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우리는 ‘변화와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내걸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의 승리를 지켜보았다. 지금 전 세계는 오바마 신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자신의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교육 분야도 상당한 변화를 수반할 것으로 예측되며 국내 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당선인은 미국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교육·과학기술·에너지 자립화에 대한 투자를 주장하고 있는데 특히 교육 개선을 자신의 강령의 일부로 삼는다고 밝힌 바 있다. 후보수락 연설에서도 흑인인 자신과 부인 미셸이 일류대학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었기에 지금 이런 자리에 선 것이 아니겠느냐고 해서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지난 11월 18일 오바마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대선공약을 재정리해 발표한 ‘오마바-바이든 플랜’ 중에서 고등교육 부문은 3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모든 국민에게 충분한 고등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저소득층 가정의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고등교육을 꿈꿀 수 있도록 대학의 지역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대학교육 기회의 확대 차원에서 대학 과목 선이수 제도인 AP제도를 대폭 강화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고등교육의 기회균등을 위해 세액을 공제하고 학자금 대출 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신정부 교육정책의 특징은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고 보편적인 학력 향상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충분히 지원해 주면서 진정한 자율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정책이다.
지금까지 미국 교육의 장점은 높은 대학경쟁력과 고등교육에 대한 뛰어난 접근성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높은 수준의 교육기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학교육에 드는 비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대학입학률이 하락하는 등 대학교육의 선도국가라는 명성이 퇴색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바마도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적어도 돈이 없어서 대학교육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없게 만들겠다고 표명했다. 세금을 많이 낸 가정에게는 등록금에 대해 1년에 4000달러 규모로 세액 공제를 하고, 저소득층에게는 지역 자원봉사를 통해서 학자금을 대납하는 제도를 만들어서라도 누구나 대학교육을 받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저소득층의 대학교육에 대한 기회가 사실상 봉쇄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학자금 대출도 모기지 형으로 MB정부가 소득연계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아직은 연구 초기 단계다. AP제도 역시 과학고·외고 등 특목고에서 수학·과학·외국어 중심으로 시범 운영되고 있으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아직은 오바마 신정부의 교육정책이 명확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 시점이지만 공약만으로도 시사하는 바는 크다. 우선 대학교육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의 저소득층에 대한 학비 지원을 확대하고,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에 대한 강화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자금 및 장학금제도, 개개인의 소득에 연계한 다양한 학자금 지원방식, 등록금의 세제 혜택, 빌린 학자금 상환의 여러 방식 등 다양한 정책들을 깊이 살펴보고 배울 점을 찾아내 정책 변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물론 미국과 우리나라는 교육환경이 다르고 교육 의제도 다르므로 무조건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우리의 역사·정서·문화·철학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근시안적인 안목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국가 차원에서 사전에 철저하게 연구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MB정부는 오바마 신정부와 마찬가지로 변화와 개혁을 국정운영의 중요 가치로 삼고 있다. 고등교육 분야에 보다 근본적이며 구조적인 문제가 변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물론 정부의 충분한 지원도 필요하다.
이상복 강남대 교수