등록금 그리고 취업을 많이 고민합니다. 하루에 한 회사씩 방문해 임원들과 차 한잔 마시면서 대화를 합니다. (취업을 위한) 연결핀 역할을 하는 거죠.”
박 교수는 CEO 출신이다. 35년간 SK에서 근무한 뒤 2002년 SK에너지 부사장으로 퇴직했다. 박 교수는 2004년 울산대 겸임교수로 부임한 뒤 2005년에는 산학협력 교수로, 2006년부터는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산업체에서의 오랜 경력은 박 교수가 기업체 임원·공장장들을 많이 알게 된 귀중한 자산이 됐다.
박 교수는 기업체를 찾아가 학교 홍보만을 하지 않는다. 자칫 학교 홍보만 앞세우면 기업체에서 반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교수는 자신이 직접 컨설팅을 해 주거나, 유명 전문가를 초빙해 울산 지역 산업 관계자들과의 토의시간을 마련해 주거나, 울산 외 지역 기업체 임원들에게는 세미나 또는 특강의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처럼 물심양면 발로 뛰는 박 교수의 노력 덕에 학과 취업률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박 교수의 보람은 당연 학생들이 추천을 통해 기업체에 취업하는 것. 그러나 학생들 때문에 실망할 때도 있다고. “추천으로 들어갔는데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있어요. 그만둔다는 말도 없이 사표를 두고 나오기도 하죠. 공장장이나 임원이 저한테 (그만둔 직원의) 행방을 물어보기도 해요. 그럴 때는 실망이 큽니다.”
박 교수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적응력과 인성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공부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을 추천해 취직이 된 적이 있어요. 나중에 회사를 방문하니까 성적이 좋지 못했던 학생은 인사를 스스럼없이 하고 갔는데 공부를 잘했던 학생은 그렇지가 못했어요. 그때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현장적응력과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현재 울산대에는 박 교수처럼 기업체 CEO 또는 임원 경력을 가진 산학협력 교수들이 27명 재직하고 있다. 신승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전 한국산업안전공단 원장), 이광수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전 대한항공 상무), 박인규 조선해양공학부 교수(전 현대중공업 이사), 전천수 첨단소재공학부 교수(전 현대모비스 상무) 등이 대표적이다. 박 교수는 취업 업무를 전담해 주는 산학협력 교수의 역할이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고 강조한다.
“교수들이 교육·연구를 하면서 취업까지 신경 쓰려면 힘이 듭니다. 그런데 산학협력 교수들이 취업 관련 업무를 맡아 주면 교수들은 교육이나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 신임 교수들의 경우 산업체에 눈을 뜨려면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산학협력 교수들과 함께 다니면 더 빨리 눈을 뜨게 되죠. 대학마다 일률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산학협력교수제도를) 시범적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