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교육정책

목록
프린트 스크랩
[시론] 로스쿨 ‘고시학원’으로 전락
수도권 출신자가 지방 로스쿨 휩쓸어
총 입학정원제의 정책 오류 드러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합격자가 발표됐다. 치열한 싸움을 거치며 어렵사리 도입된 로스쿨제도가 이제 삼박자-제도와 시설, 학생-를 완비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교육에 의한 법률가 양성이라는 제도를 통해 저렴하고도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고자 했던 시민사회의 열정은 작금의 로스쿨 현실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총입학정원이라는 입구통제에 더해 변호사시험이라는 출구통제까지 껴안게 됨으로써 로스쿨이 ‘노 스쿨’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입학정원의 문제점은 최근 발표된 로스쿨 합격자의 통계만 봐도 잘 나타난다. 전공별로 골고루 로스쿨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전공보다는 학력이 우선하는 우리 사회에서 소위 ‘SKY’라 불리는 서울의 명문대학의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전공에 따른 다양성이라는 로스쿨 본연의 목표가 학벌에 의한 획일성이라는 현실에 의해 변형되어 버리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대입제도와 결합하면서 ‘20 대 80’의 계급구조를 더욱 심화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수도권대학 출신자가 지방 로스쿨을 휩쓴 것은 애당초 총입학정원이라는 제도 자체가 안고 있는 오류를 그대로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총입학정원제를 도입해 그것을 2000명으로 한정하는 바람에 지역균형개발이라는 과감한 기치를 내걸고도 오히려 로스쿨 제도가 지방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기능하게 만들었다. 총입학정원의 제한으로 인해 지방 로스쿨이 자기 지방 출신자를 우대하는 전형방법을 채택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만일 그렇게 하면 차별이라는 위헌적 상황이 된다). 지금까지는 지방의 대학 출신자들도 적지 않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률가가 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지방의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라도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하여야 할 판이 되어 버렸다.

여기에 법무부가 제출한 변호사시험법안에는 지난날의 사법시험에 대한 향수가 그대로 스며있다. 과목은 공법, 민사법, 형사법 등으로 숫자를 줄이는 듯한 외관을 갖추고 있으나 그 실질은 여전히 사법시험과 마찬가지이며, 객관식 시험과 논술식 시험을 병행하고자 하는 것은 여전히 사법시험 1차, 2차 시험을 연상시킨다. 거기다 법무부와 법조인들이 주관하는 시험위원회가 합격률을 통제할 수 있는 여지까지 가지게 만들어 거의 사법시험을 복제하고 있는 수준에 이른다.

여기서 창의적이고 탄력적으로 법률서비스를 공급하는 양질의 법률가를 양성하겠다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까지 생각하는 것은 차라리 호사다. 로스쿨들로 하여금 변호사시험 합격률의 제고에 목매달도록 강권함으로써, 마치 현재의 법대가 사법시험으로 인해 황폐화되듯 이제 로스쿨마저도 고시학원으로 전락시키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로스쿨을 인가받은 대학들은 자율학부까지 만들어 상황을 악화시킨다. 로스쿨 정원 확대에 대비하여 그것과 맞바꿀 학부정원을 확보하자는 것이 그 한 목적이고 프리로스쿨이라는 이름으로 로스쿨진학반을 만드는 것이 또 다른 목적이다. 법학교육을 고등전문직업교육으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학부교육과 그 입시를 정상화하자는 교육개혁의 목표는 그래서 여지없이 무력화되고 만다. 이름만 바꾼 채 법대를 그대로 존속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순간 로스쿨 제도란 것이 신림동 고시원을 ‘강부자’식으로 공교육화(?)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가능해진다. 바뀐 것이라고는 학부과정의 법대를 대학원과정의 로스쿨로 만든 것, 그래서 가진 자들만 법률가가 될 수 있도록 교육비용만 늘여놓고 지금까지 사법시험이 제공하던 신분상승의 통로를 완전히 차단해버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름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치유를 향한 몸부림은 보이지 않는다. 로스쿨 자체가 이미 기득권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4·19 이후 최초로 교수들이 길거리에 나서면서까지 로스쿨을 도입하기를 갈구했지만, 막상 그 로스쿨이 로스쿨다운 것이 되도록 만듦에는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그래서 로스쿨은 노 스쿨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 어느 누구도 바라지 않는, 퇴행의 세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 /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8-12-15 오전 8:30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