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교육정책

목록
프린트 스크랩
[기고] 비틀거리는 교육개혁
서유석 호원대 교수 /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연말이면 쓰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올해처럼 실감나는 해도 없다. 좋은 일보다는 국민의 걱정과 고통을 초래한 일들이 더 많았다. 한·미 쇠고기 부실협상과 촛불시위, 대통령의 사과와 번복,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 민생고, 공안 정국, 남북관계 경색, 국내 경기 퇴조, 설상가상 세계경제 위기, 게다가 철지난 이념논쟁 등.

4년이 남았지만 MB 정부 1년의 결산은 초라하다. 이제 지난 10년 ‘좌파’ 정부 탓이라는 변명도 안 통한다.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잃어버릴 10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세계경제 위기 탓이라는 새 변명이 등장했지만 이는 집권자의 책임 있는 답이 아니다.

한해를 되돌아보면 현 집권 세력의 국정철학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국회와 공안기관, 심지어 언론까지 장악했건만 막상 국가 운영 철학이 무엇인지, 정책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역대 정권을 보면 임기 1년은 국민의 지지에 힘입어 전향적 정책을 내놓고 또 국민을 설득해 가며 이를 실천했다. 한마디로 ‘무언가 보여주었다.’ 그래서 언론도 일정 기간 새 정부의 개혁이 자리 잡도록 과다한 비판을 삼가는 ‘허니문’ 기간을 설정해 왔다.

그런데 MB 정부 지난 1년은 허망하기까지 하다. 죽만 쓰다가 1년이 간 것이다. 국민이 우파 정책에 기대를 걸고 압도적으로 밀어줬다면, MB와 한나라당은 우파의 철학과 정신에 맞는 정책을 올바로 선택하여 이를 성실히 실천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듯 우파의 노선이 시장의 활성화와 개방, 작은 정부와 규제 완화, 그리고 성장을 통한 분배 효과 등에 있다면 지난 1년은 무엇보다도 그를 위한 ‘전제 조건’ 마련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MB정부는 우파 정책의 전제조건이 무엇인지 모르는 걸까. 그것은 다름 아닌 절차적 합리성, 형평성, 투명성, 공정한 시장의 규칙 등이다. 이러한 공정한 여건 조성 후에 국민적 고통분담의 ‘동의’를 얻어내야만 그 정책이 일정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전제 조건들을 한 마디로 묶어 말하면 그것은 다름 아닌 ‘민주주의’다. 우파건 좌파건 그 정책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상대적 우위를 획득하고 그런 가운데 나름의 성과를 내려면 반드시 민주주의 위에서라야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시절의 망령마저 되살아나고 있다. 왜 이런 어리석은 일을 하는가. 할일이 그렇게도 없는지, 그 많다는 우파의 지식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민생 파탄과 경제 위기가 최대 현안이다. 과거 역사가 증명하듯이 위기일수록 ‘정도’를 걸어야 한다. 버블 위기를 다시 버블로 막는 어리석음은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장기 전망 아래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동의를 얻어가며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장기 전망 아래 정도를 걸어야 할 핵심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교육이다. 민주시민의 육성도, 필요한 인적 자원 양성도 교육을 통해 마련된다. 평준화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더 많은 연구를 하고 또 여론 수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대학의 기능을 제고하려면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고 금서목록을 부활하고 학자들을 사찰하고 교과서를 강제로 수정하는 등의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지난 한 해 교육 관련 정책들은 솔직히 졸속이었다. 뻔히 예상되는 부작용을 막을 아무런 대비도 없이 과거 정책 뒤집기에만 바빴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내신무력화, 대학별고사 부활, 사교육비 증가, 비리사학 구재단 복귀 시동, 학문과 사상의 자유 침해, 그 이상의 무엇이 남았는가.

연말연시는 지난 과오를 돌이켜 대오각성하고 결심을 하는 모멘트다. 지난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려면 그래서 우파의 정책이 옳음을 입증하려면 MB와 측근들은 대오각성 해야 한다. 교육과 학문, 그리고 경제와 사회 모두 민주주의 위에서만 진흥이 가능함을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서유석 호원대 교수 /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8-12-15 오전 8:35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