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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남미를 개발협력 파트너로
하상섭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책임연구원)
이명박 대통령의 브라질, 페루 순방과 더불어 중남미가 다시금 관심을 끌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과의 관계 모색을 위해서는 우선 이 지역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중남미 국가들의 복잡 다양한 정치경제적 양상과 국제 사회에서의 위치 그리고 내재적인 사회경제적 갈등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제 개발 협력과 진출 방안 모색이라는 일반적 논의는 사실상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우선 역사 발전의 이해 차원에서 왜 아직도 중남미 국가들의 발전 패러다임은 제3세계 ‘모순(paradox)'의 역학관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가에 대한 해답과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중남미 국가들은 석유, 가스, 구리, 철광석, 커피, 설탕, 대두 등 무한한 자원의 보고이지만 여전히 빈곤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농기구와 경작할 땅이 없는 농민들, 일자리가 없는 노동자들, 기아에 시달리는 어린이들 그리고 희망이 없는 어머니들 등의 이미지는 중남미 국가들에게 ‘금광산 위에 올라있는 거지(a beggar atop a mountain of gold)’라는 오명을 씌우기에 충분하다

20세기 내내 이 지역에서 실험된 다양한 정치경제 발전 모델의 실패와 대외적으로 취약한 정치경제 구조, 사회적 통합을 가로막고 있는 정치사회 행위자들 간의 이익 분배 갈등이 여전히 고질적인 중남미 국가들의 저발전의 내적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해결 노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례로 1990년대 남미국가들은 남미공동시장(MERCOSUR)을 통한 지역 경제통합공동체적 대안을 제시해 오고 있다. 비록 EU나 미국의 나프타(NAFTA) 혹은 FTAA 구상과는 규모와 발전의 면에서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들의 남미통합과 이를 통한 경제성장의 노력은 지속적이다. 이런 노력은 21 세기 초에 접어들면서 기존의 메르코수르와는 사뭇 다른 발전의 패러다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즉 좌파정부들의 경제성장과 분배를 위한 대내적인 개혁의지가 대외적인 유가상승 및 곡물가격 상승과 맞물리며 시작된 이 지역의 자원에너지 통합 구상이 메르코수르의 발전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참여 국가회원 수를 12개국으로 확대해 남미국가연합(UNASUL)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환경, 식량문제를 남미공동체의 연대를 통해 독자적인 주도권을 잡아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남미의회, 남미은행, 남미안보협의회 등 역내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중남미판 국제기구의 출현이 가시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자원과 에너지 통합을 축으로 남미 국가 간 경제적 결속력을 강화시켜 남미국가공동체까지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을 유가 및 곡물가격 상승에 의한 일시적인 거품현상쯤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남미국가들의 좌파 정부들이 기존의 고전적 포플리스트(인기영합주의) 정부와는 차별적인, 즉 제도화된 민주주의 하에서 선거를 통해 정통성을 확보한 유연한 개혁좌파로서 이런 통합의 과정을 조절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또한 오바마 당선으로 예상되는 국제정치 패러다임이나 미국 안보 논리의 변화도 이들의 통합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보고 있는 중남미 지역학자들의 분석의 수위는 다급해 질 수 밖에 없다. 자원과 에너지 확보를 위해 수많은 나라들이 이 지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또한 자유무역협정(FTA) 및 특혜 무역협정(PTA)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공동 개발 투자를 위해 민관이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정보의 수집?교환과 현지조사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하며 이 지역 전문가를 키워 협상능력을 배양해야한다. 또한 정부가 나서서 다양하게 산업 다각화를 유도해야 한다. 중남미에서 더 이상 ‘의류 도매업’으로만은 안 된다. 중남미 각 지역의 한인 공동체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들의 사업 다각화를 유도해 국내외적으로 서로 윈-윈 하는 전략을 모색할 때이다. 이에 더하여 상호이해에 바탕을 둔 장기적인 관점의 진출 방안으로 다양한 문화 인프라 구축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지역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는 제3세계 혹은 개도국으로서 중남미가 아니라 진정한 개발협력의 진정한 파트너로서 이들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에 있다. 빠른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이 지역을 변화하지 않는 낡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며 시대에도 뒤지는 일이다.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08-11-24 오전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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