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국내에 재학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6만 3952명. 이 중 아시아 출신 유학생은 5만 9375명(92.84%)으로 외국인 유학생 10명 중 9명은 아시아 출신이다.
그러나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외국인이다. 또한 그들에 대한 차별적 시각과 제도적 차별로 '코리아 드림’을 포기하는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도 적지 않다. 각 대학은 아시아 출신 유학생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그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포용은 부족하다.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의 수가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되고 아시아 국가들과의 외교 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제는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에 대한 정책적·사회적 배려가 요구된다. 교과부는 지난 9월 중국인 유학생 30 여 명을 초청해 장관과의 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차별적·배타적 시각 ‘여전’명지대 국제교육원에 재학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인 빈희씨는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빈희씨는 한국인 친구 없이 캠퍼스 밖을 벗어나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
빈희씨는 “길을 몰라서 물어보려고 하면 사람들이 외면한다.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을 기피하는 것 같다”면서 “한 유학생 친구는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면서 얘기하는 것이 싫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의 수가 늘어난 만큼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에 대한 시선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지는 않다. 특히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의 경우 미국·영국 등 선진국 출신의 유학생들에 비해 차별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바로 이 같은 차별적·배타적 시각이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에게는 가장 큰 짐이다. 실제 법무부가 지난 7일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일반체류 외국인의 경우 ‘차별대우·높은 물가(14.3%)’를 1순위로 꼽았다. 결국 아무리 대학 차원에서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마련한다 해도 차별적·배타적 시각이 있는 한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에게는 항상 보이지 않는 벽이 따라붙는다.
몽골인 일학와 게렐마(이화여대 경제학과 2)씨는 “처음에 한국 친구들을 사귀는 게 힘들었다”면서 “한국에 온 지 2년 정도 됐지만 지난 학기에야 한국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별적 시각, 제도적 차별로 이어져
일본인 츄우만 나루미(한국외대 일본어과 2)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신의 휴대전화 요금이 생각보다 많이 청구돼 대리점에 문의한 결과 외국인의 경우 요금이 두 배 이상 비싸다는 답변을 들은 것.
나루미씨는 “통화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 월 정액요금 3만원 정도가 나와야 하는데 7만~8만원이 나온다”면서 “외국인이기 때문에 요금이 비싸다는 설명을 가입할 때 전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출신 유학생을 외국인으로 간주하는 차별적 시각은 결국 제도적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 나루미씨는 “한국에 오기 전에 휴대전화 관련 일을 했는데 일본에서는 외국인이라고 요금을 차별해 부과하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의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지적했다.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이 겪는 제도적 차별은 건강보험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도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개인이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것. 한국인 대학생들의 경우 부모 명의의 건강보험에 가입해 보험료 부담이 없다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한 일본인 유학생은 “최근 감기로 인해 건강이 안 좋아졌지만 진료비 때문에 병원 가는 게 망설여졌다”면서 “결국 한국인 친구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또한 네이버 등 일부 주요 포털사이트를 제외한 인터넷 사이트 가입 시 주민번호 등록을 요구해 가입이 어렵다는 점, 신용카드 발급이 까다롭다는 점 등도 외국인에 대한 대표적인 제도적 차별로 볼 수 있다.
연세대 중국인 유학생회 대표를 맡고 있는 한주광씨(경제학·3)는 “한국에서 생활하고 배우기 위해 유학을 오는데 (외국인 신분상) 차별화된 제도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배려와 관심 필요
교과부와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강화하면서 앞으로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의 숫자는 빠르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가 증가하는 것만이 전적인 이유는 아니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외교 강화가 필요한 우리에게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은 소중한 외교자원이다. 그들을 ‘친한 인사’로 만드는 것은 결국 국가 경쟁력에 득이 된다. 따라서 정서적·제도적 차별이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이 한국에 오는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 호주 정부는 유학생 온라인 관리시스템(PRISM), 유학생의 권익보호 등을 규정한 법률(ESOS) 시행 등 선진국들이 외국인 유학생 차별 철폐에 적극 나서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 교과부는 지난 9월 중국인 유학생 대표 30여명을 초청해 장관과의 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아시아 출신 유학생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1~2회 더 실시할 계획”이라며 “각 대학의 국제(대외)교류처장 회의 등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를 당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